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中 흑연 통제, 제한적 영향? 위험한 발상
[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미국과 중국 간에 펼쳐진 무역 전쟁이 고조되면서 최근 중국은 전기차 배터리 핵심 원료인 흑연을 수출 통제 대상에 포함시켰다. 산업용 핵심 광물을 '무기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흑연은 전기차 배터리의 음극재 원료로서 이를 대체할 물질이 많지 않은 가운데, 전기차 시장의 성장으로 수요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원자재 시장 조사업체인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2035년도 전 세계 흑연 수요는 지난해 대비 6.5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이러한 중요 원료의 대부분의 점유율을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 에너지 기구(IEA)의 2022년 전기차 배터리 세계 공급망 보고서에 따르면, 탄자니아, 모잠비크, 캐나다, 마다가스카르 등의 국가에서 흑연 채굴 프로젝트를 진행되며 세계 흑연 생산지가 이전보다 훨씬 다양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중국이 천연 흑연 채굴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굴 뿐 아니라, 세계의 흑연 가공 공정도 70%가 중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흑연 음극재 공급망에 있어, 중국은 채굴과 가공 공정의 대부분을 지배하고 있어 공급망 하부 전체를 장악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의 경우, 2021년 기준 인조흑연의 87%, 천연흑연의 72%를 중국에서 수입할 정도로 의존이 특히나 높은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중국의 흑연 수출 통제를 발표하자 업계 안팎에서는 큰 우려를 쏟아냈다. 그런데 어찌 된 것인 지 정부, 일부 국내 배터리, 소재 기업 등은 다소 미온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공식적인 수출 통제는 없는 상황"이라며 "중국과의 관계도 안정적"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수출이 끊기더라도 국내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배터리 업계 맏형 LG에너지솔루션의 권영수 부회장은 "중국의 흑연 수출 통제는 무기 쪽으로 우리 배터리 쪽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라며 "다른 분야에 들어가는 흑연을 통제하겠다는 뜻이 강하지 배터리는 아닐 것"이라고 했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중국은 과거에 무역과 관련해 처음에는 미온한 태도를 보이다, 갑자기 태도를 돌변한 경우가 자주 있었다는 점이다. 2010년 일본과의 영유권 분쟁을 계기로 희토류 수출을 중단한 당시, 처음부터 바로 수출을 완전히 폐쇄하지는 않았다. 2010년 9월부터 10월까지 희토류 수출을 일시적으로 중단한 후, 다시 수출을 재개했지만 이듬해부터 완전히 폐쇄했다.
2016년에는 우리나라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반발해 한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 조치를 취했다. 중국은 한국산 자동차, 화장품, 의류 등에 대한 수입을 제한하고, 한국 관광객의 중국 방문을 제한하는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했다. 이로 인해 한국의 수출과 관광 수입이 크게 감소하고, 한국 기업의 중국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는 등 경제적 피해가 컸다.
과거 사례를 종합했을 때 지금 당장 수출 통제가 직접적으로 들어가진 않았더라도 언제든지 태세 전환을 할 수 있다. 방심할 때가 아니다. 중국은 언제든지 흑연 공급을 끊거나 가격을 인상할 수 있으며, 이는 우리나라의 배터리 산업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이러한 만큼, 정부와 배터리 산업계는 힘을 모아, 무역 분쟁 속에서 우리나라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흑연 공급망을 다변화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고, 기업들은 흑연을 대체할 수 있는 신소재의 개발과 활용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중국의 흑연 수출 통제가 제한적 영향이라고 딱 잘라 말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자 경솔한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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