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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결산/통신] 요금인하 압박에 성장한계 봉착…통신3사 해법은 ‘AI’

권하영 기자
서울 영등포구 한 이동통신 대리점 모습. [Ⓒ 연합뉴스]
서울 영등포구 한 이동통신 대리점 모습. [Ⓒ 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올 한해는 통신업계에 결코 녹록지 않은 해였다. 핵심 캐시카우인 5G 가입자 성장이 정체 국면에 들어섰고, 정부는 시장 과점 지적과 함께 통신비 인하 압박을 가했다. 무엇보다 기존 유무선 통신 사업이 성장 한계에 부딪히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하는 버거운 숙제가 주어졌다.

◆ 영업이익 잔치에도 5G 성장 둔화로 웃지 못하는 통신사들

올해 통신3사 실적은 훌륭했다. 매 분기마다 3사 합산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었다. 가장 최근인 3분기 실적을 보면 SK텔레콤 4980억원, KT 3219억원, LG유플러스 2543억원 순으로 영업이익을 올렸다. 다만 3사 영업이익 합계는 전년동기(1조3275억원)와 비교했을 때 10.8% 줄었다. 수익성이 예전만 못해진 것이다.

배경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은 5G 가입자 정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의 무선통신서비스 가입현황 통계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5G 가입자는 3179만5000여명으로 전달보다 0.91%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19년 4월 5G 상용화 이후 전월 대비 증가율이 1%를 밑돈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무선 사업에서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이 가장 높은 5G 시장이 주춤했다는 것은 위험 신호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알뜰폰 선호도가 높아지며 전체 무선 시장 점유율도 많이 뺏겼다. 사물인터넷(IoT) 회선 증가 영향이 크긴 하지만 알뜰폰의 가입회선 점유율은 9월 기준 18.4%까지 올랐다. 또 보조금을 받은 상당수 알뜰폰 업체들의 ‘0원 요금제’ 출시 경쟁이 벌어지면서, 번호이동 시장에서 알뜰폰 순증과 통신사 순감 현상이 계속됐다. 통신사들도 알뜰폰 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 통신물가 상승 주범? 정부 압박에 5G 요금제 전면 개편

이런 상황에 설상가상 정부가 통신사들을 향해 칼을 빼들었다. 연초에 윤석열 대통령이 통신 시장 과점 문제를 지적한 것이 기점이 돼, 통신사를 겨냥한 정부 정책이 쏟아졌다. 과기정통부는 올 7월에 ‘통신시장 경쟁촉진 방안’을, 11월에 ‘통신비 부담완화 방안’을 각각 추진하면서, 5G 요금제를 다양화하라며 통신사를 몰아붙였다.

이에 통신3사는 지난 4월11일 LG유플러스를 시작으로 5월1일 SK텔레콤, 6월2일 KT가 각각 30~100GB 구간 사이의 신규 5G 중간 요금제를 출시했다. 뿐만 아니라 데이터를 더 많이 제공하는 청년 전용 요금제와 가격을 낮춘 시니어 요금제 등 특화 요금제들도 내놨다. 중간요금제와 특화 요금제를 출시함으로써 이용자들은 자신의 데이터 실사용량에 맞춰 요금을 선택할 수 있게 됐고, 정부와 업계는 이것이 사실상 통신비 절감 효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통신사들은 내년 1분기 중 3만원대 5G 요금제를 선보이기로 정부와 약속했다. 현재 4만원 중반대인 5G 요금의 최저 구간을 더 낮추겠다는 것이다. 더불어 5G 단말기로 LTE 요금제에 가입하지 못하도록 제한했던 것도 없애기로 했다. SK텔레콤은 11월에 이미 이러한 내용으로 이용약관을 변경했고, 다른 통신사들도 조만간 같은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 28㎓ 주파수 반납한 통신사들, 신규 사업자 찾아나선 정부

정부가 발표한 통신 정책 중에서는 28㎓ 주파수를 활용한 신규 사업자, 사실상 ‘제4 이동통신사’(제4이통)를 육성하겠다는 방침도 담겨 있었다. 지난해 12월 KT와 LG유플러스에 이어 올해 5월 SK텔레콤마저 기준 미달로 28㎓ 주파수 할당이 취소됐는데, 과기정통부는 이 주파수를 기존 통신3사가 아닌 새 사업자에 할당해 사업화시키고 과점화된 통신 시장 경쟁을 활성화하겠다는 포부였다.

