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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잘 벌수록 '상생금융' 부담커지는 은행권… 순익낮은 우리은행은 표정관리?

권유승 기자
지난 21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권 민생금융지원 간담회에서 (앞줄 왼쪽 다섯번째부터)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조용병 전국은행연합회장,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20여개 은행장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1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권 민생금융지원 간담회에서 (앞줄 왼쪽 다섯번째부터)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조용병 전국은행연합회장,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20여개 은행장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조원 규모 '민생금융지원' 갹출 방안에 은행권 일각 우려의 목소리

-'당기순이익 기준' 분담금에 은행권 의도적 순이익 낮추기 행태도 예상

-기업투자 늘리거나 대손충당금 보수적 적립 등은행권 치열한 눈치싸움 예고

[디지털데일리 권유승 기자] 자영업자·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상생금융' 지원금액이 구체화되면서 은행권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앞서 은행권은 2조원대 이상의 금융지원을 당기순이익에 따라 차등 분담하기로 했다. 이는 결국 돈을 잘 벌수록 부담해야 할 금액도 비례해서 늘어나는 '비례형 각출' 방식이다.

이 때문에 향후 의도적으로 순이익을 낮추려는 은행들이 나타나고, 이럴 경우 금융지주사의 결산 배당에도 악영향을 미쳐 주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20개 은행이 ‘2조원+α’ 규모의 민생금융지원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금융당국과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상생금융의 일환으로 개인사업자 약 187만명에게 평균 85만원씩 이자를 환급한다는 게 은행권 이번 민생금융지원 방안의 골자다. 총재원 2조원의 약 80%인 1조6000억원의 자금 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추산된다.

개인사업자대출을 보유한 차주는 대출금 2억원 한도로 1년간 4% 초과 이자납부액의 90%를 환급받을 수 있다. 차주당 총 환급 한도는 300만원까지다.

2조원 규모의 지원금액은 국책은행인 산업‧수출입은행을 제외한 18개 은행이 분담할 예정이다.

◆당기순이익 기준에 따른 분담금… "투자 기회비용 상실 우려" 은행권, 깊어지는 고심

문제는 당기순이익을 기준으로 지원금액을 분담하기로 결정하면서 일부 금융권에서 우려의 시선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이 같은 기준으로 지원방안이 계속 정례화된다면 돈을 벌려는 금융사들의 노력이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면서 "예를들어 기업 투자를 늘리거나 충당금을 보수적으로 적립하는 등의 방식으로 순이익을 조금 더 낮추려는 폐해가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아 사실 걱정은 좀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성과가 잘 나왔으니 더 많이 부담하라는 게 일반적으로 보면 맞는 얘기일 수는 있다"면서도 "그러나 매년마다 이렇게 부담을 해야한다고 가정하면 금융사 입장에서는 다른데 투자할 수 있는 기회비용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서로 이런 부분들에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익의 10%를 자금으로 책정했을 시 4대 은행 중 1등인 KB국민은행과 꼴찌인 우리은행의 분담금 차이는 무려 1000억원에 달한다.

은행권에 따르면, 이번 발표된 민생금융지원방안에 따라 국민은행‧하나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이 각각 부담해야 할 금액은 2000억원~3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실 객관적으로 뭐가 맞다 뭐가 틀리다라고는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많이 이익을 낸 금융사가 조금 더 부담을 해야 되지 않겠냐라는 측면에서 금융당국에서 정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물론 앞으로 진행하면서 이런 부분에 불합리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나타나면 방향성을 좀 바꿀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방안이 은행권 자율적으로 진행되는 만큼 지원금액 한도나 감면율 등의 금융지원 기준은 은행별 건전성 등을 반영해 조정할 여지도 있다는 분석이다.

◆실적 저조한 우리은행, 부담 적을듯

이처럼 은행권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금융그룹 계열의 우리은행(은행장 조병규)은 국내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낮은 순익을 기록하고 있어 이 같은 상생금융에 대한 부담도 한결 가벼울 것이란 예상이다.

올해 3분기 국내 4대 시중은행의 누적 순이익은 KB국민은행(2조8554억원), 하나은행(2조7664억원), 신한은행(2조5991억원), 우리은행(2조2898억원)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우리은행 입장에서는 금융당국의 지침대로 순익 기준으로 상생금융에 참여해도 다른 은행 대비 부담이 덜할 뿐아니라 오히려 더 많은 금액을 찬조하거나 다른 방안을 더할 경우엔 보다 돋보일 수 있는 효과까지 낼 수 있는 옵션을 가질 수 있다.

실제로 앞서 우리은행의 모회사인 우리금융지주는 지난 20일 개최한 사회공헌활동 기자간담회에서 "돈을 많이 벌든 못 벌든 간에 사회공헌 활동에 관해서는 앞으로 지원을 더 늘릴 계획"이라고 밝혀, 여지를 남긴 바 있다.

권유승 기자
ky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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