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전문가기고] 애플·구글·아마존 뛰어든 ‘매터’ 어디까지 왔나

김문기 기자
롭 알렉산더 실리콘랩스 매터 기술담당 수석 제품 매니저 [사진=실리콘랩스]
롭 알렉산더 실리콘랩스 매터 기술담당 수석 제품 매니저 [사진=실리콘랩스]

지난 2019년 아마존, 애플, 구글, 지그비 얼라이언스(Zigbee Alliance) 회원사들은 스마트 홈 디바이스, 모바일 앱, 클라우드 서비스 전반에 걸쳐 IP 기반 통신이 가능하고 궁극적으로 스마트 홈을 통합할 수 있는 새로운 표준을 개발하기 위한 워킹 그룹인 프로젝트 CHIP(Project Connected Home over Internet Protocol) 결성을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이후 2021년에는 지그비 얼라이언스가 글로벌 표준 연합인 ‘CSA(Connectivity Standards Alliance)’로, 프로젝트 CHIP은 ‘매터(Matter)’로 브랜드를 변경했다. 이렇게 브랜드를 변경한 이유는 새로운 매터 로고로 디바이스를 인증하고, 이 표준을 기반으로 개발된 모든 기기들이 본질적으로 신뢰할 수 있고, 설계상 안전하며, 대규모로 호환된다는 것을 보장하기 위해서였다.

그러한 노력의 그 결실로 오늘날 ‘매터’가 업계에 선보이게 되었다. 2022년 10월에 공식 발표된 매터는 600개 이상의 회원사, 750개 이상의 매터 인증 디바이스, 여러 차례에 걸친 매터 업데이트 등 엄청난 성장을 거듭해 왔다. 이번 업데이트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 전에, 매터 표준이 무엇인지, 그리고 매터가 중요한 이유에 대해 먼저 설명해 보려 한다.


‘매터’란 정확히 무엇인가?

매터는 스마트 홈 내, 특히 서로 다른 스마트 홈 디바이스 플랫폼 간의 디바이스 상호 운용성을 보장하기 위해 특별히 개발된 애플리케이션 계층 프로토콜이다. 즉, 아마존 알렉사가 구글 홈 또는 애플 홈킷과 연동할 수 있다는 뜻이다. 상호 운용성 외에도 장치 설정 간소화, 안정성 및 지연 시간 대폭 개선, 표준화를 통한 보안 향상 등의 이점을 제공한다.

매터는 스레드(Thread), 와이파이(Wi-Fi), 블루투스(Bluetooth) 저에너지, 지그비(Zigbee), Z-웨이브(Z-Wave)와 같은 기존 프로토콜을 지원하도록 설계되어 제조사와 소비자 모두에게 유연성을 제공한다.

개발자의 경우, 매터를 활용하면 제품 개발을 간소화하는 동시에 개발 및 운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매터는 완전한 오픈 소스이므로 누구나 소스 코드를 읽고 변경 사항을 제안할 수 있어 업계의 협업, 품질 향상, 신속한 프로세스가 가능하다. 매터를 사용하면 디바이스 제조사는 각 에코시스템에 대해 별도의 SKU 대신 제품당 하나의 SKU만 있으면 되므로 비용을 절감하고 개발 및 생산 시간을 단축하며 전체 공급망을 간소화할 수 있다.

소비자는 매터를 통해 특정 에코시스템에 국한되지 않고 집을 제어하는 방법과 디바이스를 선택할 수 있다. 내장된 암호화, 무선 업데이트, 표준화를 통해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등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이 매터의 핵심이므로 소비자는 안심하고 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 소비자가 누릴 수 있는 또 다른 혜택은 가정에서 새로운 IoT 디바이스를 간편하게 설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매터는 간단하고 안전한 온보딩 절차를 통해 새로운 디바이스를 연결하며, QR 코드를 스캔하는 것만큼이나 쉽게 새로운 매터 디바이스를 추가할 수 있게 한다. 마지막으로, 매터는 매터 브리지를 사용하면 기존 디바이스(매터 인증을 받지 않은 디바이스)와도 호환이 가능하므로, 소비자는 이미 가지고 있는 디바이스를 계속 사용할 수 있다.


매터 1.0 - 매터 인증 개시

2022년에 CSA는 제품 인증을 위한 8개의 공인 테스트 랩, 디바이스 인증에 필요한 테스트 도구, 매터 디바이스 개발을 위한 오픈소스 레퍼런스 디자인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로 구성된 매터 1.0을 공표했다.

이로써, 소비자들은 최초의 매터 인증 디바이스를 접할 수 있게 됐다. 매터 1.0 버전은 조명 및 전기, HVAC 제어, 창문 가리개 및 블라인드, 안전 및 보안 센서, 도어록, TV를 포함한 미디어 장치, 장치 및 애플리케이션으로서의 컨트롤러, 브리지 등 다양한 일반 스마트 홈 제품을 지원했다. 새로운 디바이스 외에도, 매터 1.0은 기업들이 이미 배포된 기존 디바이스를 무선 업데이트를 통해 매터 인증 디바이스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했다.


