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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2월 ‘디지털플랫폼정부 특별법’ 입법 추진…“데이터 칸막이 없앤다”

백지영 기자

[디지털데일리 백지영 기자] 정부가 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디지털플랫폼정부’의 연속성 확보를 위해 ‘특별법’ 제정을 추진한다. 궁극적으로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데이터를 공유해 국민이 일일이 서류를 떼러 다닐 필요 없이 알아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늦어도 내년 2월 내에는 국회 입법과 함께 초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28일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가 국회입법조사처와 공동으로 개최한 ‘디지털 분야 법률 현황과 디지털플랫폼정부의 입법과제 세미나’에서 위원회 산하 법제도·거버넌스 TF장인 권헌영 고려대 교수는 “현재 가고자 하는 디지털플랫폼정부의 비전과 청사진에 비해 현재 턱없이 부족한 형태의 옛날식 법을 운용하고 있다”며 “디지털플랫폼정부에서 원하는 혁신적인 법률 효과를 내기 위해선 기존 법과 다른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디지털플랫폼정부에서 국민 신뢰를 높이기 위해선 현재 분산된 데이터 정책을 총괄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그동안 정부혁신을 위한 대통령 소속 위원회는 김대중 정부부터 6개 정부에 걸쳐 설치, 운영돼 왔지만 정권 교체와 함께 자연스럽게 소멸했다.

실제 김대중 정부에선 정부혁신추진위원회, 노무현 정부는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이명박 정부에선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 박근혜 정부는 정부3,0추진위원회, 문재인 정부에선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운영해 왔다. 윤석열 정부에선 전 정권의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로 다시 바뀌었다. 이에 디지털플랫폼정부 전담조직을 대통령 소속 행정위원회로 만들거나 전담부서를 설치하는 방안도 제안됐다.

특히 권 교수는 특별법 제정을 통해 ‘전자정부’ 시대에 한계로 지적됐던 부처 간 데이터 칸막이를 없애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현재 정부는 1만7090개의 개별 시스템을 운영 중이지만, 데이터 개방과 공유를 저해하는 개별 법령이 존재하며 근본적인 한계가 있었다.

또, 많은 부분이 디지털화로 전환됐음에도 불구하고 절차는 여전히 아날로그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예컨대 부동산이나 중고차 매매, 법인 등기은행대출 등의 경우, 종이로 된 인감증명서를 요구하고 있다. 클라우드 전환도 아직 더딘 편이어서 여전히 주요 부처시스템은 시스템통합(SI) 방식으로 구축돼 최신 기술을 적시에 적용하긴 쉽지 않은 구조다.

이에 기존 법 체계로는 디지털플랫폼정부 추진의 한계가 있다는 것이 권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이전까지 정보공개법이나 공공데이터법, 데이터 기반 행정법 등을 통해 데이터 공유와 개방이 추진됐으나, 데이터 경제 시대 이전에 제정된 개별 법률들이 유지되고 있어 한계가 명확하다”며 “‘국세기본법’의 경우, 비밀유지 규정이 포함된 법률이 181건으로 대부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현재 법제도·거버넌스 TF가 추진중인 특별법(이하 DPG특별법)은 크게 ▲국민의 권리 보장 ▲데이터 공유·개방의 네거티브 전환 ▲디지털 기반의 행정혁신 ▲DPG 추진동력 확보 등 디지털플랫폼 정부가 추구하는 원칙과 정책, 과제를 추진하기 위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권 교수는 “현재는 행정서비스 공급자 중심으로 절차와 조건, 범위를 규정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국민의 의사 표시만으로 편리하게 행정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고, 본인 정보에 대한 통제권과 공공-민간 플랫폼과 관계없이 원하는 방식으로 행정서비스를 제공받을 권리를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법령 제·개정시 데이터 공유·활용 영향평가를 의무화하고 개별법 상 제한 규정이 있더라도 당사자 동의가 있으면 공유를 원칙화한다. 즉, 마이데이터 활용을 우선 적용할 방침이다. 적극적으로 데이터를 개방한 공무원에 대한 면책 규정도 만든다.

이와 함께 디지털플랫폼정부의 지속가능한 거버넌스 정립을 위해 ‘DPG 정책 컨트롤타워’를 두는 방안도 법령에 담을 계획이다.

