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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찍먹] ‘TL’, 리니지와 달랐다…매력은 물음표

문대찬 기자
지난 12월7일 출시된 TL [ⓒ엔씨소프트]
지난 12월7일 출시된 TL [ⓒ엔씨소프트]

[디지털데일리 문대찬 기자] 엔씨소프트(엔씨) 신작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쓰론앤리버티(이하 TL)’는 지난 클로즈베타테스트(CBT)와는 확연히 달라진 게임성을 보여줬다. 다만 꼭 해야 할 게임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표를 해소하기엔 아직 부족해 보였다.

지난 7일 오후 8시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TL은 엔씨가 2012년 ‘블레이드&소울’ 이후 11년만에 신규 지식재산(IP)으로 개발한 게임이다. 그간 모바일 기반 ‘리니지’ 시리즈만 고집한 엔씨가 PC‧콘솔 플랫폼을 겨냥해 내놔 출시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직접 플레이한 TL은 지난 CBT에서 지적된 문제 대부분을 개선한 모습이었다. TL은 5월 CBT 당시 PC‧콘솔 게임으로는 부족한 전투 재미와 조작감으로 아쉬운 평가를 받은 받았다. 이에 엔씨는 원점부터 게임을 되돌아보고 피드백에 기반해 약 7개월간 담금질에 집중해 왔다.

엔씨 TL 전투 장면. [ⓒ엔씨소프트]
엔씨 TL 전투 장면. [ⓒ엔씨소프트]

변화가 가장 두드러진 부분은 전투 시스템이었다. TL은 CBT 당시엔 모바일 게임의 흔적이 선명한 작품이었다. 자동사냥 기능이 존재하는 등 기본적인 전투 재미 마련에 소홀했다는 인상이 짙었다. 하지만 자동사냥이 삭제된 정식 버전에서는 보다 역동적인 전투가 가능했다.

타격감이 향상됐고, 이동 공격도 가능했다. 조작감도 준수해 적과 간격을 벌리는 방법 등으로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사냥할 수 있었다. 보스와 1대1로 대결하는 ‘타이달의 탑’ 등 기민한 컨트롤을 요구하는 콘텐츠에선 수동 조작 비중을 높이기 위한 개발진의 고민을 엿볼 수 있었다.

다만 짧은 기간 여러 요소를 다듬는 과정에서 또 다른 고민거리도 생겼다. 소모적인 퀘스트 동선이 일례다. 자동 이동 기능이 있을 때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을 테지만, 해당 기능이 삭제되자 넓은 필드를 오랜 시간 가로지르며 임무를 수행하는 일이 잦았다.

고품질 그래픽으로 구현된 TL 세계는 그 자체로도 즐거움을 주기 충분한 수준이지만, 동선 곳곳에 탐험 재미를 늘려줄 요소가 부족해 장시간 필드를 오가는 과정이 무료하게 느껴졌다. 임무 지점까지 경로가 월드나 지도상에 구체적으로 표시되지 않는 점도 불편함을 키웠다.

TL은 고품질 컷신과 연출에 공을 들였다. [ⓒ엔씨소프트]
TL은 고품질 컷신과 연출에 공을 들였다. [ⓒ엔씨소프트]

‘결국은 리니지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는 덜어낸 모습이었다. ‘리니지’ IP를 양산한 수준에 그친 최근작들과 달리, TL 전반의 만듦새는 뛰어난 편이었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듯 스토리에도 공을 들였고 관련 컷씬 연출에도 힘을 쏟은 인상이었다. 원하는 대로 캐릭터를 꾸밀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 기능은 특히 수준급이다. 여러모로 엔씨 체급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공언대로 수익모델(BM) 역시 리니지와 달랐다. 게임 진척도에 따라 보상을 주는 ‘배틀패스’ 2종과 캐릭터 치장품이 주요 BM으로 구성됐다. 기존 펫과 탈 것에 해당하는 ‘아미토이’와 ‘야상 변신’이 있지만 이들 등급은 모두 동일하고, 캐릭터 능력치에 영향을 주지도 않았다.

TL은 엔씨의 변화 의지가 선명히 드러난 작품이다. 이는 분명 상징적이지만, 엔씨와 떼어놓고 봤을 때 TL이 꼭 해야 하는 게임이냐는 물음에는 선뜻 답하기 힘들다.

TL은 기존 MMORPG 문법에 충실한 게임이다. 고난도 던전에 들어가거나 ‘쟁’으로 불리는 이용자간전투(PvP) 등 엔드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서는 초반 점점이 흩어진 퀘스트 수행과 사냥을 반복하며 기나긴 성장 시간을 거쳐야 하는 구조다.

TL 필드를 가로지르는 모습. [ⓒ엔씨소프트]
TL 필드를 가로지르는 모습. [ⓒ엔씨소프트]

그러나 이 시간 이용자를 붙들어 둘 매력이 TL에 있느냐는 의문이다. 전투 재미가 특출나지 않고, 스토리 내러티브는 평이하다. 광활한 오픈월드를 탐험해야 할 당위성도 부족하다.

엔씨가 차별성으로 내세운 날씨 시스템은 게임 초반엔 체감하기 힘들고, 특정 상황에서는 퀘스트 수행에 제약을 거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유튜브 숏폼 등 짧은 시간 강한 자극을 주는 콘텐츠를 선호하는 최근 세대에게, TL의 호흡은 지나치게 무겁고 느리다. 특히 리니지 시리즈로 인해 엔씨 게임에 일종의 편견마저 갖고 있는 국내 게이머를 사로잡기엔 아직 여러 부분에서 부족함이 느껴졌다.

현재도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게임인 건 분명하지만, 초반 성장 구간을 다듬어 이용자를 엔드 콘텐츠까지 유도할 수 있느냐가 TL 흥행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엔씨는 출시 후 이용자 피드백에 기민하게 반응해 13일 첫 업데이트를 계획을 공개했다. 성장 어려움을 줄이기 위해 의뢰 보상에 경험치를 추가하고, 특정 환경에서만 수행 가능했던 퀘스트 조건을 완화할 계획이다. 30레벨 이상 캐릭터가 플레이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 변화도 예고했다. 파티원을 손쉽게 찾을 수 있는 ‘매칭 시스템’도 개발 중이다.

엔씨 안종욱 TL 총괄 PD는 “출시 직후부터 각종 수정사항들을 적용해 왔지만 아직 이용자분들의 목소리에 부응하기엔 충분치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플레이 동향과 목소리에 늘 귀 기울이며 개선해 나갈 것이며, 부족한 부분은 정성으로 채우겠다”고 말했다.

문대찬 기자
freez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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