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佛 엔지니어가 한국에 심은 ‘씨앗’…“대규모 임베디드 이벤트 개최 목표”
[디지털데일리 김문기 기자] “대학 등과 협력해 한국에서 임베디드 그래픽에 대한 개발 및 학습을 위한 대규모 이벤트를 개최하고 싶다.”
지난 24일 서울 강남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한국지사 사무실에서 만난 알렉산드르 르누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엔지니어는 지난 9월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STM32 퀘스트 : GFX 챌린지’ 행사와 관련해 이같은 자부심을 나타냈다.
프랑스 출신인 르누 엔지니어는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에 입사해 지난 3년전부터 한국지사로 넘어와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생각보다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보여주는 그는 우리나라 개발자들과 소통하기 위해 독학으로 한국어를 배운 인재이기도 하다. 인터뷰 중에도 보다 상세한 내용을 말할 때를 제외하고는 한국어로 설명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2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K-TEC 행사에서 사물인터넷(IoT) 분야 터치GFX 소개를 위해 직접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도 한국어 실력을 뽐냈다. 누가봐도 외국 사람이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며 다소 어려운 반도체 관련 설명을 이어가다보니 누구보다 가장 인기있는 트랙으로 남게 됐다.
르누 엔지니어 역시도 “한국에서는 외국인으로 적절한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한국어를 배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첫번째 과제는 일보다는 언어를 배우는 것이었다”라며, “고객과 이야기하고 지원할 수 있는 일정 수준의 유창한 한국어 구사가 가능했기 때문에 GFX 챌린지와 같은 이벤트를 혼자서 조직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물론 2개월간 땀을 흘린 노력이 그 무대를 설 수 있게 했다는 말도 곁들였다.
한국어를 배우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의 업무 문화도 그에게는 허들이었다. 그는 “개인적으로 한국의 업무 문화 때문에 외국인이 한국의 반도체 회사에서 일하기는 여전히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저의 경우에는 ST와 같은 프랑스 회사 소속으로 한국에서 일할 수 있게 돼 운이 따랐다”라며, “하지만 외국인이 한국의 외국회사에서는 일을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 이유와 관련해 “한국은 모든 것이 기술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반도체 시장 역시도 역동적으로 변화한다”라며, “유럽 엔지니어로서 한국에서 일하는 것이 매우 흥미로울 수밖에 없는 근거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그는 한국의 개발자 생태계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관심이 지대했다. 우리나라 사람이 아닌 프랑스 출신의 엔지니어가 한국 생태계 발전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기도 하다.
이렇게 시작된 ‘STM32 퀘스트 : GFX 챌린지’는 지난 7월 2일 참가자 모집을 완료하고 7월 3일부터 9월 3일까지 약 2개월간 콘테스트가 진행돼 수상까지 마쳤다. 터치GFX와 함께 특정 플랫폼 보드를 활용해 진행했으며, 참가자는 통과 조건에 맞춰 퀘스트를 수행하고 이를 통과해야만 다음 퀘스트에 진입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150여명이 참여한 이번 챌린지는 진행할 때마다 탈락자가 나올 수밖에 없었음에도 끝까지 관심이 이어졌다. 대상은 이동희 씨의 ‘자유도 로봇 팔 프로젝트’가 선정됐다.
사실 이번 챌린지는 혼자 힘으로는 부족했다. 그도 이를 인정했다. 르누 엔지니어는 “저는 혼자였고, 실제로 실행에 옮기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더 확장시킬 수는 없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그의 진심은 한국지사 내부에서 만큼은 통했다. ST 한국지사가 전체 직원들이 직간접적으로 이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 힘을 보탰다.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한다고 하더라도 한국에서 한국 개발자를 대상으로 여는 행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기 가기에는 여러모로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그는 “혼자 힘이라면 해내지 못했을 행사이지만, ST마이크로 한국지사 모두가 힘을 더해줬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그가 아이디어를 제출해 우리나라에서 실현된 ‘STM32 퀘스트 : GFX 챌린지’ 행사는 ST 내에서 첫 사례로 남게 됐다.
무엇보다도 고객의 피드백을 받았다는 점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르누 엔지니어는 “대상을 수상한 엔지니어의 GUI는 사실 그의 딸이 그려준 이미지를 차용한 결과다”라며,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딸이 아빠를 위해 그림을 그려주고 이를 디스플레이에서 표시할 수 있게 한 것이 좋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터치GFX 툴이 보유한 이미지에서도 사용할 수 있었지만, 아마도 충분하지 못했기 때문이 이런 상황이 연출된 것”이라며, “만약 챌린지를 수행하지 않았다면 고객이 원하는 이미지가 부족한지도 알지 못했을 수도 있기 때문에 그만큼 하나하나 피드백이 중요했고, 또 그게 비용을 들여서도 알기 어려운 소중한 고객의 답변임을 알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에서 실현한 레퍼런스를 다른 지사까지 확장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르누 엔지니어는 “ST 내에서 인력 가용성과 할당된 예산에 따라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실현하고 싶다”라며, “당장 일본, 대만과 같은 다른 지역으로 이번 이벤트를 확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일본에서는 일본어로, 대만에서는 번체 중국어로 별도 이벤트가 열린다는 의미다”라며, “이번 해 한국에서 열린 이벤트와 같은 규모로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대학과 협력해 한국에서 임베디드 그래픽에 대한 개발 및 학습을 위한 대규모 이벤트 역시 개최하고 싶다”라며, “이 이벤트는 팀으로 진행되며, 각 팀이 프로젝트 아이디어를 찾아야 하는 첫 기간이 포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아이디어 역시 아직까지는 개인적으로 세워놓은 목표일 뿐이긴 하다. 하지만 올해 성공적으로 챌린지를 완수했기에 가까운 미래에 한국 개발자를 위한 또 다른 이벤트가 개최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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