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세계인들이 숨죽여 본 '테크'분야 10대 뉴스는?
[디지털데일리 양민하 기자] 우리가 새로운 혁신 기술에 열광하는 이유는, 그것이 현실의 난제를 극복하고 보다 풍요롭고 밝은 미래로 우리 공동체를 이끌것이라는 믿음때문이다.
2023년에도 어려운 거시경제 상황속에서 글로벌 기술(Tech) 분야에선 획기적인 모멘텀이 창출됐다.
무엇보다 '챗GPT'가 촉발한 '생성형 인공지능(AI)' 혁명은 다소 침체에 빠져있던 기술 시장에 새로운 역동성을 불어넣었으며 실제로 그에 따른 산업적 파급효과도 엄청났다.
물론 AI가 기술과 사회의 모든 측면에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졌으며, 한발 더 나아가 '신뢰할 수 있는 AI'와 사회적, 윤리적 보호 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고민도 함께 커졌다.
미국발 '고금리' 공포는 미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 벤처 기술기업들을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그런 가운데 미국내 수많은 스타트업들의 '자금 생명줄' 역할을 했던 실리콘밸리은행(SVB)을 순식간에 '디지털 뱅크런'이라는 조어를 낳으면서 파산했고, 가상화폐 거래소 FTX 창업자는 유죄 평결을 받으며 감옥에 갈 위기에 처했다.
올해 글로벌 '테크' 분야에서 세계 주요 외신들이 가장 주목한 뉴스를 10가지로 정리해 봤다. <편집자>
◆ '챗GPT 아버지' 샘 올트먼 오픈AI CEO 해임 쿠데타
약 1년 전 세계에 '챗 GPT'를 선보이며 생성형 인공지능(AI)의 시대를 연 오픈AI의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이 회사에서 해임된 사건은 올해 기술 업계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혁신 기술의 출현과 거대 자본, 그리고 그것을 차지하기위한 파워 게임이 적나라하게 분출된 사건이다.
지난 11월 17일 오픈AI 이사회는 올트먼 CEO가 "일관되게 솔직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갑작스럽게 그를 해임한다고 발표했다.
오픈AI의 대주주인 마이크로소프트(MS)가 올트먼의 복귀를 위한 중재에 나섰으나, 19일 오픈AI 이사회가 새 임시 CEO를 임명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티아 나델라 MS CEO가 올트먼이 MS의 새 AI 연구팀에 합류하기로 했다고 폭탄 선언을 했다.
이후 오픈AI 투자자들과 직원들이 올트먼의 복귀를 목표로 이사회를 계속 압박하면서 결국 올트먼은 축출 5일 만에 회사로 복귀했다. 올트먼을 쫓아냈던 이사회가 대부분 물러나면서 오픈AI는 새 이사회를 구성했다.
업계는 이번 사건이 AI의 개발 속도와 안전성을 둘러싸고 '두머'(doomer·파멸론자)인 이사회와 '부머'(boomer·개발론자)인 경영진 사이의 갈등이 표면화된 것으로 평가했다.
◆ 美정부-구글, 세기의 '반독점 소송' 재판 돌입
미국 법무부가 2020년 구글을 상대로 제기한 반독점 소송 재판이 지난 9월 3년 만에 본격 막을 올렸다. 미국 검색엔진 시장의 무려 90%를 장악한 구글이 이같이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반독점법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판별하는 것이 이번 소송의 골자다.
넓게보면, 시장 영향력이 더욱 막강해진 '거대 빅테크' 기업들을 이제는 국가가 어떻게 다뤄야하는지 질문을 던지는 소송이기도 하다. 공생의 가치도 동시에 중요한 현실에선 '승리자가 모든 것을 쟁취하는 것'을 허락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구글이 경쟁 업체의 시장 진출을 방해하기 위해 제조사 및 통신업체에 수십억 달러를 지불하는 등 반독점 행위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반면 구글은 경쟁을 저해한 바 없으며, 자사 검색엔진이 우수하기 때문에 시장 점유율이 높다는 입장이다. 이번 재판은 1998년 미 법무부가 윈도우 운영체계로 브라우저 시장을 장악한 마이크로소프트(MS)와 법정에서 싸운 이후 20여년 만에 정부가 빅테크를 겨냥한 최대 반독점 소송이다.
이번 재판의 결과는 구글뿐만 아니라 향후 수십 년간 기술 산업의 경쟁 환경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며, 미래 기술 시장 전체를 재편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 미 상무부, '저사양 AI칩'까지 대중 수출 금지
지난 10월, 미국 정부는 중국이 인공지능(AI) 및 슈퍼컴퓨터용 첨단 반도체에 접근하는 것을 제한하는 수출통제 조치를 한층 더 강화했다.
