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테크다이브] 반도체 성능·효율 좌우하는 '나노 공정'...작게 만드는 게 중요한 이유

배태용 기자
삼성전자 화성 공장. [ⓒ삼성전자]
삼성전자 화성 공장. [ⓒ삼성전자]


[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반도체는 인류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핵심 기술이라는 것은 다 알고 있지요. 반도체가 하루아침에 없어진다면 현대 문명이 무너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컴퓨터, 스마트폰, TV, 가전제품, 자동차, 의료기기 등 다양한 전자 제품에 반도체는 필수적으로 들어가기 때문인데요.

이렇게 중요한 기술인 만큼, 외신을 비롯해 다양한 국내 매체에서 반도체를 다루는 기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 반도체 기사에 자주 보이는 생소한 단어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나노 공정'에 관한 내용인데요. 나노 공정이라는 게 도대체 뭐길래 반도체 기사에서 자주 등장하는 걸까요?

나노 공정이란, 반도체 칩을 만들 때 사용되는 웨이퍼 위에 회로를 새기는 기술의 정밀도를 나타내는 용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도체의 기술력을 고도화하기 위해선 이 나노 공정을 얼마나 잘하느냐가 매우 중요합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반도체 원리를 먼저 알아야 하는데요. 반도체는 웨이퍼라고 하는 원재료로 만들어집니다. 웨이퍼에 전류가 흐르는 길인 회로를 새긴 다음, 칩 단위인 다이(Die)로 쪼갠 다음 후공정을 거쳐 만들어집니다. 여기서 나노 공정은 웨이퍼 위에 새긴 회로의 선폭을 의미합니다.

회로는 전자의 흐름을 제어하는 역할을 하는데요. 전자들이 지나는 이 회로는 좁으면 좁을수록 반도체 칩에 들어가는 소자의 수를 늘릴 수 있어 성능이 좋아집니다. 트랜지스터라는 반도체 소자를 더 많이 웨이퍼에 집적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트랜지스터는 전류를 제어하는 역할을 하는데, 더 많으면 많을수록 반도체의 연산 속도가 빨라지고, 전력 소모가 줄어듭니다.

스마트폰 카메라 성능을 예로 들어볼까요. 카메라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미지 센서의 성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미지 센서는 빛을 전기 신호로 바꾸는 역할을 하는데, 이미지 센서의 회로가 좁을수록 더 많은 빛을 더 빠르게 감지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미지 센서의 회로를 좁게 만들면 카메라의 성능이 향상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 회로를 좁게 만드는 것은 상당한 기술력이 필요합니다. 회로는 사람의 눈으로는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좁은 통로들이기 때문인데요. 어느 정도 수준이냐면 나노 공정에서 사용되는 '나노미터(nm)' 단위는 사람의 눈으론 보이지조차 않을 정도로 작습니다. 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m) 크기를 나타냅니다.

TSMC 대만 본사. [ⓒ연합뉴스]
TSMC 대만 본사. [ⓒ연합뉴스]

이런 초미세 공정은 매우 복잡하고 정밀해서, 고도의 기술력을 필요로 합니다. 미술 장르 중 하나인 조소로 예를 들어볼까요. 조각가가 1cm 크기의 조각을 만드는 것과 0.1mm 크기의 조각을 하는 것 중 뭐가 더 어려울까요. 당연히 0.1mm 크기 조각이겠죠. 조소 과정 중 도구가 흔들리거나, 조각가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면, 조각이 망가질 수 있습니다. 나노 공정도 이러한 원리로 이해하면 쉽습니다.

반도체는 여기에 한 가지 숙제가 더 있습니다. 바로 양산인데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이 파운드리 기업이라는 것은 다 알고 있지요. 파운드리란 반도체산업에서 외부 업체가 설계한 반도체 제품을 위탁받아 생산·공급하는, 공장을 가진 업체를 지칭합니다. 나노 공정 기술을 개발했다 하더라도 양산을 할 수 있느냐의 문제는 또 다른 과제입니다.

예를 들어, 인텔이 새로 출시한 제품에 5나노 공정이 적용된 부품이 필요하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한 파운드리 기업은 5나노 기술은 가지고 있는데, 너무 미세한 공정이 이뤄지는 만큼, 공장에서 양산함에 있어선 결함이 자주 발생합니다. 위탁을 맡긴 인텔 입장에선 불량률이 이들 부품을 사용하면, 자사 제품의 품질이 떨어지겠죠.

따라서, 인텔은 불량률이 높은 이 파운드리 기업에 위탁 생산을 맡기지 않을 것입니다. 이처럼, 반도체 제조업체는 양산 과정에서 수율을 높이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기업들이 수율을 높이는 데 혈안이 돼 있는 겁니다.

올해 기준 반도체 업계에선 7나노 및 4나노 수준이 상용화됐습니다. 퀄컴이 공개한 차세대 모바일 프로세서(AP) '스냅드래곤8 3세대'는 대만의 파운드리 기업 티에스엠씨(TSMC)의 4나노 공정으로 제조되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인데요. 이를 넘어서 파운드리 업계는 2나노 공정을 상용화를 위해 열심히 달리고 있습니다.

현재 지금 삼성전자와 티에스엠씨는 2나노 공정에서 경쟁의 불이 붙은 상황입니다. 티에스엠씨는 올해 하반기 2나노 시제품 생산 준비에 착수한 가운데, 삼성전자도 내년 본격적으로 2나노 양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2나노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수율을 누가 더 빨리 끌어 올리느냐가 관건이 될 것 같습니다.

배태용 기자
tyba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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