앞서 발제를 맡은 정준화 국회입법조사처 과학방송통신팀 입법조사관은 “1984년 전기통신기본법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인프라, 플랫폼, 데이터 기반의 법률이 만들어졌지만, 데이터는 현재의 법 체계로는 수직적 영역에 갇혀 있다”며 “앞으로의 지향점은 데이터가 영역 간 벽을 넘어 다른 분야로의 활발히 경계를 넘어야 한다”며 말했다. 단적으로 디지털 분야 인프라와 관련된 법안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전자정부법은 행정안전부가 소관하고 있다.

그는 “현행 기본법에 대한 재검토와 데이터 사회로의 전개, 인공지능(AI)을 새로운 과제로 고려해 우리 현실에 맞는 입법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며 “특히 디지털 입법은 사회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과학적 영향분석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부처 간 칸막이 해소를 위한 실행력 확보와 개인정보보호 측면에서의 안정성 확보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 등이 제기됐다.

한국정책학회장를 맡고 있는 김영미 상명대 교수는 “부처별로 여전히 고유의 관련 법률을 갖고 있고, 부처가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오너십을 자꾸 발휘하려다 보니 결국은 데이터를 공유하지 않으려는 속성과도 연계가 된다”며 “이를 어떤 방식으로든 특별법에 담아 데이터가 생성되고 이용 활성화가 될 수 있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소영 부산대 교수(한국공법학회장)는 “‘특별법 만능시대’라고 할 정도로 20대, 21대 국회에서 엄청나게 많은 특별법이 만들어졌다”며 “이번 DPG특별법은 디지털 관련 법을 조합하기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려면 기존 법률의 일몰적 집행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 정부와 민간 플랫폼을 동시가 활용한다는 것은 해킹, 안전성 리스크에 대한 설득과 설명이 필요하다”며 “AI 투명성과 공개성을 얘기하지만, 국민들은 불편보다 불안이 공포가 되는 정보시대에 살고 있어, 개인정보보호라는 측면에서의 안정성 확보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재호 한국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데이터 활용에 있어 지방정부는 대부분 중앙정부의 권한을 위임받기 때문에, 지자체 중심의 데이터 자치권에 대한 내용이 법안에 포함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거버넌스 측면에서 위원회가 데이터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행정기관이 될 경우, 개인정보 등의 규제에 있어선 개인정보보위원회와의 역할 구분과 이중 규제 이슈, 간사기관 논의 등도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 법안 제정 과정에서 국민 참여를 높이는 방안도 거론됐다.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은 “프랑스의 경우, 디지털 법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법률 초안을 만든 후에 인터넷 홈페이지에 이를 게시하고 개정 의견이나 수정 요구, 투표 등을 진행했다”며 “이와 함께 이견이 있는 사항에선 정부가 공식적으로 답변하는 등의 절차를 통해 입법 과정에서도 국민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이끌어냈다”고 전했다.

이어 “몇몇 전문가 의견도 중요하겠지만 많은 국민들이 앞으로 자기 생활에서 중요한 이런 법들의 제정이나 개정 과정, 또 앞으로의 시책을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우리 정부도 좀 더 적극적으로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절차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이같은 의견에 대해 권헌영 교수는 “기존 법률과 충돌, 중복되는 것은 이관하거나 폐지할 예정이며, DPG특별법이라는 이름으로 또 하나의 불필요한 옥상옥을 만드는 것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 법률안 조문 하나하나를 놓고 공청회를 할 정도로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했다.

고진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장도 “데이터를 관할하는 기관장 대부분을 정부위원으로 모시고 국민 불안감을 해소해 안전하고 신뢰받는 디지털플랫폼정부를 만들고자 했다”며 “데이터를 공유, 활용하는 것과 관련해선 국민들이 거부권을 가지는 것은 물론 이력조회시스템 등을 만들어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모든 참여자가 수요자이면서도 공급자가 될 수 있도록 플랫폼 기획을 했다”며 “따라서 정부가 일반적인 서비스 제공자, 국민은 일방적인 데이터 공급자가 아닌 국민이 원하는 정부 정책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그런 형태로 설계하겠다”고 덧붙였다.

백지영 기자
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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