이는 미-중 간의 직접적인 군사적 충돌은 현실적으로 상상하기 힘들지만 '반도체'를 매개로 두 나라의 글로벌 패권 전쟁이 격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앞서 지난해 8월, 미국 상무부가 고성능 AI칩에 대한 대중국 수출통제 조치 때 규정한 것보다 사양이 낮은 AI 칩에 대해서도 중국으로의 수출을 금지한 것이다.
또한 중국으로 재수출될 위험이 큰 40여개 국가로 칩을 수출할 때는 별도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업계는 미국과 중국의 기술 전쟁이 전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추후 갈등이 격화됨에 따라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는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글로벌 빅테크 해고 '칼바람'
2023년 새해가 밝았던 지난 1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무려 1만8000명의 직원을 감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비슷한 시기 마이크로소프트(MS) 1만명,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 1만1000명, 구글 모회사 알파벳 1만2000명 등 미국 빅테크(정보기술 대기업) 기업들이 대규모 정리해고를 단행하며 거대 기술 기업뿐만 아니라 수많은 소규모 기업을 포함한 기술 업계 전반에 인원 감축 흐름이 더욱 확산했다.
빅테크 기업들은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IT 수요가 폭증하면서 특수를 누리며 채용을 대폭 늘렸으나, 이후 엔데믹에 접어들면서 실적 부진 및 매출 감소에 직면했다.
이 외에도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경기 침체 우려와 함께 불확실성이 커지자 인력 감축과 비용 절감 등으로 다시 규모 줄이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됐다.
물론 결과적으로 보면, 애플을 비롯한 미국의 주요 빅테크 기업들은 과감한 구조조정과 사업 전략 변화를 통해 올해에도 좋은 실적으로 거뒀고, 기술주 중심의 미국 나스닥 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또 빅테크 기업에서 해고된 인력들도 재취업을 통해 이동이 활발했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구조조정의 칼날'이란 시각 보다는 오히려 '노동시장의 유연성'에 대한 긍정적인 사례로 평가할만하다.
◆ 애플 '공간형 컴퓨터' 비전 프로 공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6월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 프로'를 공개했다.
그는 "오늘 일어나고 있는 내일의 공학(engineering)"이라며 "우리는 미래에 살면서, 오늘 그것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하며 큰 기대를 나타냈다.
시장에선 여전히 시큰둥한 반응이지만 과연 이것이 '아이폰'을 이을 애플의 새로운 킬러 플랫폼이 될 수 있을 것인지에 세계의 이목을 쏠리고 있다. 세계 기술혁신의 트랜드가 '모바일'에서 '가상현실'로 넘어간다는 점에서 그렇다.
앞서 비전 프로는 2014년 처음 공개된 애플워치 이후 애플이 9년 만에 내놓은 완전히 새로운 제품군으로, 1000명이 넘는 개발자들이 7년 넘게 개발해 온 애플의 '기술 집약체'로 평가받고 있다.
애플은 비전 프로를 '착용형 공간 컴퓨터'라고 설명하며, "아이폰 이후의 완전히 새로운 플랫폼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비전 프로는 내년 2월 공식 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비전 프로와 관련해 3499달러의 높은 가격, 제한된 콘텐츠, 실용적인 애플리케이션 부족 등이 일반 사용자의 MR 헤드셋 대중화를 위해 앞으로 해결되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 현실화된 '디지털 뱅크런'… 실리콘 밸리 은행(SVB) 폭락 사태
2023년 3월 10일, 미국에서 16번째로 큰 은행이자 서부 기술 스타트업들의 돈줄 역할을 해오던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했다.
SVB의 유동성 위험에 대한 소문이 빠르게 퍼지면서 고객들은 SVB에서 단 하루 만에 보유 현금을 초과하는 420억달러의 예금 인출을 시도했다.
특히 순식간에 모바일을 통해 인출이 되는 '디지털 뱅크런'으로 손쓸틈도 없이 파산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디지털뱅킹이 발달한 국내 금융권에도 충격을 줬다 .
이 파산으로 인해 시그니처, 퍼스트리퍼블릭, 시티즌스뱅크 등 지역은행들이 잇달아 무너지며 제2의 글로벌 금융위기가 재현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기도 했다. 이후 당국의 개입과 신속한 인수합병(M&A)으로 급한 불은 껐지만 전반적인 건전성 규제와 위험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SVB 파산 이후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특히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들의 돈줄이 막혔다. 은행들은 더욱 신중해졌고, 기술 기업에 대한 이자율은 높아졌으며 대출 요건은 더욱 엄격해졌다. 이후 많은 수의 스타트업이 경색된 자금시장과 높아진 금리에 어려움을 겪으며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서는 등 악영향을 받았다.
