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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이터]③ 의료 마이데이터 시행, 디지털헬스케어법 통과에 달렸다

이종현 기자

국내에서 마이데이터 사업이 처음 시행된 지 2년이 흘렀다. 금융 분야를 중심으로 차차 확산되고 있는 마이데이터는 소비자의 권익과 함께 산업의 본질적인 경쟁력 향상을 이끌고 있다고 평가된다. 다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시행 2주년을 맞아 국내 마이데이터의 현황과 기대와 우려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챗GPT의 달리 기반 '이미지 제네레이터'를 통해 생성한 이미지
챗GPT의 달리 기반 '이미지 제네레이터'를 통해 생성한 이미지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작년 개인정보보호법이 개정되면서 전 분야 마이데이터를 위한 법적 기반이 마련됐다. 정부는 2025년 전 분야 마이데이터 확산이라는 목표를 두고 관련 인프라 조성에 한창이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이하 개인정보위)는 올해 152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인프라 조성 및 선도 서비스 발굴에 나선 상태다.

그러나 2025년 전 분야 마이데이터 시행이 가능할지 불분명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각각의 영역별로 추가적인 법 제‧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대표적인 것이 의료 분야다.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보건의료정보원 관계자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만으로 의료정보를 주고받는 의료 마이데이터가 가능하냐는 질문에 “어렵다. 추가적인 법 제‧개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금융 마이데이터가 신용정보법을 근간으로 하는 것처럼, 의료 마이데이터를 위해서는 그와 관련한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개인정보위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으로 의료 분야의 마이데이터도 충분히 시행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개인정보위 관계자는 “개인정보보호법 제35조의2를 보면 국세기본법이나 지방세기본법, 그밖의 유사한 규정으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법률의 규정에는 개인정보를 전송하도록 명문화돼 있다”며 이를 근거로 의료 분야 역시도 마이데이터가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계 관계자는 “통상 특별법과 일반법이 충동할 경우 특별법을 우선시한다. 특별법의 규정이 없는 경우에 한해 일반법이 보충적으로 적용된다”며 “또 활용의 분야를 대통령령인 시행령으로 규정한다고 하는데, 시행령은 상위법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내용을 규정할 수 없는 상하간 위계체계가 있기에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개인정보보호와 관련해 특별법과 일반법이 충돌할 경우 특별법이 우선 적용돼 왔다. 개인정보보호법에는 법적 근거가 없는 금융 마이데이터의 시행이 예다.

소비자 개인정보를 규정하고 있는 전자상거래법의 사례도 있다. 전자상거래법에서는 통신판매중개업자가 구매자에게 판매자의 개인정보를 제공토록 하고 있는데, 중고거래에도 적용돼 오픈마켓에서 중고 물품을 판매하는 이의 이름, 연락처, 집주소 등이 고스란히 노출됐다. 개인정보보호법상 문제의 소지가 있었지만 특별법의 규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해당 사례는 개인정보위와 공정거래위원회간 협의로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디지털헬스케어법과 같은 의료 마이데이터를 가능케 하는 법안 통과 없이 개인정보보호법 만으로 제도를 시행하려다간 발목이 잡힐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의료 마이데이터를 위한 법안은 이미 추진되고 있다. 일명 디지털헬스케어법이 2022년 10월, 2023년 9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제출됐다. 현재 신용정보법, 개인정보보호법 등에 포함된 개인정보 전송요구권을 의료 분야에도 적용토록 한다는 것이 골자다. 각각 강기윤 의원(국민의힘), 신현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 발의했다.

여‧야 국회의원이 각각 발의했고 보건복지부와 개인정보위도 합의를 마친 상태인 만큼 일견 법안 통과에 대한 큰 이견은 없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야당에서 반대 목소리가 있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 법안이 논의된 작년 12월18일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에서 강은미 의원(정의당)은 국회 공청회도 거치지 않은 법 제정 과정에 이의를 제기했다. 또 “건강과 관련된 의료정보는 가족도 모르는 어떤 것이 있을 수 있는데 이를 취합하고 악용되면 이후 규제를 하더라도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민감정보인 의료정보가 활용되는 데 대한 강한 우려를 표했다.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도 “시민단체나 보건의료단체에서 굉장히 (법안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암만 방화벽을 잘 세운다 하더라도 정보가 유출되는 것을 많이 봤기 때문에 국민들의 우려가 있다. 논의를 심층적으로 한 번 더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야당의 반발에 이날 법안소위 통과가 어려워지자 강기윤 의원은 “자기들 것만 하고 우리 건 하지도 않는데 뭐하러 있나. 가야지”라며 일부 의원과 함께 퇴장하기도 했다.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다가온 만큼 국회 의정활동은 상당히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5월까지인 제21대 국회 임기 내에 법안이 통과될지 확신할 수 없는 상태다. 만약 임기를 넘긴다면 제22대 국회에서 입법 과정을 처음부터 거쳐야 하는 만큼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수 있다. 이 경우 의료 마이데이터 시행일은 더 연기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및 의료 전문가들은 법안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한 헬스케어 서비스 기업 헤링스의 남병호 대표는 “의료 마이데이터가 시행된다면 국민 건강에 유의미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법 통과를 바랬다. 동국대 가정의학과 오상우 교수도 개인별 맞춤 헬스케어 서비스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의료 마이데이터 통과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정부는 현재 ‘마이데이터 추진단’을 꾸려 부처간 협의를 이끌어내는 중이다. 개인정보위를 비롯해 행정안전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 금융위원회 등 마이데이터 관계 부처가 함께한다. 추진단에서 부처간 이견이나 법간 충돌 등도 논의되고 있다. 과연 정부와 산‧학계의 희망대로 2025년 의료 마이데이터가 시행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이종현 기자
bell@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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