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망 장애엔 회초리 들던 정부, 행정망 마비는 ‘나몰라라’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지난 사흘간 이어진 정부 행정전상망 먹통 사태를 둘러싸고 총체적 관리부실이라는 지적이 들끓고 있다.
특히 실소가 터져나오는 이유는 정부의 ‘내로남불’식 태도에 있다. 과거 민간 사업자들이 통신망 장애를 일으켰을 때는 매섭게 책임을 묻던 정부가, 정작 이번 사고에서는 원인 파악과 대책 마련은커녕 내내 허둥지둥하는 모습만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에 따르면 공무원 전용 행정전산망인 ‘새올’은 지난 17일 오전 8시40분경부터 장애를 일으켜 19일 오후 무렵에야 정상화됐다. 이 때문에 이 기간 동 주민센터 등 지방자치단체(지자체) 현장에서는 전산망 마비로 인해 민원서류 발급 업무가 전면 중단됐고, 온라인 민원 창구인 ‘정부24’도 먹통이 됐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행안부의 대처 과정은 총체적 난국이었다. 이미 17일 오전부터 개인 소셜미디어(SNS)상에 ‘민원 대란’이 곳곳에서 보고됐지만, 정부 공식 채널을 통한 공지나 안내는 전혀 없었다. 행안부는 사태 발생 9시간만인 17일 오후 5시40분쯤에야 “민원 처리와 관련해 모든 행정기관에 협조 요청을 했다”는 내용의 첫 입장을 냈다.
행안부는 이후 다시 이틀이 지난 19일에 브리핑을 열어 장애 원인을 밝혔다. 새올에 접속하는 길목인 행정전자서명인증서(GPKI) 시스템상 네트워크 장비(L4스위치)에 이상이 생겼다는 설명이었다. 다만 문제 장비를 찾은 것일뿐 오류의 구체적 원인을 파악한 것은 아니었고, 시스템 정상화가 왜 지연됐는지 속시원한 설명도 하지 못했다.
정부의 이런 ‘아마추어’식 대처는 과거 카카오톡이나 통신망에서 장애가 발생했을 때 보인 반응과는 지극히 대조적이다. 국가 기간통신망을 운영하는 통신사는 물론 민간 사업자인 카카오에 대해서도 “국민 입장에선 기간통신망과 다름이 없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언급할 정도로 강하게 책임을 물었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 2021년 10월과 올해 1월 각각 발생한 KT와 LG유플러스의 통신망 오류 사태 당시를 보면, 정부는 이들이 촉발한 서비스 장애가 국민 일상을 마비시켰다며 엄중한 경고를 하는 것은 물론, 사업자들의 미흡한 대응을 질타하며 책임 있는 시정 조치와 재발 방지책, 이용자 보호 방안 등을 요구했다.
당시 KT 장애에 대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직접 브리핑을 열어 사고 원인을 발표하는 한편, 이용자 피해구제 방안을 마련할 것을 KT에 촉구했다. 이에 KT는 당시 약관상 배상 기준(연속 3시간 이상 장애)에 못 미치는 1시간30분가량의 통신 장애에 대해, 10배에 달하는 고객 요금을 감면하는 400억원 규모 보상안을 내놨다.
LG유플러스 또한 마찬가지로 장애 시간 대비 10배 수준의 요금 감면으로 400억원가량을 지출해야 했다. 당시 함께 발생한 고객정보유출 사건과 더불어, 과기정통부가 “투자 부족이 원인”이라고 질타하며 직접 특별조사점검단을 꾸려 LG유플러스의 이행 계획을 점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방송통신위원회는 통신사들의 이용자 피해 보상 기준을 기존 ‘3시간 이상 장애시 6배 배상’에서 ‘2시간 이상 장애시 10배’로 높이도록 이용약관을 개정시켰고, 과기정통부는 통신사가 서비스 장애 발생 사실을 가입자에게 문자메시지 또는 SNS로 즉시 알리도록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추진하는 등 후속 압박을 이어갔다.
카카오 또한 지난해 10월 발생한 데이터센터 화재에 따른 서비스 장애로 인해 남궁훈 당시 카카오 대표가 책임성 사퇴를 했고,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는 그해 국정감사에 불려가 머리를 숙여야 했다. 카카오는 이후 일반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5600억원 상당의 보상안까지 발표했지만, 비난 여론은 그 후로도 한참 동안이나 거셌다.
결국 민간 사업자들의 서비스 장애에 대해서는 정부 감시 아래 사업자 의무와 책임을 명시한 법적 근거가 뒷받침돼 있지만, 정부는 그런 굴레에서 벗어나 있다는 게 이번 사태를 촉발한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심지어 정부 행정망 기반 서비스는 정부 독점 제공으로 대체할 수단이 없기 때문에 더욱 문제가 커질 수밖에 없다.
민간 사업자와 마찬가지로 행안부와 정보자원관리원 등 운영·관리 주체가 나서 재발 방지책 마련을 포함한 책임 있는 대응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일각에선 이번 행정망 마비 사태의 배경 중 하나로 ‘대기업 공공사업 참여 제한’을 꼽기도 하지만, 오히려 행안부가 책임을 회피하는 핑계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려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한 관계자는 “공무원들이 쓰는 행정 시스템이 불안정하다는 것은 예전부터 이미 말이 많았지만, 개선 여지가 없으니 컴플레인도 잘 안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시스템을 대기업에 맡겼으면 나았을 거라고 하지만, 결국 행안부가 운영 주체였고 관리를 잘 못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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