매터 1.1 - 개발자와 디바이스를 위한 개선

6개월 후인 2023년 5월, 매터 1.1이 공표됐다. 이 업데이트는 ‘슬리피 디바이스(sleepy devices)’로 알려진, 간헐적으로 연결되는 디바이스(Intermittently Connected Device, ICD) 범주에 속하는 많은 스마트 홈 제품에 대한 지원을 강화했다. ICD는 일반적으로 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되는 센서, 도어록, 스위치 등 배터리 전원으로 작동하는 디바이스들로서, 최적의 작동과 긴 수명을 위해 전력 소모를 줄여야 한다. ICD는 지속적으로 연결되지는 않지만 주기적으로 '웨이크업(wake up)'과 '연결'을 반복하기 때문에, 전력 소모가 발생하고 에너지 효율이 매우 중요하다. 매터 1.1을 사용하면 ICD가 더 오랜 시간 동안 절전 모드로 있다가 네트워크에 다시 연결할 필요 없이 상위 디바이스에 체크인할 수 있다. 체크인 횟수가 줄어들면 전력 소모를 줄이고 배터리 수명을 늘릴 수 있다.

매터 1.1은 매터가 처음 공표됐을 때, 특히 개발자 측에서 발생한 많은 버그를 바로잡았다. 코드가 공개적으로 사용 가능하고 오픈소스 SDK에 의존하는 만큼, 이러한 도구의 사용 편의성은 매우 중요하다. 최신 업데이트에서 CSA는 개발자들의 피드백을 취합하여 도구의 작업 편의성을 개선하는 방법을 명확히 함으로써 개발자들이 매터를 더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CSA는 또한 포틀랜드에 테스트 센터를 설립하여, 매터 제품을 개발하는 얼라이언스 회원사들의 매터 인증을 위한 상호운용성 테스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실리콘랩스는 다양한 IoT 디바이스, 애플리케이션, 에코시스템, 네트워크를 통해 최신 스마트 홈을 시뮬레이션하는 커넥티비티 랩(Connectivity Lab)을 개소했다. 이곳에서 고객은 다양한 프로토콜과 디바이스 브랜드에 걸쳐 실제 시나리오에서 작동하는 매터 프로토타입을 테스트할 수 있다.


매터 1.2 - 더 많은 디바이스 유형

매터 1.1 공표 6개월 후에 발표된 매터 1.2는 새로운 디바이스 유형을 도입하고 상호 운용성과 사용자 경험을 향상하는 등 다양한 개선 사항을 선보였다. 이번 버전에서는 세탁기, 냉장고, 식기세척기, 실내 에어컨, 로봇 청소기, 공기질 센서, 공기청정기, 연기/일산화탄소(CO) 경보기, 선풍기 등으로 지원할 수 있는 기기 유형이 확대됐다. 또한 매터 1.2는 향후 더 많은 기기를 추가하는 데 중요한 요소인 작동 모드와 같이, 더 많은 기기 유형을 지원하기 위해 주요 기본 요소를 추가한다. 이러한 디바이스 중 상당수가 와이파이를 지원하지만 에코시스템 지원이 제한적이고 독자적인 앱 제어가 필요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는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제조사들은 매터 1.2를 통해 시험운영(commissioning)을 포함한 사용자 경험을 간소화하는 동시에 자사의 디바이스들을 주요 스마트 홈 에코시스템에 통합할 수 있다.

또한 매터 1.2에는 제품과 설명을 더 잘 식별할 수 있도록 커미셔닝을 위한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는 새로운 기능이 포함되어 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사용 중인 기기가 어떤 제품인지 확인할 수 있도록 매터 컨트롤러의 사용자 인터페이스(UI)에 디바이스의 색상을 표시하거나, 전구가 여러 개 있는 조명은 컨트롤러 UI에서 장소나 위치를 설명하여 어떤 전구가 스마트 스위치에 연결되어 있는지 표시할 수 있다.

매터에 대한 지원은 앞으로 계속 확대될 것이다. 실제로 아마존은 이미 1억 대 이상의 에코(Echo) 및 이로(eero) 디바이스에 매터를 추가했다. CSA는 이미 6개월마다 새로운 매터 업데이트를 공유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므로, 앞으로도 우리는 더 많은 매터 디바이스들 특히, 스마트 홈 생태계를 더욱 통합할 수 있는 카메라 및 에너지 관리 장치들을 기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스마트 홈 전반에 걸친 광범위한 채택에 도움이 되는 더 많은 매터 업데이트를 기대할 수 있다.

김문기 기자
moo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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