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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이 총을 쏘네… 팰월드의 ‘포켓몬 비틀기’, 전 세계 홀렸다

문대찬 기자
출시 6일 만에 800만 판매고를 올린 팰월드. [ⓒ포켓페어]
출시 6일 만에 800만 판매고를 올린 팰월드. [ⓒ포켓페어]

[디지털데일리 문대찬기자] 글로벌 지식재산권(IP) ‘포켓몬’과 유사한 캐릭터를 앞세운 일본산 서바이벌 크래프트 게임 ‘팰월드’가 전 세계 게임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28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팰월드는 지난 19일 출시 후 6일 만에 800만장이 팔렸다. 스팀(Steam) 최고 동시접속자는 211만명으로, 320만명을 기록한 크래프톤의 ‘PUBG: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에 이어 역대 2위에 올랐다. 스팀 중국 서버 분리 이후로는 가장 많은 동접자 수다.

팰월드 열풍은 국내서도 불고 있다. 게임 통계 업체인 ‘더로그’에 따르면 팰월드는 이날 PC방 점유율 1.87%를 기록하며 10위에 올랐다. 동영상 크리에이터들을 통해 점점 입소문도 타는 추세다. 아직 개발이 끝나지도 않은 얼리 액세스(앞서 해보기) 버전인 걸 고려하면 고무적 성과다.

팰월드는 판매 기록뿐만 아니라 게임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로도 화제를 모은다. 영화에서 볼 법한 게임 탄생 비화와 ‘포켓몬스터’ 표절 시비 등이 대표적이다.

팰월드를 개발한 포켓페어는 40여명 규모의 영세한 개발사다. 이 곳 대표 미조베 타쿠로의 회고에 따르면 그는 팰월드 기획 초기, 3인칭 슈팅게임(TPS) 요소를 더해줄 개발 인력을 찾다가 엑스에서 집요하게 총을 재장전하는 애니메이션만 올리는 사람을 발견해 영입했다.

직원은 게임 개발 경험이 없는 평범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었지만, 2년간의 개발 작업을 거치며 핵심 개발진으로 거듭났다. 이후 개발진이 추가로 합류하면서 팰월드가 탄생했다.

[ⓒ포켓페어]
[ⓒ포켓페어]

팰월드는 표절 논란으로 진통을 앓고 있다. 이 게임은 신비한 생물 ‘팰’을 수집해 전투를 벌이는데, 몇몇 팰의 디자인이 포켓몬과 매우 흡사해 따가운 논총을 받고 있다. 팰을 잡을 때 사용하는 도구 역시 ‘몬스터볼’과 같은 구체 형태라 유사성 범위를 놓고 갑론을박이 오가는 중이다.

미조베 대표는 “팰월드를 출시하기 전 법적인 검토를 거쳤고, 다른 회사로부터 특별한 조치도 들어오지 않았다”고 반박했지만 논란은 쉬이 가라앉지 않는 모양새다. 회사 내 몬스터 디자이너가 한 명 뿐인데다, 미조베 대표가 과거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게임 애셋 제작에 호의적인 발언을 한 점을 들어 포켓몬 애셋을 AI로 변형해 팰을 만들었다는 의혹이 더해지고 있다.

포켓몬스터 IP를 총괄하는 포켓컴퍼니는 팰월드의 표절 여부에는 말을 아끼면서도, IP 침해 여부에 대해 면밀히 조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25일 자사 홈페이지에 “2024년 1월에 출시된 타사 게임에 대해 포켓몬과 유사하다는 의견과 자사가 허가한 게임인지에 대한 문의를 다수 받고 있다”면서 “당사는 이 게임에 대해 포켓몬의 어떠한 이용도 허락하고 있지 않고 있으며, 포켓몬에 관한 IP 침해 행위에 대해서는, 조사를 실시한 뒤 적절한 대응을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팰을 이용해 노역을 시킬 수 있다. [ⓒ포켓페어]
팰을 이용해 노역을 시킬 수 있다. [ⓒ포켓페어]

모순된 점은 ‘포켓몬 비틀기’가 팰월드의 흥행 비결이라는 점이다. 인간 캐릭터인 이용자가 포켓몬과 같은 팰을 포획해 이들과 탐험하고 전투를 하는 점은 포켓몬스터와 유사하다. 하지만 팰을 다루는 방식은 여타 포켓몬스터 IP와는 결이 크게 다르다.

팰월드에서 이용자는 건축물을 만드거나 농사를 짓는 행위에 팰의 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다. 물 속성 팰을 이용해 밭에 물을 주거나, 불을 쏘는 팰을 겨드랑이에 끼고 ‘화염방사기’처럼 사용할 수 있다. 팰에게 총이나 활을 쥐어주고 전투를 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팰을 때리는 등 가학 행위를 할 수 있고, 심지어는 팰을 도축시켜 음식이나 강화 재료로 사용할 수도 있다.

닌텐도가 개발한 기존 포켓몬 IP 작품들은 전통적인 수집 요소와 성장에만 집중하는 등, IP 명성에만 기대 변화한 게임 트렌드에 발맞추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포켓몬과의 단편적인 연대감보다는 자유로운 탐험에 목말랐던 이용자에게, 팰월드가 매력적인 선택지로 다가온 셈이다. 팰월드 흥행 돌풍이 닌텐도에 적잖은 자극을 줬을 것이라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한편, 팰월드는 최근 앞으로의 방향성을 담은 로드맵을 공개했다. 버그 픽스, 팰 AI 및 경로 개선과 더불어 이용자간전투(PvP) 시스템인 팰 아레나, 게임 최종 콘텐츠에 해당하는 레이드 보스 콘텐츠를 업데이트 할 예정이다. 스팀과 엑스박스간 크로스플레이도 지원할 계획이다.

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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