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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IPO] 재무제표 약점 안고 IPO 나선 이에이트…투자자 관심 끌 수 있을까

이종현 기자
2월2일 서울 영등포구 63컨벤션센터에서 IPO 기자간담회를 개최한 이에이트. 김진현 대표가 직접 이에이트를 소개하고 있다.
2월2일 서울 영등포구 63컨벤션센터에서 IPO 기자간담회를 개최한 이에이트. 김진현 대표가 직접 이에이트를 소개하고 있다.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가상공간에 현실과 같은 시뮬레이션 환경을 구성하는 디지털트윈(Digital Twin) 기업 이에이트가 코스닥 상장 초읽기에 돌입했다.

창립 이후 12여년간 줄곧 적자에 완전자본잠식인 상태에서 기술력 하나 믿고 기업공개(IPO)에 나섰다. 다쏘시스템, 지멘스 등 매출액 수십‧수백조원의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만큼 쉽지 않은 싸움이 될 전망이다.

이에이트 김진현 대표는 2일 서울 영등포구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에이트를 “국내 유일하게 시뮬레이션 기반 디지털트윈 플랫폼을 개발하는 소프트웨어(SW) 기업”이라고 소개했다. 10여년 이상 연구개발(R&D)에 집중해 온 기술을 바탕으로 급성장 중인 디지털트윈 시장 공략에 나서겠다는 포부다.

이에이트는 공모희망가로 1만4500원에서 1만8500원을 제시한 상태다. 시가총액 기준 1388억~1772억원이다. 이날까지 기관 수요예측을 진행한 뒤 공모가를 확정할 예정이다.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청약은 오는 13일부터 14일까지 이틀간 진행된다. 최종 상장 예정일은 23일이다.

기술력을 앞세워 밝은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재무제표에 대한 불안감은 남는다. 이에이트는 2022년 기준 연간 매출액 3억원, 영업손실 77억원을 기록했다. 증권신고서 기준 지난 연말까지의 누적 결손금은 342억원에 달한다. 2018년 코스닥 시장 상장요건이 변경되면서 기술특례상장의 경우 완전자본잠식인 기업도 상장할 수 있지만 상장 흥행에는 불리한 요소다.

누적 결손금에 대해 이에이트 관계자는 “1년에 인건비만 70억~80억원 정도가 나가다 보니 적자가 쌓였다. 매출이 본격적으로 발생한 것이 작년이다. 소프트웨어(SW) 기업인 만큼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하면 수익성은 빠르게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상장 첫날부터 유통될 수 있는 주식 물량이 전체의 약 44%에 달한다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상장 직후 대규모 물량이 쏟아지는 오버행(Overhang) 리스크가 적지 않다. 재무제표 대비 높은 시가총액 역시 불안감을 키운다.

◆경쟁 기업이 매출 수십‧수백조인 다쏘시스템, 지멘스?

이날 김 대표는 이에이트 대표 경쟁사로 프랑스 다쏘시스템, 독일 지멘스, 미국 앤시스 등을 언급했다. 산업용 SW 대표 주자인 이들 기업은 기업가치가 수십조에서 수백조에 달하는 거대 기업이다.

이에이트가 경쟁 상대로 꼽은 3개 기업은 모두 한국에서 활발한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다. 지멘스와 다쏘시스템 경우 2022년 국내 매출 1조1452억원, 2102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이미 글로벌 기업들이 선점한 시장에 한국 중소기업이 도전장을 내미는 다소 불안한 상황이다.

김 대표는 격자(Mesh) 방식에서 한단계 진일보한 입자(Particle) 방식의 시뮬레이션을 가능토록 한다는 것을 특장점으로 내세웠다. 입자 방식의 시뮬레이션은 유체 해석 부분에 특장점을 지닌다. 격자 방식에서는 어려운 변형이 큰 액체나 공기흐름 등을 분석하는 데 유리하다. 하지만 이 역시도 다쏘시스템, 지멘스 등이 확보한 기술이다.

특히 시뮬레이션 분야에서는 수학 컴퓨팅 SW 기업인 미국 매스웍스와도 경쟁하게 된다. 매스웍스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달 탐사 프로젝트에 시뮬레이션 및 디지털트윈 기술을 제공한 기업이다. 국내에서도 국방과학연구소(ADD) 등이 매스웍스 솔루션을 이용 중이다.

