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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 바쁜데…” 해 넘긴 AI 법안에 애타는 과기정통부

이종현 기자
어도비의 생성형 AI '파이어플라이'로 만든 이미지
어도비의 생성형 AI '파이어플라이'로 만든 이미지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인공지능(AI)이 사회 전반에 녹아들고 있는 가운데 이를 둘러싼 규범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AI 기본법이 발의됐지만 국회에서 장시간 잠자고 있다. 전문가들은 “AI 규범을 선도할 기회를 놓치진 않을지 우려된다”며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21대 국회에선 AI를 주제로 한 법안이 총 13개 발의됐다. 하지만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은 법안은 하나도 없다. 2022년 11월 ‘챗GPT’ 등장으로 AI 중요성이 커진 것과 상반된 결과다.

특히, 이목이 집중되는 법안은 ‘AI 산업 육성 및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AI 기본법)’이다. 국회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회는 지난해 2월 앞서 발의된 7개 법안을 폐기하고 위원회 대안을 합의한 상태다.

현재 마련된 대안 전문은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관계자에 따르면 2022년 12월 윤두현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 내용이 많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핵심 골자는 AI 기술이 빠르게 발달하는 만큼 이를 전략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지원체계를 마련하는 동시에 AI 기술이 가져오는 편향성과 잠재적 위험 등 부작용에 대한 규범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윤두현 의원이 발의한 법안 제안이유에는 “미국, 유럽연합 등 선진국에서는 AI 산업 진흥을 위해 대규모 투자, 인프라 구축 등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AI 신뢰성과 윤리를 확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을 담은 AI 법률 제정을 추진 중”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AI 주도권 확보를 위한 규범 마련이 가속화하는 만큼 한국도 늦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AI 기본법에는 산업을 진두지휘할 국무총리 소속의 ‘AI위원회’ 설립과 함께 3년마다 AI 기본계획을 수립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AI위원회가 각종 AI 기술 표준화, 학습용 데이터 구축, 전문 인력 육성, 집적단지 조성 등을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진흥을 위한 내용만 있는 것은 아니다. AI 기본법은 ‘고위험 영역’을 규정하고 있다. 개인의 권리의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판단과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의사결정을 위해 사용되는 AI 등을 지칭한다. 고위험 영역에 해당할 경우 상당한 통제가 이뤄질 것으로 추정된다.

AI 전문가인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장은 “국회에 제출된 법안은 굉장한 진흥법처럼 비춰지기도 하지만 동시에 강도 높은 규제 법안이기도 하다”고 법안을 평가했다.

국회에서는 법안에 대한 큰 반대는 없는 모양새다. 다만 국회에서 여‧야 갈등이 지속하며 법안 통과는 해를 넘겼다. 과기정통부는 여전히 연내 처리를 추진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제22대 국회의원선거가 다가옴에 따라 여‧야 갈등이 본격화돼 논의가 미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2월28일 서울 영등포구 FKI전경련플라자에서 개최된 'AI 시대, 글로벌 규범 논의 주도를 위한 간담회'를 주재 중인 박윤규 과기정통부 제2차관
12월28일 서울 영등포구 FKI전경련플라자에서 개최된 'AI 시대, 글로벌 규범 논의 주도를 위한 간담회'를 주재 중인 박윤규 과기정통부 제2차관

박윤규 제2차관은 지난달 28일 진행한 ‘AI 시대, 글로벌 규범 논의 주도를 위한 간담회’에서 “연초부터 더 신뢰할 수 있는, 안전한 AI를 만들기 위해 산업계 현장을 방문해 의견을 수렴했다. 각 분야에 맞는 AI 윤리 규범을 만드는 데 노력했지만 아쉽게도 AI 관련 법이 국회 문턱을 못 넘고 있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규범을 어떤 방향으로 갖고 가는 것이 자국의 AI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느냐 하는 중요한 순간에 와 있기 때문에 국회에서도 AI 관련 법안이 빨리 통과되기를 희망한다”고 피력했다.

한편, 법안 내용 자체에 대한 갑론을박도 있다. 고위험 AI를 규정하는 등 진흥보다는 규제에 치우친 법안이라는 비판이 나오는가 하면, 진흥과 규제를 하나의 법안에 담다 보니 이도 저도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흐름에 따라 규제 법안이 만들어지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미 기술 격차가 상당히 나 있는 상황에서 섣불리 규제를 적용할 경우, 후발주자인 우리 기업들에게 역차별이 될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이미 상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상황에서 규제로 인해 기술 개발이 좌초될 경우 그 수혜는 고스란히 해외 기업들이 누릴 수 있다는 우려다.

이 관계자는 “설계를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조건 안 된다고 하기 보다는 여러 요소를 잘 고려해 법안에 반영했으면 한다”고 부연했다.

이종현 기자
bell@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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