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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결산/디지털금융③] 'AI와의 아름다운 동행'은 환상일까… 기로에 선 혁신

박기록 기자
2023.7 삼성생명은 AI기반의 혁신 기술을 활용해 10년만에 콜센터 업그레이드를 완료했다 ⓒ삼성생명
2023.7 삼성생명은 AI기반의 혁신 기술을 활용해 10년만에 콜센터 업그레이드를 완료했다 ⓒ삼성생명

[디지털데일리 박기록 기자] 최근 국내 한 대형 시중은행의 대전 지역 콜센터 협력업체의 계약 축소로 240명의 상담원들이 갑작스럽게 해고 위기에 몰렸다.

다행히 이 은행과 계약을 맺고 있는 또 다른 콜센터 협력업체 2곳이 고용 승계를 결정함으로써 연말 뒤숭숭했던 국내 금융 콜센터업계도 겨우 안정을 되찾았다.

하지만 국내 금융 콜센터 업계의 고용 불안은 시기의 문제일뿐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특히 올해 초 출현한 '챗GPT'와 같은 '생성형AI(인공지능)' 는 기존보다 AI 능력치를 훨씬 강력하게 끌어올리면서 대고객 금융서비스의 빠른 진화로 이어지고 있다.

더구나 '생성형 AI'는 콜센터 상담원, 영업점 텔러 등 채널조직의 인력뿐만 아니라 금융회사 내부 전문 인력의 업무까지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금융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로서는 충분히 위협으로 느낄만한 상황이다.

현재로선 AI가 직원들을 '보조하는 역할'(?)에 그치고 있지만 이러한 불안한 동행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다. 결과적으로 금융권 고용 불안의 트리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불편한 얘기지만, 금융권은 AI·RPA(로봇프로세스자동화)와 같은 혁신적인 기술들을 내세워 '초개인화', '초자동화' 로 포장한 금융서비스의 고도화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그에 따른 고용불안에 대한 눈에 띠는 해법을 제시하고 있는 금융회사들은 없다.

물론 금융회사들은 처음부터 직원 감축을 염두에 두고 AI에 대한 투자를 독려하지는 않는다.

결과적으로 직원들의 생산성이 크게 개선되면서 과거 100명이 했던 일은 이젠 70~80명이 해도 충분할 정도의 상황을 맞이한 것이다.

이는 불현듯 찾아온 AI의 잘못도 아니고 금융회사의 잘못도 아니다.

'공생'에 대한 새로운 지혜와 해법이 필요해졌을 뿐이다. 우리는 지금 그 불안과 불확실성의 시간과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진격의 AI… '금융 생산성' 획기적 개선

AI로 인한 고용불안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올해 금융권은 의미있는 AI 기반의 혁신 금융서비스 사례들을 속속 선보였다.

또는 AI기반의 디지털혁신 금융서비스는 강력한 역동성을 가지고 2024년에도 잔 금융업종에서 분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은행은 23억원을 투입해, 올해 11월 자사의 대표 금융플랫폼인 '우리WON뱅킹'에 '생성형AI'를 적용하기위해 6개월간의 '생성형 AI기반 AI뱅커'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우리은행은 2024년 1분기에 개발이 완료되면 기존 '우리WON뱅킹'통해 제공되는 예·적금 상품 상담, 목돈 마련 도우미 서비스 등이 획기적으로 빨라지는 등 서비스의 품질이 크게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은행측은 ▲생성형 AI 기반 멀티턴(Multi Turn)의 대화를 통해 금융업무를 처리하는 언어모델 개발 ▲모바일 채널(앱)에서 고객과 언어모델 ▲ 생성형 AI의 도입, 개발과 운영을 위한 데브옵스(DevOps) 플랫폼의 기획 및 요건 수립을 사업 요건으로 제시했다.

'멀티턴' 방식이란 챗GPT와 여러번 대화를 통해 결과물을 미세하게 조정해 나가는 방식으로, 프롬프트의 내용과 형식을 지정하는 싱글턴(single turn)방식보다 더 정확한 답변을 추출해 내는 장점이 있다.