시뮬레이션 SW 경우, 이를 사용할 수 있는 엔지니어 존재 유무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다쏘시스템과 지멘스, 매스웍스 등은 일찌감치 국내 대학 및 연구진을 대상으로 SW를 공급해왔다. 엔지니어들이 기업이나 연구기관에 취직했을 경우 자사 제품을 선택하게 만드는 락인(Lock-In) 효과를 위함인데, 후발주자인 이에이트로서는 쉽사리 넘기 힘든 장벽이다.

경쟁 기업들과의 경쟁력을 묻는 질문에 김 대표는 “다쏘시스템, 지멘스, 앤시스와 비교했을 때 입자 방식 시뮬레이션 분야에서는 속도나 정확성에서 더 앞서나간다”고 자신했다. 또 보유한 기술을 바탕으로 스마트시티를 비롯해 에너지, 제조, 자율주행, 건물관리 등 디지털트윈 기술이 요구되는 영역 전반에서 사업화를 추진하겠다고도 전했다.

이에이트가 제출한 증권신고서 내용 중 일부 ⓒ금융감독원
이에이트가 제출한 증권신고서 내용 중 일부 ⓒ금융감독원

◆본격적인 매출 발생 시작했지만…완전자본잠식, 높은 공모가 걸림돌

창립 이후 10여년간 기술개발에만 몰두해 온 이에이트는 최근 사업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세종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사업의 LG CNS 컨소시엄에 참여, 디지털트윈 부문을 담당한 것이 예다. 이에이트는 2022년 12월부터 2025년 11월까지 총 94억원의 사업을 수주했는데, 이는 이에이트가 수주한 첫 대규모 사업이다.

김 대표는 올해 1분기 내 같은 규모의 부산에코델타시티 사업도 수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2개 사업이 진행될 경우 2026년까지 약 200억원가량의 매출이 예정돼 있다고 할 수 있다. 또 직원을 파견하는 방식의 용역 사업이 주가 아닌 만큼 매출대비 영업이익률이 높을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이에이트는 올해 목표 실적을 매출액 164억원, 영업이익 38억원으로 제시했다. 2025년에는 매출액 306억원, 영업이익 14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하지만 세종스마트시와 부산에코델타시티 등 대규모 국가 사업을 모두 포함하더라도 목표 매출에는 못미친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이에이트가 2022년부터 수주한 13개 사업 중 1억원 이상 규모 사업은 총 4개로, 이중 10억원 이상은 세종스마트시티뿐이다. 대규모 사업이 드문데 관련 사업을 이에이트가 싹쓸이한다고 하더라도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산업 전 분야를 둘러봤을 때 이에이트가 유일한 시뮬레이션 기반 디지털트윈 플랫폼 기업이라는 것도 부적절한 표현이다. 자율주행 시뮬레이션 및 디지털트윈 환경을 제공하는 모라이 등 시뮬레이션 기반 디지털트윈 플랫폼 기업은 시장에 다수 있다. 이와 관련 이에이트는 버티컬 영역이 아닌 산업 전반을 위한 시뮬레이션 기반 디지털트윈을 제공하는 유일한 기업이라고 표현을 정정했다.

디지털트윈은 앞으로 스마트시티를 비롯해 에너지, 제조, 자율주행, 건물관리 등 산업 전반에 필요로 하는 기술인 만큼 성장 가능성은 높다. 공공을 비롯해 해외 기업의 SW를 사용하기 어려운 사례가 있는 만큼 자체 개발한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라는 것은 특장점으로 내세울 만하다.

문제는 이에이트에게 드리운 먹구름에 비해 높게 설정된 공모가액이다. 완전자본잠식에 적자인 만큼 주가수익비율(PER)이나 주가순자산비율(PBR)을 따지는 것도 의미가 없다. 말 그대로 기술에 대한 비전만 믿어야 하는데, 작년 8월 반도체 설계 기업 파두가 3분기 어닝쇼크를 숨기고 상장한 사례가 회자되는 만큼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에이트 관계자는 상장 준비 과정에서 파두 사태로 인한 우려가 적지 않았다고도 말했다.

기자간담회 현장에서도 높은 공모가액과 적자, 해외 기업과의 기술 경쟁 등 우려섞인 질문이 주를 이뤘다. 이에 김 대표는 “국산 기업으로서 정부 및 기업과 관련한 여러 레퍼런스를 확보했다. 국내에서 국가시범도시 규모의 디지텉트윈을 가능케 하는 기업은 이에이트뿐”이라며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면승부를 펼치겠다고 피력했다.

이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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