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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등장한 '사이버특보', 안보 체계 강화할 키맨 될까

김보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임종인 사이버특보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임종인 사이버특보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대통령실]

[디지털데일리 김보민 기자] 북한을 중심으로 외부 사이버 위협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가운데, 윤석열 정부가 '사이버 특별보좌관(이하 사이버특보)'이라는 새 직책을 신설했다. 사이버 정책을 구체화하기에 앞서 대통령을 보좌할 전문가를 가까이 두겠다는 복안인데, 사이버특보가 이전 정부와 차별화된 대응 전략을 조언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4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2일 서울 용산 청사에서 수여식을 열고, 임종인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석좌교수를 초대 사이버특보로 임명했다. 정부 차원에서 '사이버특보'라는 명칭의 직책을 세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임 교수는 이달 9일부터 12일(현지시간)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글로벌 전자·정보통신(IT) 박람회 'CES 2024'에 참가하고, 귀국 후 용산에서 본격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그는 <디지털데일리>와의 통화에서 "AI과 디지털 전환 흐름이 이어지면서 사이버 안보와 개인정보 이슈 등 다양한 사안이 떠오르고 있다"라며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제언을 하고 대통령을 돕는 역할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이버특보 신설은 새해를 맞아 정부 차원의 사이버 대응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신년사에서도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사이버 환경을 조성하면서, 북한을 포함한 다양한 사이버 위협으로부터 국가 주요 기관과 민간 핵심시설을 빈틈없이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기반으로 국방은 물론, 경제 안보의 기틀을 다지겠다는 취지다.

사이버특보는 정부가 사이버 안보 정책을 세우는 과정에서 조언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직접적인 정책 수립자가 아닌, 특별 고문 역할을 수행하는 셈이다. 사이버 이슈가 발생하거나 대응 체계를 마련해야 할 때 윤 대통령을 보좌하는 업무도 맡을 예정이다.

초대 사이버특보에 오른 임 교수는 보안 업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인물 중 하나다. 임 교수는 금융보안연구원 보안전문기술위원장, 한국정보보호학회장을 거친 바 있다. 정부와 맞닿은 곳에서도 활동을 이어왔다. 대표적으로 국가 안보 분야에서 대통령 직무를 보좌하는 국가안보실 정책자문위원을 지냈고, 박근혜 정부 당시에는 대통령 안보특별보좌관을 맡았다.

문재인 정부 때는 사이버 안보 분야에서 대통령을 보좌할 특보 자리가 사실상 사라졌었다. 대신 사이버 안보와 정보 융합을 통합한 비서관이 등장했는데, 일각에서는 사이버 위협에 대한 정부 차원 경각심이 사라진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현 정부가 사이버 특보를 새롭게 세운 것 또한 이러한 위기감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크다. 임 교수는 기존에 대통령 및 정부 관계자들과 호흡을 맞춰본 경험이 있고 관련 네트워크를 갖춘 점을 인정받아 적임자로 낙점됐다.

이번 사이버특보 임명으로 윤 정부의 사이버안보법 드라이브가 재시동을 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역대 정부는 북한발 공격은 물론,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한 위협에 대한 경각심을 인지하면서도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법안을 제정한 적이 없다.

사이버 보안의 경우 민간, 금융, 군사, 공공 영역이 나눠져 관리되고 있지만 이를 통합 관리하는 정책은 미비하다. 윤 정부에서 이와 관련된 기본법을 만들자는 이야기가 꾸준히 제기됐지만 컨트롤타워 주체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면서 논의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태다.

특히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한 사이버 위협이 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 대응력은 더욱 기민해져야 하는 상황이다. 김소정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실장은 최근 NBR(The National Bureau of Asian Research)과의 인터뷰에서 "20년 전만 해도 사이버 보안은 국가 안보의 필수 구성 요소로 간주되지 않았다"라며 "IT 기술에 대한 의존이 높아진 만큼 (사이버 안보는) 국가 안보의 기본 틀을 구성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사이버특보가 '빛 좋은 개살구'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안업계 한 관계자는 "이전 정부의 경우 특별보좌관이 인텔리전스, 사이버 방어(디펜스) 등 거시적인 관점에서만 안보를 논하는 경우가 많았다"라며 "북한 해커 위협은 물론,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한 공격도 가시화되고 있는 만큼 현안을 반영한 실효성 있는 정책이 필요한 때"라고 지적했다.

김보민 기자
kimbm@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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