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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쇼핑 ‘블랙아웃’ 위기…“송출수수료에 모바일 매출 고려돼야”

백지영 기자
27일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홈쇼핑-유료방송 분쟁의 합리적 해결방안 모색’을 주제로 기자 설명회를 개최했다. [ⓒ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27일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홈쇼핑-유료방송 분쟁의 합리적 해결방안 모색’을 주제로 기자 설명회를 개최했다. [ⓒ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케이블協, ‘홈쇼핑-유료방송 분쟁 합리적 해결방안 모색’ 설명회

-TV홈쇼핑, 모바일 결재 유도 QR코드 상품별 87.1% 노출

-유료방송업계, "송출수수료 산정에 모바일·인터넷 매출 고려" 주장

[디지털데일리 백지영 기자] 최근 홈쇼핑사가 케이블TV(SO)와 IPTV,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업계를 상대로 지속적인 송출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는 가운데, 수수료 산정에서 인터넷과 모바일 매출이 고려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홈쇼핑 업체들이 방송 중 할인쿠폰 등을 미끼로 인터넷·모바일 결제를 빈번히 요구하고 있어 사실상 해당 매출도 방송매출로 잡아야 한다는 논리다. 실제 TV홈쇼핑 시청자 10명 중 7명이 모바일, 인터넷을 통해 상품을 구매하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다만 보다 면밀한 송출수수료 산출을 위해선 이와 관련한 홈쇼핑업체의 데이터 공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가 27일 오후 개최한 ‘홈쇼핑-유료방송 분쟁의 합리적 해결방안 모색’ 기자간담회에서 발제를 맡은 정윤재 한국외국어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홈쇼핑사들이 최근 방송 대신 인터넷·모바일 결제를 유도하고 있는 가운데 송출수수료의 합리적 산정을 위해선 새로운 매출액 집계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미디어 환경 변화로 기존 방송 시장 재원이 축소되면서 송출수수료를 둘러싼 홈쇼핑사와 유료방송사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홈쇼핑업체는 온라인·라이브 커머스 활성화로 영업환경이 악화됐고, 유료방송사 또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장에 따른 경영 위기를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올해 들어서만 롯데홈쇼핑과 딜라이브, 현대홈쇼핑과 LG헬로비전 등이 송출수수료를 놓고 분쟁을 펼쳤고, 현대홈쇼핑은 KT스카이라이프와 몇차례의 블랙아웃(송출중단) 위기를 넘기면서 여전히 분쟁을 지속 중이다.

정 교수는 “현재 TV홈쇼핑은 유료방송사업자 채널에서 상품을 판매한 뒤, 상품판매 금액에 대비해 송출수수료를 지불하는 구조이지만, TV홈쇼핑 방송 매출액 비중은 지난 2018을 기점으로 계속해서 줄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에 따르면, TV홈쇼핑 방송 매출액 비중인 2018년 60.5%에서 매년 감소해 2021년 51.4%, 지난해에는 49.4%까지 감소했다. 이는 TV 시청자 감소와 함께 모바일 중심의 이커머스 성장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TV방송 중 QR코드나 할인쿠폰, 적립금배너 등으로 모바일, 인터넷 결제를 유도하며 사실상 의도적으로 방송매출을 줄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 교수가 TV홈쇼핑 시청 후 방송 제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만 20~59세 남녀 350명을 대상으로 다단계 층화 확률 비례 할당으로 홈쇼핑 방송사별 50명씩 표집해 설문조사를 펼친 결과, 가장 최근에 구매한 제품 서비스군에 대한 결제 합계 350건 중 약 110건(약 31%)이 전화상담 혹은 ARS로 결제했으며, 240건(약 69%)의 경우 모바일앱 또는 인터넷 사이트, 카카오톡으로 결제했다고 응답했다.

그는 “TV홈쇼핑 방송 중 인터넷·모바일 결제 유도가 일시적으로 등장하기보다 지속적으로 등장해 있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에 결제방식 선택에 결제 유도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 TV홈쇼핑방송 7개 채널 1341개의 방송 꼭지를 총 6만8428분간 모니터링 한 결과 노출된 인터넷·모바일 결제 유도 유형은 QR코드, 카드할인 배너, 쇼호스트언급, 즉시할인, 카카오톡 주문배너, 인터넷/모바일 주문 권장 배너 등 총 11개로 집계됐다.

그에 따르면, 모든 방송 꼭지에서 최소 1개 이상의 인터넷·모바일 결제 유도 유형이 등장했으며, QR코드는 방송 화면에 87.1%(1168회), 즉시 할인·할인 쿠폰·적립금 배너는 80.7%(1082회) 노출됐다. 설문조사에서도 인터넷·모바일 결제 유도에 노출되면 이를 결제 수단으로 선택할 의도를 7점 척도로 분석한 결과, 4.51(인터넷)~4.87(모바일)로 중립보다 큰 값이 나왔다는 설명이다.

그는 “지난 3월 발표된 ‘홈쇼핑 방송채널 사용계약 가이드라인’에서 ‘모바일·인터넷’ 매출 반영 수준을 사업자 간 합의하도록 했을 뿐 정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다”며 “인터넷·모바일 결제가 증가하는 현실을 반영한 공신력 있는 송출수수료 기준 마련을 통해 사업자 간 협상에서 분쟁 발생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발제자인 유성진 숭실대학교 교수는 “시장 내 합리적인 송출수수료 산정 기준 마련을 위해선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3월16일 홈쇼핑 방송채널 사용계약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하지만 홈쇼핑업계와 유료방송업계의 이해관계가 첨예해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유 교수는 “근본적인 분쟁원인은 영측이 만족할 수 있는 산정기준이 부재하기 때문”이라며 “특히 인터넷·모바일 매출 가운데 어디까지를 유료방송 채널과 연동된 매출로 볼지에 대한 기준 마련이 쉽지 않은 가운데 홈쇼핑사가 제공하고 있는 데이터로는 검증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즉, 방송 중 인터넷·모바일로 주문하는 사례도 있지만, 방송 이후에 결제하는 경우도 상당한 만큼 구체적인 산정기준을 정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는 “인위적으로 방송매출을 기타매출로 전환하는 왜곡 등은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며 “정부는 재승인 부관조건에 가이드라인 준수와 합리적인 산정 기준에 의한 송출수수료 협상 이행 강제성을 부과해 블랙아웃 등 불공정한 협상 수단이 남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지영 기자
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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