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결산/플랫폼②] 올해도 ‘포털 수난시대’…곳곳서 제재 행보
[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지난해 10월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에 따른 ‘카카오 먹통’ 사태에서 확산한 플랫폼 규제 기조가 올해도 이어졌다. 윤석열 정부가 플랫폼 기업에 대해 자율규제를 내걸었지만, 그와 상반된 움직임도 다수 포착됐다.
◆베일 벗은 ‘카카오먹통방지법’, 플랫폼·데이터센터도 이제 재난관리 대상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10월 발생한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및 카카오·네이버 등 서비스 장애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후속 조치로 지난 3월 말 ‘디지털서비스안정성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이른바 ‘카카오먹통방지법’이라 불리는 방송통신발전기본법(방발법) 개정에 따라 기간통신사업자인 통신사만 해당하던 재난관리 의무대상에 일정 규모 이상 플랫폼인 부가통신사업자와 데이터센터도 포함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어 지난 7월 과기정통부는 재난관리 의무대상으로 새롭게 포함될 주요 통신사업자를 지정했다. 부가통신서비스 분야 대상사업자로는 ▲네이버 ▲카카오 ▲삼성전자 ▲구글 ▲메타플랫폼스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 ▲아마존웹서비시즈(AWS) 7개사, 데이터센터 분야 대상사업자는 ▲KT클라우드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삼성SDS ▲LG CNS ▲SK C&C ▲네이버클라우드 ▲MS 5673 코리아 8개사가 지목됐다.
업계는 일찍이 방발법 개정으로 부가통신사업자가 재난관리 의무대상자가 되는 것에 반대해 왔다. 재난대응 관리조치 역시 기존 정보통신망보호법에 따른 사전규제로 규율해도 충분한데, 사후규제를 추가하면 이중규제가 된다는 우려에서다. 방발법을 중심으로 한 ‘카카오먹통방지법’들은 지난 20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인터넷데이터센터(IDC)법’을 기반으로 한다. 당시엔 이중 규제와 법체계 미비 등 업계 반발로 무산됐다.
하지만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 서비스 장애 사태가 발생하면서 2년 만에 상황은 반전됐다. 과기정통부는 사업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법 적용 대상을 최소로 한정한 데다, 목적 자체가 규제가 아닌 안전 관리와 사후 조치 보고 등을 점검한다는 취지라 이중규제 요소는 배제했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작 우려 영향…네카오 신규 서비스 속속 철회
제22대 총선이 가까워지면서 국내 양대 포털인 네이버와 카카오 다음을 향한 전방위적 공세도 갈수록 강화됐다. 가짜뉴스 등 부정적인 여론 확산 및 조작 우려로 올해만 벌써 세 번째 포털 서비스가 종료됐다. 먼저 네이버는 모바일 앱에서 일부 시범 운영해 오던 콘텐츠 추천 서비스 ‘트렌드 토픽’을 지난 7월 중 정식 출시할 예정이었지만, ‘실시간 검색어(실검)’ 부활이라는 논란 탓에 도입을 철회했다.
당시 회사는 트렌드 토픽이 검색뿐만 아니라 각자 관심사를 기반으로 한 개개인 맞춤형 서비스라는 점에서 실검 형태와 다르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지난 10월 카카오는 여론 조작 의혹이 불거진 다음스포츠 게임센터 클릭응원 서비스를 중단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한중 남자 축구 8강전 당시 해당 응원 페이지에서 중국팀을 클릭해 응원한 비율이 한때 전체의 90% 이상을 넘긴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정부와 여당은 국내 포털에서 자국이 아닌 중국을 더 많이 응원하는 이상 현상을 두고 여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카카오는 클릭 응원 서비스를 곧바로 종료하고, 한중 축구 8강전 응원 통계에서 2개 해외 IP가 심야 시간대에 매크로(자동입력반복) 프로그램을 활용했다는 정황을 포착해 경찰에 수사도 의뢰했다.
아울러 네이버는 지난달 ‘뉴스 댓글 내 인용답글(답글의 답글) 작성 기능’을 운영한 지 나흘 만에 서비스를 종료했다. 네이버 뉴스 댓글에 대댓글만 달 수 있었던 기존과 달리, 특정 답글에 대한 답글도 가능하게 한 것은 이용자 간 소통이 더 활발할 수 있게끔 장려하는 취지였다. 하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 기사에서 ‘댓글 갈등’이 격화할 것이란 우려가 빗발치자 곧장 철회한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를 상대로 사실조사도 진행 중이다. 뉴스 검색 순위 알고리즘을 의도적으로 조정했다는 의혹 때문이다. 방통위는 지난 7월부터 네이버가 언론사 인기도 순위 선정 방식을 바꿔 뉴스 검색 노출에 개입했는지를 두고 실태점검에 나섰다. 이후 빠르게 사실조사 착수에 돌입, 지난 10월 네이버 사옥에 조사관 10여명을 보내 뉴스 서비스의 전기통신사업법 금지행위 위반 여부를 파악하려 현장 조사를 했다. 하지만 업계뿐만 아니라 야당에서도 법적 근거가 미비하다는 이유로 ‘총선을 대비한 포털 장악 움직임’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플랫폼 대상 M&A 심사기준 강화
공정거래위원회는 플랫폼들의 이른바 ‘문어발 확장’에 제동을 걸기 위한 기업결합(M&A) 심사기준 개정 작업에 한창이다. 해당 개정안은 기존 M&A 심사기준이 제조‧유통‧서비스업에 맞춰져 있어 플랫폼업계 경쟁 제한성을 측정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공정위가 지난해 카카오 서비스 장애 사태를 기점으로 이 작업에 속도를 낸 후, 플랫폼과 스타트업계에선 재차 우려가 제기됐다.
독점규제법상 기업결합 규제 조항 자체가 모호한 상황에서 플랫폼이라는 이유로 규제 권한이 강화하면 관련 산업 생태계가 혼란해지기 때문이다. 스타트업계 생태계에 숨통을 틔울 M&A를 통한 자본회수(엑시트)도 더 어려워진다는 점도 우려 요소로 꼽혔다. 공정위는 업계 목소리를 반영해 스타트업에 미칠 피해가 적도록 지난해 초안보다 기준이 다소 완화된 결과물을 내놨다.
플랫폼 매출이 적어도 혁신 가능성과 이용자 수를 따져 간이심사를 일반심사로 전환하기로 한 것이다. 예컨대, 플랫폼이 기업결합을 신고할 때 인수하려는 업체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가 월평균 500만명 이상이거나 연간 연구개발비를 300억원 이상 지출하는 경우가 해당한다. 기업결합에 따른 경쟁 제한성을 평가할 때 서비스 이용자 수와 이용 빈도 등도 고려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매출 기반으로 시장 점유율을 평가했지만, 플랫폼이 제공하는 무료 서비스는 영향력에 비해 점유율이 낮게 나타나는 특성을 감안했다는 의미다. 공정위는 서로 다른 업종 간 기업결합에서 주력 상품에 다른 상품을 끼워 파는 일이 발생하는지도 따져본다. 그러나 법을 적용받는 수범자들에겐 여전히 불확실성이 커 입법에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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