앞서 보험업계에선 KB손해보험이 올해 8월 '미래컨텍센터'(FCC, Future Contact Center)를 통해 AI기반의 컨텍센터가 제공하는 혁신적인 서비스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보여줬다.

참고로, 보험업계는 업무 특성상 콜센터와 같은 채널시스템의 의존도가 크며 가장 빠른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현재 KB손보는 KB금융그룹 7개 계열사가 공동적용하기위해 개발한 AI기반의 ‘KB FCC’플랫폼을 본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KB금융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AI 텍스트 분석 기술인 ‘KB-STA’를 통해 실제 상담원과 상담하는 것처럼 생동감 있는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KB손보는 이를 통해 기존보다 성능이 크게 개선된 ▲콜봇 ▲채팅상담 ▲KB FCC 콜인프라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예를들면 ‘콜봇’은 음성인식기술(STT, Speech to Text)과 음성합성기술(TTS, Test to Speech)을 결합해 채팅이 아닌 음성으로 시간과 장소의 제약없이 24시간 365일 언제든 신속한 상담이 가능해졌다.

이번 FCC에서 KB손보는 자연어처리 모델을 재구축하고 차량상태 확인을 위한 문답을 추가해 콜봇이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하는 기능을 강화했다. 또 향후 장기보험 실효안내, 결제카드 정보 변경·해지 등에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또 상담사의 업무효율을 높이고 상담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고객과의 상담 내용을 텍스트로 변환해 고객의 질문 의도에 따른 상담 지식을 자동으로 보여주는 AI 기술 기반의 ‘상담 어드바이저’ 시스템을 구축했다.

국내 최대 생명보험사인 삼성생명도 올해 7월 AI기반의 신규 콜센터 시스템을 도입했다. 10년만의 콜센터 개편일만큼 삼성생명에게 AI는 충분한 혁신의 동기가 됐다.

삼성생명 음성인식·합성(STT·TTS)과 AI 기술을 적용해 더욱 신속하고 정확한 상담이 가능한 환경을 구축했다.

상담사는 실시간으로 기록되는 대화 내용을 토대로 고객의 요청사항을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AI의 도움을 받아 상담에 유용한 정보를 빠르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시스템 속도 개선으로 보험계약 세부사항 등 데이터를 불러오는 시간도 기존 대비 2배 이상 단축됐다.

또 화면 공유와 채팅 기능을 도입해 음성통화의 한계를 극복하고 비대면 상담에 대한 고객의 접근성을 높였다.

서류접수 및 작성안내, 안내장 설명 등 시각적 자료의 활용이 가능해져, 고객과 상담사가 동일한 화면을 함께 확인하며 상담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삼성생명은 청각장애인을 위한 콜센터 화상 상담 수어(수화) 서비스가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도 삼성생명은 청각장애인을 대상으로 ‘보이는 ARS’ 및 손말이음센터와 연계한 중계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밖에 콜센터외에 금융회사 내부 직원들을 위한 AI 도입도 빠르게 속도가 붙고 있다.

지방은행인 DGB대구은행은 지난 22일 'AI은행원' 개발을 마치고 내부 활용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2023. 12.22 대구은행이 내부 업무에 활용을 시작한 AI모델 은행원 '한아름' ⓒ대구은행
2023. 12.22 대구은행이 내부 업무에 활용을 시작한 AI모델 은행원 '한아름' ⓒ대구은행

대구은행은 지난 7월 시중은행 전환을 선언했는데, 이같은 AI기반의 생산성 혁신이 필요한 상황이란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대구은행이 이번에 선보인 AI모델 은행원 ‘한아름’은 사내 방송 및 직원 교육 프로그램에 활용되고 있으며, 은행 SNS 플랫폼 등에 사용을 검토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음성변환기술 TTS를 접목해 110여개국의 75종 언어를 450여 종의 목소리로 발화할 수 있다. 동남 아시아 등 해외 서비스에도 AI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대구은행은 생성형 AI와 연계한 실시간 상담을 궁극적 개발 목표로 정하고 AI키오스크 운영, AI 기반 모바일 서비스 운영 등 업무 생산성 및 고객 만족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박기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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