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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IT개편, 우리은행 780명 ·우리카드 170명 소속 전환… "개발기간 50% 단축 기대"

박기록 기자

- 우리FIS 위탁 수행에서 우리은행 · 우리카드 직접 수행으로 전면 개편

- 개발기간 50% 단축, 연간 150억원 비용절감 예상

- 슈퍼앱 , BaaS, 생성형AI·빅데이터, 디지털자산(STO·CBDC) 등 핵심사업 동력 확보

[디지털데일리 박기록 기자] 우리금융(회장 임종룡)이 작년 8월 예고했던 바와 같이 올해 1월5일부터 그룹 IT 운영방식을 ‘그룹사 간 위수탁 방식’에서 ‘그룹사 직접 수행방식’으로 전환 완료했다고 11일 밝혔다.

이에 따라 기존 그룹내 IT자회사인 우리FIS(우리에프아이에스)가 그동안 우리은행, 우리카드에 대해 수행해왔던 IT아웃소싱이 종료되고, 올해 1월5일부터 우리은행 ·우리카드 자체 인력이 IT를 수행하는 인소싱방식으로 IT거버넌스가 완전히 바뀌게 됐다.

특히 가장 관심사였던 IT인력의 소속 전환과 관련, 서울 상암동에 소재한 우리FIS 직원 중 은행 전담인력 780여 명이 우리은행 소속으로 이적하며 회현동 본점으로 이동했다. 또 카드 전담 인력 170여 명도 우리카드로 이적하며 수송동 카드 본사로 이동했다.

기존 우리FIS 직원 중 90% 이상이 우리은행·카드로 각각 전환했다는 설명인데, 이는 당초 예상보다는 많은 숫자다. 당초 우리은행의 경우 600~650명 정도 수준에서 소속 전환이 예상됐었다.

우리금융측은 이같은 IT거버넌스 변경을 통해 개발기간이 최대 50% 단축되며, 외주개발 최소화 및 중복요소 제거에 따른 비용절감, 현업 직원의 IT역량 향상 등 효과가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비즈니스와 IT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금융 트렌드에 맞춰 은행, 카드 등 그룹사의 자체 IT 개발역량 강화를 통해 우리은행을 중심으로 한 그룹 뱅킹플랫폼인 'New WON 슈퍼앱'과 BaaS(Banking as a Service), 생성형AI 및 빅데이터, 디지털자산(STO/CBDC) 등 핵심 디지털사업의 동력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BaaS는 은행이 비금융 업종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제휴사 디지털 채널에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금융 IT 거버넌스 개편 고민 10년만에 해결"

우리금융은 이날 서울 회현동 본점에서 ‘우리금융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한 IT 거버넌스 개편’ 기자간담회를 열고 그동안의 경과와 현황, 기대효과, 향후 추진계획 등을 설명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설명을 맡은 우리금융지주 옥일진 부사장은 "지난 2001년 지주체제 수립 직후 시작된 ‘그룹사 간 IT 위수탁 운영 방식’을 두고 우리금융 내부에서는 지난 10여 년 동안 수차례 개편 논의가 있었다"며 "은행-FIS 임직원 겸직, 교차근무 등 다양한 개선 시도들이 있었지만 궁극적인 해결책은 거버넌스 개편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그간 그룹사 간 인력 이동 등 쟁점 사안에 대해 노사 및 계열사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10년 넘게 답보 상태에 머물렀다고 덧붙였다.

작년 3월 취임한 임종룡 회장은 ‘그룹 신 IT 거버넌스’를 주요 경영과제로 선정하고 지주사 주관으로 ‘IT 개편 협의체’를 구성, IT 거버넌스 개편에 다시 불을 지폈고 이후 매달 한 번씩 우리은행, 우리카드, 우리FIS CEO들이 한 자리에 모여 미래지향적인 IT 거버넌스를 고민하고 진행 현황을 점검했다고 전했다. 또한 작년 7월부터는 노사공동협의회를 구성, 핵심 쟁점 중 하나인 ‘인력 이전 방안’을 두고 해결책을 모색해 왔다.

