[취재수첩] 우리금융의 '금융 보국'… 누가 공감할까
[디지털데일리 권유승 기자] "우리금융은 어려울 때 국민 도움을 받아 되살아난 은행인 만큼 진정성 있는 '상생금융'으로 국민께 보은해야 한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지난 3일 상생금융 추진 현황 점검과 확대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전 계열사 대표들을 소집한 '긴급회의'에서 나온 발언이다.
금융의 역할로써 나라에 진 빚을 갚는다는 '금융 보국(金融 報國)'이다.
흡사 포스코 신화를 일군 고 박태준 포철 명예회장의 어록에 나오는 '제철 보국(製鐵 報國)'을 연상케한다.
우리금융측은 임 회장의 결기에 찬 발언을 전하면서, 그동안 자신들이 앞서 실행해 옮겨 온 상생금융 방안들을 장황하게 열거했다.
그러면서 "상생금융을 열심히 해왔다고 해도 국민들이 겪고 계신 고통이나 눈높이에 비춰볼 때 여전히 부족하다고 판단, 국민들이 공감할 만한 수준의 규모와 실질을 기준으로 추가 상생금융 패키지를 마련하고 있다"고 알렸다.
구체적으로 우리금융이 얼마나 대단한 내용의 추가 방안을 내놓을 지 모르겠지만, 국민들을 긍휼(矜恤)히 생각하는 '상생금융' 출사표(出師表)는 듣는 이를 울컥하게 한다.
그리고 이틀 뒤인 지난 5일, 우리금융은 또 다시 그룹 계열사별로 상생금융 프로그램을 검토하고 있다고 나열하며 이후 구체적인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금융의 본질은 신뢰이고 상생금융은 국민에게 신뢰 받는 금융회사의 소명"이라고 또 한번 심금을 울렸다.
그런데 아쉽지만, 우리금융의 이 같은 피끓는 '우국충정'이 제 3자의 입장에선 전혀 곧이 곧대로 들리지 않는 것은 매우 유감이다.
아직까진 그렇다.
올 3분기 우리금융의 그룹 전체 수익 중 우리은행이 차지하는 비율은 94.2%로 전년 대비 무려 5.1%p 올랐다.
특히 우리은행의 예대마진(예금과 대출 금리차)은 국내 4대 은행 중 2위권이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우리은행의 예대마진은 0.82%p다.
정작 우리금융그룹은 우리은행의 '이자 장사'를 통한 단촐한 구조로 수익을 얻고 있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우리금융이 '상생금융'의 이름으로 중소상인, 자영업자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고객들에게 이자를 얼마나 더 깎아줄지는 추가 발표가 나와봐야 한다.
그러나 과연 우리금융이 스스로의 수익 원천을 훼손하면서 추진할 수 있을지, 또 그것과는 별개로 그것이 과연 올바른 방향인지는 사실 의문이다.
우리금융그룹의 수익 구조를 봤을 때 '예대마진 수익 구조'를 축소하는 것 외에는 과감한 상생금융의 전략을 제시하기가 쉽지는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금융그룹이 보험, 증권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꾸준히 강화해오고,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는 노력을 해왔다면 이러한 우려는 크지 않았을 것이다.
앞서 임종룡 회장이 말한 것처럼, 우리금융은 과거 IMF 외환위기 당시 상업·한일은행의 구조조정과 합병을 시작으로 이후 한빛은행, 다시 우리은행으로 명칭이 바뀌는 동안 국민의 혈세(공적자금)가 투입된 끝에 살아난 흑역사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금융에 있어 진정한 '금융보국'은 다른 데 있지 않다.
보다 더 건실하고 튼튼하게 스스로 성장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 주는 것이다.
물론 정부 시책에 따라 적극적으로 '상생금융'에 동참하는 것을 타박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금융은 올해 3분기까지 국내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실적이 저조하다. '은행 중심'의 불안한 수익구조를 하루 빨리 탈피하는 것과, 또 대규모 횡령 사고와 불완전판매 사고에서 보듯 허술한 내부통제 체제로 인해 쌓인 시장 불신을 해소하는 것이 훨씬 더 시급하며 총력을 모야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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