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대형 메기’ 없었다…정부 ‘제4이통’ 유치 전략 ‘반쪽 성공’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SK텔레콤·KT·LG유플러스 3사로 고착화된 통신 시장에 ‘메기’를 등장시키려던 정부의 꿈은 이뤄질 수 있을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제4 이동통신사’(제4이통) 유치를 위한 5G 주파수 28㎓ 대역 할당에 참여할 신규 사업자 모집을 지난 19일자로 마쳤다. 결론부터 말하면, 정부와 시장이 기대한 ‘대형 메기’는 없었다. 저력 있는 두 알뜰폰 사업자가 도전장을 내긴 했지만, 굳건한 통신3사 체제를 깨뜨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 28㎓ 신규 사업자 후보로 세종텔레콤·스테이지파이브·마이모바일 참여
과기정통부는 지난 19일 오후 6시까지 28㎓ 대역 신규 할당 신청 접수를 받았다. 그 결과, 알뜰폰 업체인 세종텔레콤과 스테이지파이브, 마이모바일(미래모바일)이 참여해 최종 후보가 됐다. 복수 후보인 만큼 이들 기업은 정부 심사를 거쳐 추후 경매를 진행해야 한다. 정부가 정한 최저경매가는 742억원이지만, 경쟁에 불이 붙으면 순식간에 가격이 올라갈 수도 있다.
이번 할당은 기존 통신3사가 지난 2018년 할당받은 28㎓ 대역 주파수를 반납하게 되면서 이뤄졌다. 통신3사는 전국망 용도로 3.5㎓ 대역을 할당받고 핫스팟 용도로는 28㎓ 대역을 할당받았는데, 당초 기대와 달리 28㎓ 사업의 수익성이 불확실한 데다 막대한 투자비까지 투입되면서 사실상 주파수를 포기한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이 주파수를 기존 통신3사가 아닌 신규 사업자에 할당하기로 결정했다. 3사가 오랜 기간 과점 중인 통신 시장에 이른바 ‘제4이통’을 등장시켜 경쟁을 활성화하겠다는 복안이었다. 과기정통부는 최저경매가도 기존 통신3사의 3분의1 수준으로 깎고, 기지국 구축 조건도 절반으로 낮추는 등 파격 혜택까지 내세웠다.
결과적으로 이번 할당은 복수 후보가 참여해 경매로 전환됐기 때문에, 표면적으로는 과기정통부가 어느 정도 흥행을 거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하지만, 실질을 따져보면 정부의 제4이통 유치 전략은 사실상 실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통신3사를 견제할 수 있을 정도의 몸집을 갖춘 대형 사업자는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 막대한 투자 감당할 자본력 중요…대기업 불참에 아쉬움
제4이통 후보로서 기업의 규모가 중요한 이유는 그만큼 통신 산업이 지속적으로 막대한 투자를 해야 하는 산업이기 때문에 그렇다. 그동안 정부가 제4이통을 유치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또 실제로 도전한 사업자들도 많았지만, 결국 모두 실패한 이유는 이런 투자를 감당할 만한 ‘재무건전성’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특히나 28㎓ 대역은 더욱 더 많은 투자를 필요로 하는 자원이다. 장애물을 피하는 회절성이 약한 28㎓ 대역 특성상, 기지국을 아주 촘촘하게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통신 사업에는 도가 튼 기존 통신사들조차 28㎓ 대역은 수지타산이 맞지 않다며 포기를 한 마당이니, 웬만한 투자 의지 없이는 성공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런 이유로 정부도 내심 대기업들의 참여를 바란 눈치다. 실제로 과기정통부는 KB국민은행부터 네이버, 카카오, 쿠팡,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운영사) 등 자본력이 든든한 회사들에 사전 접촉을 하면서 적극적으로 제4이통을 권유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모두가 손사레를 쳤고, 결과적으로 어느 곳도 참여하지 않았다.
이번 할당에 참여키로 한 세종텔레콤과 스테이지파이브도 저력이 있는 회사들이긴 하지만, 기존 통신사들과 비교해 자본력이 현저히 부족한 건 사실이다. 세종텔레콤은 통신사 계열을 제외하고 가장 규모 있는 알뜰폰 업체긴 하지만, 2015년 제4이통 도전 당시에도 자금 조달 능력이 문제가 돼 정부 심사에 미달된 적이 있다.
스테이지파이브는 지난 18일자로 원래 최대 주주였던 카카오가 3대 주주로 내려가면서 대기업 분류에서 제외된 상황이다. 현 경영진들이 주축이 된 신규투자조합이 카카오 지분을 사들여 1대 주주로 올라섰다. 사실 ‘카카오’라는 이름과 자본력이 뒷받침됐다면 이번 제4이통 도전에 훨씬 힘이 실렸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나마 스테이지파이브는 컨소시엄으로 신한투자증권 등 금융권 투자자를 확보했기 때문에 재무적으로 유리한 면이 있다. 그럼에도 복잡한 이해관계가 모인 컨소시엄의 특성상 의사결정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과거에도 이런 이유로 무산된 제4이통 컨소시엄들이 무수히 많았다.
중소 컨소시엄인 미래모바일 쪽도 같은 우려가 나온다. 이번에 마이모바일이란 이름으로 컨소시엄을 꾸려 신청을 한 미래모바일은 당초부터 할당 가능성이 낮게 점쳐졌다. 또한 미래모바일 측은 정부 방침과 달리 기존 와이브로용으로 사용했던 2.3㎓ 대역도 함께 할당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어 난관이 예상된다.
◆ 정부 “이번엔 다르다” 업계 “과연 가능할까” 엇갈린 기대
요컨대, 통신사들이 포기한 28㎓ 주파수로 신규 사업자를 발굴하고 나아가 통신3사와 견줄 만한 ‘제4이통’을 만들려는 정부의 목표는 현재로서 달성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후보 사업자들이 28㎓ 대역의 매몰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정적인 재무 능력을 입증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과기정통부도 이런 이유로 사업자들의 진입 부담을 최대로 낮추겠다는 방침이다. 이번에는 주파수 할당대가를 누진적으로 납부하도록 해 초기 비용을 최소화하는 한편 최대 4000억원 규모의 정책금융과 세액공제 지원까지 내걸었기 때문에, 이전과는 달라질 수 있다는 희망이 엿보인다.
통신업계는 관망하는 태도다. 예상을 뛰어넘는 대형 사업자가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안심하면서도, 제4이통 등장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규 사업자가 28㎓를 잘 활용할 수 있을지 우리도 궁금하다”며 “아직 정부 절차가 남아 있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과기정통부는 후보 사업자가 제출한 사업계획서를 토대로 자금조달 가능성 등 적격성 여부를 심사한다. 양사 모두 심사를 통과하면 경매를 실시한다. 할당 대상 주파수는 28㎓ 대역 800㎒폭(26.5~27.3㎓)과 신호제어용 앵커주파수 700㎒ 대역 20㎒폭(738~748㎒, 793~803㎒)이다. 할당 기간은 할당일로부터 5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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