◆ FTX 창업자 뱅크먼-프리드, 사기 혐의 등 '유죄'
지난 11월, 고객 자금 수십억 달러를 빼돌린 혐의 등으로 기소된 세계 3대 가상화폐 거래소 FTX의 창업자인 샘 뱅크먼-프리드에 대해 유죄 평결이 내려졌다.
아직도 '허상'과 '실체'의 논란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가상자산 시장의 허약한 제도적 기반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점에서 적지않은 숙제를 남겼다.
뱅크먼-프리드는 증권 사기, 인터넷 뱅킹을 이용한 금융 사기, 자금 세탁, 불법 선거자금 공여 등의 혐의로 기소됐으며 이를 포함한 7가지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로써 뱅크먼-프리드는 수십 년의 징역형을 피할 수 없게 됐으며, 내년에 있을 선고공판에서 사실상 종신형인 100년형 이상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뱅크먼-프리드에 대한 선고공판은 내년 3월 28일 진행된다.
◆ 마이크로소프트, 21개월 만에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마침표'
2023년은 기술 부문에서 몇 건의 주목할 만한 대규모 인수합병(M&A)이 완료된 한 해였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MS)는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를 발표한 지 21개월 만인 지난 10월, 영국 반독점 규제당국인 경쟁시장청(CMA)으로부터 승인을 받으며 687억달러(약 89조원) 규모의 인수 과정을 끝마쳤다.
각국 정부의 강력한 반독점 규제 여론을 무마시키기위해 그동안 MS가 실행에 옮긴 전략은 향후 또 다른 거대 기업합병 사례에서 이정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된다.
2022년 1월부터 시작된 인수가 무려 1년 9개월이나 걸린 이유는 세계 각국의 규제기관이 독점 우려에 제동을 걸었다. 이에 MS는 독점 우려가 크던 클라우드 스트리밍 권한을 프랑스 게임회사 유비소프트에 매각하고 클라우드 게임 판권 없이 블리자드를 인수하겠다고 제안하는 등 수정안을 제출했고, CMA가 이를 받아들이고 인수를 허가하며 합병을 완료했다.
이를 통해 MS는 중국의 텐센트, 일본의 소니 그룹에 이어 매출 기준 세계 3위의 게임업체로 등극했다. 올해는 이 외에도 지난 11월 브로드컴이 클라우드 컴퓨팅 업체인 VM웨어 인수를 완료하며 역대 최대 규모의 소프트웨어(SW) 인수합병을 성사시켰다. 반면 '포토샵'을 운영하는 어도비는 각국 규제 당국의 반대를 넘지 못하며 디자인 플랫폼 기업 피그마 인수를 포기했다.
◆ EU, 세계 최초 'AI 규제법' 합의
유럽연합(EU)은 지난 12월 8일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AI) 기술에 대한 규제 법안을 마련했다. 'AI 법'(AI Act)으로 알려진 법안에는 AI의 위험성을 분류하고, 투명성을 강화하며, 규정을 준수하지 않는 기업에는 벌금을 부과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AI로 인한 혁신의 과실과 동시에 그에 따른 부작용을 어떻게 제어해날 것인지가 인류사적인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뉴스로 꼽혔다.
특히 지난해 챗GPT의 등장과 함께 생성형 AI 기술이 우리의 삶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는 가운데, EU를 중심으로 각국 지도자들은 기술 혁신과 잠재된 위험 사이에서의 균형점을 찾기 위해 고심하는 모습이다.
'AI법' 초안은 유럽 의회와 회원국들의 승인을 거치게 되는데, 이후 실제 발효까지는 추가로 약 2년이 소요돼 이르면 2026년 전면 적용될 전망이다.
◆갈수록 커지는 美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위력
미국의 IRA(인플레이션감축법)에 따른 후폭풍은 올해에도 더욱 거세게 전세계 자동차 및 배터리(이차전지)업계에 미쳤다. 세계 전기차 시장의 판도를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미국의 의지가 전방위적으로 전개됐으며, 이와 관련한 후속 정책들이 지속적으로 나왔다.
반도체와 더불어 전기차는 미-중 갈등이 표면화된 핵심 제조 분야다. 그런만큼 2024년에도 관련한 크고 작은 이슈들이 지속적으로 돌출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재무부는 IRA 혜택에서 제외되는 '해외우려기업(FEOC)' 세부 규정을 발표했다. 합작법인 지분율에서 중국 지분을 25% 이하로 낮춰야 한다는 것이 골자로, 전기차 배터리 원자재의 중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 나라 기업들에는 새로운 해결 과제가 생겼다.
특히 이같은 미 IRA상의 FEOC 규제 역시 결과적으로 이차전지 기업들의 '탈 중국' 현상을 가속화시킨다는 점에서 지경학적 불확실성을 높이고 요소로 분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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