그리고 작년 11월말, 우리금융 노사는 최대 난제였던 인력 이전 노사합의를 도출했다. 우리은행, 우리카드, 우리FIS 3사가 ‘IT 영업 양수도 계약’을 체결하고 IT 비상대응체제를 가동, 연말연시도 반납한 채 막바지 재편 작업을 진행해왔다.

한편 인력이 대거 빠져나간 우리FIS는 그룹 시너지와 효율성을 고려해 IT보안, 그룹웨어 개발및운영 업무를 지속하며 은행, 카드 외 그룹사에 대한 IT 아웃소싱으로 역할을 확대할 방침이다.

우리금융측은 "이번 개편이 큰 잡음 없이 10개월 만에 속전속결로 완료될 수 있었던 데에는 우리금융 미래를 위해 더는 IT 개편을 미룰 수 없다는 노사의 결단이 크게 작용했으며, 또 금융과 IT의 통합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금융사가 IT를 직접 수행해야 한다는 우리금융 구성원들의 절박함도 동력이 됐다"고평가했다.

ⓒ우리금융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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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업·IT 개발 직원 협업, 개발 및 유지보수 단계 단축"

우리금융측은 "이제 모바일뱅킹 등 10개 플랫폼 부서의 신규개발 업무는 은행 현업직원 260여 명과 우리FIS에서 이적한 IT인력 240여 명이 원팀이 되어 한 자리에서 이뤄진다"고 밝혔다.

기존 개발 및 유지보수 프로세스가 우리FIS를 경유하던 기존 7단계에서 3~5단계로 크게 단축되는 길게는 30일이 걸리던 개발기간이 2주 이내로 최대 50% 이상 획기적으로 줄어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변화가 빠른 시장과 고객 니즈에 더욱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또 이에 따른 비용절감 효과는 연간 150억원으로 추산했다. 외주업체 개발 비중을 최소화하고 자체 개발을 확대하는 한편, 은행·카드와 자회사 간 기획 및 품질관리 업무의 중복요소가 제거됨에 따라 은행 약 130억원, 카드 약 20억원 등 연간 총 150억원의 판매관리비를 줄일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우리금융측은 은행과 카드 현업직원들이 자체적으로 IT 개발역량과 노하우를 축적하게 된 점도 IT 거버넌스 재편 이후 얻게 된 큰 효과로 꼽았다.

우리금융측은 "기존에 우리FIS가 IT를 위탁 수행하던 방식에서는 현업 직원이 개발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데 걸림돌이 많았지만 이번 IT 거버넌스 개편을 통해같은 조직, 같은 공간에서 협업해 원팀이 돼 개발을 수행하게 된다"며 "이를 통해 의사소통 걸림돌이 사라지고 그만큼 개발과 운영이 반복될수록 은행과 카드사의 자체 IT 역량은 꾸준히 향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함께 IT 불확실성 대응을 위해 우리금융은 IT 내부감사 조직을 ‘사업부서 – IT그룹 – 본부감사’로 이어지는 3중 방어체계로 재편했다고 밝혔다. 관련하여 BRM 제도 도입, 제3자 리스크 점검 등 IT 내부통제 강화 계획도 수립했다. BRM(Business Relationship Manager)은 현업과 IT 의사소통 지원, IT 개발 점검 및 내부통제를 담당하는 관리자급 IT 전문인력이다.

ⓒ우리금융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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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앱 '뉴원뱅크', 생성형AI, 디지털자산 사업 속도"

우리금융은 이번 ‘신 IT 거버넌스’ 출범에 따라 향후 슈퍼앱인 '뉴원(New WON)뱅크'를 비롯 BaaS, 생성형AI·빅데이터, 디지털자산(STO/CBDC) 등 디지털사업 추진에 한층 속도를 높일 수 있는 조직적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인 'New WON 뱅킹'은 기존 '우리WON뱅킹'을 전면 재구축하는 사업으로 은행뿐만 아니라 카드, 캐피탈, 종금, 저축은행 등이 모두 하나로 연결되는 슈퍼앱이다. 이를 위해 앱 화면(UI/UX) 구성뿐만 아니라 앱 운영 인프라와 개발환경 등 보이지 않는 영역까지 완전히 새판을 짜는 사업이라는 설명이다.