과기정통부는 신규 사업자를 적극 유치하기 위해 진입장벽을 낮추고 파격적인 혜택을 달았다. 주파수 할당대가는 최저경쟁가격이 740억원으로 책정해 과거 통신3사에 부과했던 할당대가(2702억원)의 3분의1 수준으로 낮췄다. 망 구축 의무도 과거 통신사 수준(1만5000대) 대비 절반으로 그쳤다. 하지만 정부가 28㎓를 새로 할당하겠다고 나선 지 수 개월째, 선뜻 나서는 기업은 아직도 없는 상황이다. 지난달 20일 시작된 28㎓ 주파수 할당 신청 접수 기한은 오는 19일자로 끝이 난다.

28㎓ 주파수를 사실상 포기한 통신사들 사이에선 회의론이 크다. 28㎓는 주파수 특성상 막대한 투자 비용을 수반하지만 정작 사업모델은 많지 않아 수익성이 담보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험과 기술을 보유한 통신3사도 포기한 마당에, 신규 사업자가 뛰어들긴 쉽지 않은 시장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 통신 사업만으론 힘들다…AI 간판 내걸고 체질개선 승부수

5G 시장 정체와 정부의 정책 압박, 28㎓ 주파수 반납 등으로 통신 사업에서 악재가 많았던 통신사들은 올해 그 어느 해보다 절실하게 ‘탈(脫)통신’을 외쳤다.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인터넷데이터센터(IDC) 등 신사업 육성에 사활을 걸었다. 특히 통신3사 최고경영자(CEO)들은 공통적으로 ‘AI’를 핵심 미래먹거리로 꼽으면서 회사의 체질 개선을 전폭적으로 이끌었다.

연말 인사에서 CEO 유임에 성공한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AI 피라미드’ 전략을 제시한 상황이다. ▲AI인프라 ▲AIX(AI전환) ▲AI서비스 등 3대 영역을 중심으로 통신용 AI 기술을 고도화하고, AI 솔루션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AI서비스사업부’와 ‘글로벌·AI테크사업부’, ‘T-B 커스터머사업부’와 ‘T-B 엔터프라이즈사업부’ 등 AI를 중심으로 한 4대 사업부문으로 조직을 재편하고, AI 솔루션 사업을 전담하는 ‘톱 팀’까지 신설했다.

KT의 경우 차기 대표이사 선임과 관련해 외풍과 내홍이 격렬했던 특수한 상황이었지만, 지난 8월 말 김영섭 대표를 새로운 CEO로 맞이하면서 본격적으로 AI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김 대표 또한 이번 조직개편에서 KT 그룹의 AI 및 정보기술(IT) 거버넌스 체계를 수립할 역할로 ‘기술혁신부문’ 조직을 신설하는 한편 AI 연구개발 조직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10월 출시한 자체 초거대 AI ‘믿음’은 이러한 KT의 AI 사업 근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년에 이어 다시 한번 LG유플러스를 이끌게 된 황현식 대표도 신사업 발굴에 박차를 가한다. LG유플러스를 ‘플랫폼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비전 아래 4대 플랫폼(라이프스타일·놀이·성장케어·웹3.0)을 주축으로 한 ‘U+3.0’ 전략을 제시했고, 지난 11월 ▲AI컨택센터(AICC) ▲AICC 클라우드 ▲소상공인 AI 솔루션 등 3대 AI 서비스를 기반으로 기업간거래(B2B) 시장을 전면 공략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상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각종 규제와 성장 한계에 부딪힌 통신사들이 새로운 동력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해가 아니었나 싶다”며 “AI와 B2B 사업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흐름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하영 기자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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