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결산/소부장] 배터리 웃고 반도체⋅디플 희비…차세대 기술 개발 '속도'
[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올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계는 반도체와 배터리, 디스플레이의 세 가지 분야에서 큰 변화를 겪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영향으로 반도체 수요가 감소하고 가격이 하락하는 반면, 배터리는 전기차 시장의 성장과 미국의 세제 혜택에 힘입어 실적을 개선했다. 디스플레이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와 LCD(액정표시장치)의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을 보였다.
◆ 반도체 수요에 삼성·SK 적자 행진…하반기 감산효과 시작=반도체 업계는 올해 수요가 감소하고 가격이 하락하는 등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국내 주요 반도체 제조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적자는 올해도 계속됐다. 올해 3분기까지 각각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과 SK하이닉스의 누적적자는 12조6900억원, 8조763억원을 기록했다.
이들은 적자 축소를 위해 감산 조치를 취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웨이퍼 투입량을 줄이기 시작했으며,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부터 본격적인 감산에 돌입했다. 삼성전자의 감산 규모는 약 25~30%, SK하이닉스는 20% 수준이다. 이에 따른 효과는 올 하반기 들어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양사 모두 적자 규모를 축소되기 시작한 것이다.
올해 3분기 삼성전자의 DS부문 영업손실은 3조7500억원으로, 지난 1분기(영업손실 4조5800억원)와 2분기(영업손실 4조3600억원)보다 적자 폭을 크게 줄였다. SK하이닉스 역시 3분기 영업손실 1조7920억원의 기록, 전분기 손실 규모를 38% 줄이는 데 성공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업황 개선에도 공급 확대보다는 감산 기조를 이어가 내년도 턴어라운드를 노릴 방침이다.
AI(인공지능) 등 고성능 컴퓨팅 시장의 성장에 따라 고부가가치 반도체인 HBM(고대역폭메모리) 패권 싸움이 본격화되고 있다. 양사는 HBM 기술 생산 능력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생산 측면에서 삼성전자는 내년까지 현재의 2.5배 수준으로 확대한다고 밝혔으며, SK하이닉스는 프리미엄 제품 위주로 내년 설비투자 규모를 올해 대비 50%가량 늘릴 것이라 밝혔다.
◆ "美 IRA 효과 좋았는데"…규정 강화에 골머리=배터리 업계는 올해 전기차 시장의 성장과 미국의 세제 혜택에 힘입어 실적을 개선했다. 특히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IRA)에 따른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효과가 더해져 국내 배터리 제조업체들의 수익성이 향상됐다. AMPC는 2023년부터 미국 내에서 생산·판매하는 배터리 셀⋅모듈에 일정액의 세액공제를 수취할 수 있도록 하는 법 조항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3분기까지 IRA에 따른 AMPC 4267억원을 재무제표에 반영했다. 이는 미시간주 단독 공장과 얼티엄셀즈 1공장이 가동된 결과다. 회사는 1·2분기 얼티엄셀즈 1공장의 초기 가동에 따라 AMPC 예상액 1003억원, 1109억원을 실적에 반영했다. 그러다 3분기 이 공장 가동률이 급격히 확대되면서 두배 수준인 2155억원을 반영했다.
조지아주 1·2공장을 운영하는 SK온에 대한 누적 AMPC 예상액은 3769억원이다. SK온은 1분기, 2분기를 합쳐 1670억원의 공제액을 반영했지만, 공장 가동률 향상에 따라 3분기에만 2099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반영했다.
올해까지 IRA 효과를 톡톡히 봤지만, 최근 규정을 강화하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미국 재무부와 에너지부는 1일(현지시간) IRA의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는 FEOC 세부 규정안을 발표했다.
미 정부는 외국 우려 기업을 인프라법을 원용, 중국과 러시아, 북한, 이란 정부의 소유·통제·관할에 있거나 지시받는 기업으로 명시, 중국 정부가 합작회사 이사회 의석이나 의결권, 지분을 25% 이상 직간접적으로 보유하면 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했다. 이에 따라 미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이 배터리 제조 소재를 어디서 조달할 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앞서 중국과 합작법인(JV)를 설립한 기업들은 추가적인 지분 확보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 中 LCD 공세에 韓 양대 기업 '희비'…조급해진 LG디플=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저가 공세로 LCD 가격이 떨어지는 가운데 전쟁, 금리 인상까지 더해지며 디스플레이 시장 불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 가운데 국내 양대 디스플레이 패널 기업들의 희비가 크게 갈리는 한 해를 보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중국 진입으로 흐트러진 LCD 분야에서 빠르게 발을 뺐지만, LG디스플레이는는 상대적으로 발을 늦게 뺐는데 이에 따라 올해 완전히 다른 한 해를 보내게 됐다. 삼성디스플레이는 OLED 중심의 실적 성장을 이뤄내며, 계열사에 돈을 빌려줄 정도로 여유로운 한 해를 보냈지만, LG디스플레이는 6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다급해진 LG디스플레이는 LG이노텍에서 드라마틱한 퍼포먼스를 보여줬던 정철동 사장을 선임했다. 정 사장은 최우선 과제인 적자탈출을 위해 LCD 출구 전략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를 위해선 매분기 적자를 안겨주고 있는 LCD 공장 매각이 급선무인 상황이다. 최근 광저우에 위치한 중국 LCD 공장 인수에 글로벌 디스플레이 업체 2~3곳이 관심을 보인 가운데 이를 어떻게 처분하는지가 중요해진 상황이다.
반면 경기 침체 상황에서도 OLED 시장에서 1위를 지킨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유임됐다. 글로벌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변화보단 경영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선택으로 해석된다.
대기업 IT서비스 수장들, 변화보다 안정?…연말인사 관전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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