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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 속에도 쿠팡은 로켓성장, 신세계·롯데에 드리운 ‘위기감’

이안나 기자
[ⓒ 쿠팡]
[ⓒ 쿠팡]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고물가·고금리 장기화로 유통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은 가운데, 올해 3분기 신흥강자 쿠팡과 전통유통 강자 신세계·롯데 희비가 갈렸다. 쿠팡이 분기 매출 8조원을 돌파하며 연간 첫 영업이익 흑자를 눈앞에 둔 반면, 신세계와 롯데는 성장보다 실적 방어에 고군분투하는 모습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올 3분기 쿠팡은 사상 처음으로 분기 매출 8조원을 돌파하고 영업이익 1196억원으로 흑자 기조를 이어가면서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갔다. 특히 쿠팡을 이용하는 분기 활성 고객 수 증가율은 2021년 이후 가장 높은 성장률(14%)을 보이며 200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3분기부터 5개 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며 연간 첫 영업이익 흑자가 가시화됐다.

저성장 국면에 있는 국내 유통시장에서 쿠팡이 기존사업과 신성장사업 모두 고성장을 기록한 결과는 대표이사 연임으로 이어졌다. 2020년 11월 쿠팡에 합류한 강한승 대표는 경영관리 부문을 총괄했고, 최근 3년 연임에 성공했다. 지난 3년간 쿠팡 뉴욕증권거래소 상장과 국내 시장에서 성장, 중소기업 상생 등에서 큰 성과를 냈다는 평가다.

반면 신세계그룹 이마트는 올해 3분기 매출이 7조7096억원으로 전년 수준을 유지했지만 영업이익은 779억원으로 22.6% 줄었다. 이마트는 연결 자회사 신세계건설 영업이익이 500억원 이상 급감한 영향이 컸지만, 매출 면에서 3개 분기 연속 쿠팡에 밀렸다. 롯데쇼핑은 같은 기간 매출 3조7391억원, 영업이익 142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모두 역성장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전까지 이마트가 직매입 규모 1위였다면 이제 쿠팡과 비슷하거나 쿠팡이 넘어서는 모습”이라며 “유통 경쟁력은 매출 규모에서 오는 구매력(바잉파워)에 좌우하는데, 이 주도권을 가지려는 경쟁이 치열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마트 한채양 대표 [ⓒ 이마트]
이마트 한채양 대표 [ⓒ 이마트]

쿠팡의 기세에 1위 자리를 뺏긴 신세계그룹이 절치부심하는 모습이다. 2024년 정기임원인사를 지난 9월 빠르게 단행하며 기존 대표이사 40%를 교체했다. 각사별 지속 성장을 위한 방향이 설정된 만큼 신세계그룹 ‘컨트롤타워’ 경영전략실 쇄신안도 이날 발표했다. 특히 이번 인사에선 한채양 대표를 이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이마트24 3사 대표로 선임했다는 게 특징이다.

한 대표가 강조하고 있는 건 ‘오프라인’이다. 지난 9일 한 대표는 이마트 30주년 기념식에서 “회사의 모든 물적, 인적 자원을 이마트 본업 경쟁력을 키우는데 쓸 것”이라며 “한동안 중단했던 신규 점포 출점을 재개하겠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내년 5개 점포 부지를 확보해 외형 성장에 집중할 방침이다. 즉 매출 규모를 키워 바잉파워 주도권을 가져오겠다는 전략이다.

물론 온라인 사업인 SSG닷컴은 성장과 수익 균형을 이루는 ‘균형성장’ 전략을, G마켓은 적자폭 줄이기를 지속한다. 온라인 경쟁력을 확보하는 노력이 계속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해 ‘디지털 피봇팅’을 강조하던 때와는 사뭇 달라진 분위기다.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서울역점 [ⓒ 롯데쇼핑]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서울역점 [ⓒ 롯데쇼핑]

롯데쇼핑이 올해 3분기 그나마 실적 하락 폭을 줄일 수 있었던 건 롯데마트·슈퍼 통합 소싱 효과 덕이었다. 롯데마트가 수익성 개선을 위해 강도 높은 점포 구조조정을 진행했는데, 점포가 줄면 제조업체와 협상이 약해지는 만큼, 바잉파워를 유지하기 위해 슈퍼를 통합하기로 한 것이다.

롯데쇼핑이 2026년까지 매출 1조원 목표를 내건 후 핵심 전략도 오프라인에 무게중심이 있다. 체험형 매장 강화와 마트·슈퍼 통합, 동남아 비즈니스 확장, 실적 부진 사업부는 턴어라운드에 주력한다. 물론 롯데쇼핑은 ‘온라인 장보기’ 강화를 위해 영국 리테일테크 기업 오카도와 손잡긴 했다. 다만 빠르게 변하는 유통시장에서 ‘2030년까지 6개 스마트 물류 자동화센터 구축’ 계획은 롯데쇼핑이 주도권을 찾을지 판단하기에 너무 먼 미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유통시장 규모는 약 625조원으로, 주요기업 중에선 신세계그룹(5.1%)과 쿠팡(4.4%), 롯데(2.5%)다. 올해 실적 양극화가 심해질 수록 유통시장 판도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신세계와 롯데가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전략에 힘을 싣는 모습은 결국 소비심리 위축 상황에서도 쿠팡이 급속 성장을 지속하면서 내부적으로 위기감을 느낀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새롭게 시도하는 온라인 사업이 순항하기 위해선 결국 기존 오프라인 사업 안정화가 전제가 돼야 한다고 판단한 셈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쇼핑 시장이 코로나19 시기와는 달리 정체기를 걷고 있는 데다, 마트 같은 오프라인 매장 실적이 유례없이 안좋아지고 있다는 점에 심각성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안나 기자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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