우리금융측은 "모바일뱅킹 재구축은 그룹 디지털 및 IT 역량이 집중되는 전략사업이나 우리금융의 기존 모바일뱅킹은 외주 개발업체에 절대적으로 의존했으며, 은행 실무 부서가 개발을 요청하면 우리FIS는 요청사항을 검토한 후 외주 IT업체 등을 통해 개발을 이행하는 식으로 진행됐었다"며 "개발 속도가 더딜 뿐만 아니라 현업직원들이 모바일뱅킹 기술 습득과 운영 효율성 확보가 쉽지 않다는 문제점이 있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이번 IT 거버넌스 개편으로 우리은행 ‘New WON’구축 사업은 현업과 IT부석간 협업에 기반한 자체개발 역량 향상이 더욱 수월해졌으며, 이미 작년 7월부터 New WON 프로젝트에 은행 현업직원과 IT개발인력 120여 명이 함께 참여해 과제 단위로 팀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현업 직원의 개발 참여에 따라 개발 소요기간 단축과 IT 기술력 향상을 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우리금융측은 따라서 이같은 '신 IT 거버넌스'체계가 완전히 자리 잡으면 슈퍼앱의 완성도가 높아지고 사용자 개선요청 속도 또한 빨라져 금융권 슈퍼앱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한편 우리금융이 구상하는 디지털 기반 신사업은 ▲모빌리티 ▲여행 ▲부동산 ▲통신 ▲프롭테크 등으로 다양하다. 따라서 우리금융측은 ‘뱅킹 기반 서비스(Banking as a Service)’로 뱅킹 인프라를 테크기업 등에 제공하고 해당 제휴 서비스 사용자를 우리금융 고객으로 연결하는 신사업 개척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생성형AI, 빅데이터 등 신기술 활용과 관련해선, 우리금융은 생성형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AI 뱅커’를 오는 3월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WON뱅킹내챗봇에 탑재할 ‘AI 뱅커’는 은행 창구에서 직원과 고객 간에 오고 가는 대화를 분석, 언어모델을 학습시켜 은행 직원과 동일 수준의 예금 상품 상담을 진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한 2023년 하반기에 금융권에서 처음 도입한 ‘직원용 AI 지식상담 서비스’도 올해 안에 확대 시행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우리금융은 생성형 AI 도입 효과가 큰 업무 영역을 지속적으로 발굴, 생성형 AI 활용 범위를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다. 이미 은행, 카드 등 전 업무영역에서 활용 중인 빅데이터 분야도 개별 자회사별 활용에 그치지 않고, 그룹 데이터 통합 활용을 목표로 레벨업을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우리금융은 이를 위해 지난해 그룹 차원의 데이터 관리체계 정의를 완료했으며, 올해는 그룹 데이터 통합플랫폼을 오픈할 예정이다. 조만간 '그룹 데이터포탈'을 비롯해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체계 ▲메타데이터 관리시스템 등이 구현되면 그룹 전체의 데이터 경영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TO와 CBDC 등 디지털자산에 대응한 인프라 구축도 보다 빠른 대응을 기대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올해 한국은행 CBDC 테스트 일정에 맞춰 CBDC 플랫폼을 구축 예정이며, 내년 초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STO(토큰증권) 비즈니스 모델 발굴과 플랫폼 구축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수익모델 구축 ▲분산원장 표준화 ▲유통시장 연결망 ▲블록체인 지갑 연계 등 고난도 IT 기술이 요구되는 CBDC·STO 플랫폼 구축은 다양한 기획력과 IT 기술을 가진 금융-IT 전문가의 협업과 시너지에 사업의 성패가 달렸다는 인식이다.

우리금융은 이번 신 IT거버넌스 개편과 관련, 싱가포르의 대표은행 싱가포르개발은행(DBS)을 집중적으로 벤치마킹했다고 밝혔다.

우리금융은 DBS가 지난 2016년 IT 운영방식을 자체수행으로 전환한 후 도약의 전기를 맞았다. 향상된 자체 IT역량을 바탕으로 350개 이상의 API를 개발하는 한편,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서비스 출시, 탄소배출권 거래 플랫폼 구축과 같은 다양한 디지털 사업을 통해 새로운 비이자수익원을 발굴했다고 소개했다.

박기록 기자
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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