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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전산 혁신①] 낡은 네트워크 장비 갈아엎는 정부, 시스코는 ‘오명 벗고 함박웃음’?

김보민 기자

정부가 행정전산망 장애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디지털행정서비스 국민신뢰 제고 대책'을 마련했다. 장애관리 체계 정비와 인프라 전반을 전면 개편하는 내용을 담은만큼 국내 IT장비 및 구축업체들로선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디지털데일리>는 이번 정부 발표를 통해 분주히 움직이게 될 ICT 시장을 조망한다<편집자>

17일 서울 서초구 소재 주민센터에 마련된 무인 민원발급기에 '전산장애' 안내문이 붙어있다. [ⓒ 디지털데일리]
17일 서울 서초구 소재 주민센터에 마련된 무인 민원발급기에 '전산장애' 안내문이 붙어있다. [ⓒ 디지털데일리]

[디지털데일리 김보민기자] 정부가 행정전산망 장애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대비책을 마련했다. 내용연수를 경과해 오류가능성이 높은 전산장비는 우선순위에 따라 순차적으로 교체하고, 1·2등급 정보시스템은 네트워크, 방화벽 등 모든 장비에 대한 이중화를 진행해 무중단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네트워크 업계는 이번 정부 계획에 따라 수혜를 누릴 수 있을지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국내 네트워크 시장의 경우 시스코시스템즈(이하 시스코) 외 다른 경쟁 상대가 없는 만큼 '시스코 올인' 흐름이 두드러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장비 교체를 넘어 전문 인력을 배치하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1월 31일 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디지털행정서비스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지난해 11월 지방 행정망 새올시스템, 정부24, 주민등록시스템, 나라장터 등 주요 정보 시스템들이 연쇄 '먹통'되는 사태가 빚어진 데 따라 나왔다. 범정부 태스크포스(TF)는 지난 3개월간 행정 전산망을 개선하고 재발 방치책을 담는 데 집중했다.

이번 발표에 특히 관심을 기울이는 곳은 네트워크 업계다. 정부는 내년까지 주요 정부 시스템에 탑재된 노후 장비를 교체하고 네트워크를 비롯한 주요 시스템을 이중화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현재 주요 정부 시스템에서 운용되고 있는 노후 장비가 약 2500대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네트워크 분야에 큰 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네트워크 장비 영업 이력이 있다고 밝힌 관계자는 "거래 액수가 큰 반면 예상 단가와 납품 규모가 한정되어 있는 네트워크 시장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수혜를 노리는 기업들이 많을 것"이라며 "정부 발표를 중심으로 공공 '빅딜'이 등장한 셈"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시스코가 수혜를 누릴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스코는 지난해 행정전산망 장애가 발생했을 당시, 자사 네트워크 연결 장치(라우터)가 사태를 일으킨 장본인으로 지목되며 곤욕을 치렀지만, 노후 장비를 제때 교체하지 않은 관리자 측 책임이 불거지면서 논란이 일단락됐다. 당시 시스코 측은 대외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로 오명을 벗었다는 안도감이 번진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네트워크 시장의 경우 시스코와 주니퍼네트웍스(이하 주니퍼)가 각각 점유율 1위와 2위를 달리고 있다. 다만 주니퍼의 경우 한국 물량을 소화할 만한 역량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이번에도 시스코의 독주가 사실상 확정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네트워크 기업의 관계자는 "지난 행정망 장애 때도 결국 마지막에 웃음을 지은 주인공은 시스코"라며 "대체제가 크게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시스코가 이번 정부 대책으로 실제 수혜를 누린다면, 지난 행정전산망 사태 당시 겪었던 오명을 쇄신할 수 있는 기회를 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장애의 근본적 원인에 대한 전문가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이번 대책으로 사실상 노후장비가 장애 원인이었다는 점을 시인한 셈이 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네트워크 장비를 누가 공급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이를 운용할지가 관건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우수 장비가 탑재되더라도 지난 장애처럼 내구 연한(사용이 가능한 기간)을 넘기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전국적인 전산망 장애가 반복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인 탓이다. 인프라에 대한 전반적인 투자를 늘리고, 담당 공무원들의 전문성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일단 정부는 소프트웨어(SW) 개발뿐만 아니라 인프라 운영에서도 기술력을 보유한 전문 인력을 공무원으로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전문성이 요구되는 주요 보직에 전문 직위를 확대하고 수당을 인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해 우수 전산직 공무원이 출동할 수 있도록 전산직렬 범부처 풀(pool)도 운영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전국 단위 장애에 대응하고, 대규모 정보화 사업을 재구축하는 데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김보민 기자
kimbm@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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