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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 컨셉' 종신보험 불티나는데… '상생금융' 진짜 저축성보험은 고객들이 외면, 왜?

권유승 기자
'저축성' 컨셉으로 팔리고 있는 단기납 종신보험은 인기가도를 달리고 있는 반면, 정작 '상생금융' 상품으로 사업비를 낮춘 진짜 저축성보험은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Pixabay
'저축성' 컨셉으로 팔리고 있는 단기납 종신보험은 인기가도를 달리고 있는 반면, 정작 '상생금융' 상품으로 사업비를 낮춘 진짜 저축성보험은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Pixabay

-'10년 유지 환급률 135%' 단기납 종신보험에 비해 상생금융 저축성보험 '이자' 매력 크게 떨어져

-저축성보험, IFRS17 체제하에 부채로 인식…보장성보험 종신보험 대비 판매동력 하락

-다만 저축 컨셉 종신보험 쏠림 현상이 불완전판매 키울 수 있다는 점은 유의점으로 거론

[디지털데일리 권유승 기자] '저축성' 컨셉으로 팔리고 있는 단기납 종신보험은 인기가도를 달리고 있는 반면, 정작 '상생금융' 상품으로 사업비를 낮춘 진짜 저축성보험은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최근 경쟁적으로 쏟아지고 있는 단기납 종신보험은 만기 환급률이 제1금융권인 은행의 저축성 상품보다도 높은데 반해, 저축성보험의 경우 저축 기능만 봤을 땐 이 보다도 이점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올해 새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된 가운데, 저축성보험은 보험사 입장에서도 회계상 크게 수익을 볼 수 있는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판매 동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명보험사들이 7년 납입, 10년 유지 환급률을 대폭 늘린 단기납 종신보험을 줄줄이 출시하고 있다.

신한라이프는 환급을 135%로 늘린 단기납 종신보험을 선보였다. 환급률만 보면 업계 최대 수준이다.

농협생명도 133% 수준의 환급 상품을 내놨다. 이 외 푸본현대생명(131.2%), 교보생명(131.1%), 하나생명(130.8%), 한화생명(130.5%) 등도 환급률의 강점을 내세운 종신보험 삼품을 판매 중이다.

보험사들이 환급률을 높인 단기납 종신보험을 너도나도 출시하고 나선 것은 '저축성 컨셉'으로 판매하기 위한 측면이 크다.

종신보험의 본연의 기능인 사망 보장은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심화하면서 소비자들의 니즈가 줄어들고 있는데 반해, 저축성 기능을 앞세운 상품은 판매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한 보험설계사는 "단기납 종신보험을 판매 할 때 사망보장 기능을 주요 기능으로 내세우지는 않는 편"이라며 "주로 은행보다 높은 이율을 강점으로 설명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단기납 종신보험 계약이 불티나게 들어오고 있다"며 "관련 상품이 개정될 가능성도 있어 이미 자신도 서둘러 가입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대표적인 보장성 상품인 종신보험은 올해부터 적용된 IFRS17 체제하에서 회계상 보험사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이에 영업 현장에 제공하는 판매 수수료도 높게 책정 돼 설계사들의 효자상품으로 여겨진다.

◆단기납 종신보험에 밀리는 진짜 저축성보험

반면 진짜 저축성보험은 판매 실적이 저조한 상황이다.

취약계층에게 금융혜택을 돌려주는 것을 골자로 한 '상생금융' 상품으로 사업비를 대폭 줄인 저축성보험 조차도 금융소비자들에게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실제 보험업계에서 가장 먼저 상생금융 상품을 선보였던 한화생명도 관련 상품의 실적이 미미하다. 출시 이후 1~2달 동안 판매한 건수가 하루 약 10건 수준에 불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 교보생명, 신한라이프 등도 상생금융 저축성 상품을 내놨지만, 판매에 탄력을 받지 못할 것이란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우선 저축성보험이 인기를 끌지 못하는 것은 은행의 저축성 상품보다 이점이 크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상생금융 상품이라고 해서 가입을 하려고 관심을 갖고 들여다 봤었는데, 막상 비교해보니 은행의 적금보다도 이자 메리트가 없어 가입을 하지 않았다"면서 "사업비를 줄인 상생금융 상품조차도 이정도인데, 다른 저축성 상품은 오죽하겠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물론 저축성 기능 외에 보장성 기능도 포함은 돼 있지만, 저축을 목적으로 한 고객들에게는 크게 가입 유인이 없을 것 같다"고 부연했다.

이들 상품이 영업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판매되지 않는 상품이라는 점도 미미한 실적 요인으로 거론된다.

IFRS17 체제하에서는 저축성보험이 보험사들에 회계상 부채로 인식된다.

이에 보험사들은 저축성보험 대신 수익성이 높은 보장성보험에 판매 수수료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상생금융 상품은 사업비가 적기 때문에 보험사 입장에선 더욱 판매 유인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보험연구원 역시 올해 저축성보험 초회보험료 규모가 지난해 대비 26.9%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이처럼 저축성보험 대신 저축성 컨셉 상품에 쏠리고 있는 판매 현상이 불완전판매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저축성 컨셉으로 팔리고 있는 단기납 종신보험은 본연의 기능이 저축성보험이 아닌 만큼, 중도 해지했을 경우 그동안 냈던 보험료를 온전히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금융 소비자들의 유의가 필요하다.

이에 금융감독원도 이번주 단기납 종신보험이 저축성보험으로 소비자들을 오인 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관련 사항을 들여다 본다는 방침이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내놓은 상생금융 저축성보험은 실질적으로 소비자들이 가입할 만큼의 메리트가 크지 않아 보인다"면서 "반면 최근 환급률을 높인 단기납 종신보험은 상생금융 상품보다도 환급률이 높기 때문에 가입에 따른 리스크만 충분히 인지한다면 소비자들의 니즈를 더욱 충족시켜줄 수 있는 상품임은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권유승 기자
ky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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