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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콜] “주주 위해 뭐하고 있나”라는 지적에, 엔씨가 내놓은 답은(종합)

왕진화 기자
[ⓒ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엔씨소프트가 전사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씀은 하시지만 전일 공시나 오늘 IR 자료를 보면 오히려 역행하는 것 같습니다. 현재 대한민국 상장사가 밸류업 프로그램을 대응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거버넌스를 개선하고 있는 상황인데, 엔씨소프트는 반대로 가고 있는 것 같아서 주주로서 심히 우려돼서 말씀드립니다.”

8일 엔씨소프트 2023년 4분기 및 연간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이 진행된 가운데 베어링자산운용의 한 매니저가 엔씨소프트를 따끔하게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베어링자산운용은 엔씨소프트 1만7630주를 보유하고 있으며, 시가평가액은 39억2400만원이다. 운용사내비중은 0.47%다.

베어링자산운용 문준기 매니저는 이날 엔씨소프트가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김택진 대표가 지난해 기준 128억원의 연봉과 성과급을 가져간 점 ▲지배주주인 경영진들이 연봉과 성과급을 받는 곳도 사라지는 추세인데, 거의 대부분 주주로서 배당을 받아가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문 매니저는 “대한민국의 다른 상장사와 비교를 해보면 100억원 이상 가져가는 회사는 거의 없다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고연봉은) 회사 실적 및 현금 흐름과도 연동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연결 기준 순현금이 1조원 이상 있는데, 이를 인수합병(M&A)나 주주환원 같은, 향후 자기자본이익률(ROE)를 개선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사용하지 않는 것도 문제”라면서 “게임사답지 않은 인력 규모와 구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감원이 아니라 오히려 추가적으로 글로벌 RDI센터(가칭) 설립을 위해 5800억원을 투자한다는 점이 납득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앞서, 엔씨소프트는 신규 사옥 글로벌 RDI센터(가칭) 설립을 위해 5800억원을 투자한다고 7일 공시한 바 있다. 글로벌 RDI센터 신축 예정 부지는 지난해 3월24일 취득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641번지(2만5719.9㎡)다. 투자금액은 건축, 전기, 정보통신 공사를 포함한 사옥 신축 금액이며, 부가가치세 및 취득 부대비용은 제외됐다.

공시 당시 회사 측은 “업무효율성 증대 및 안정적 업무 공간 확보”라고 투자 목적을 설명했다. 이에, 그는 추가 사옥을 설립한다면 이럴 때일수록 주주에게 게임 파이프라인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을 해줘야 한다고 꼬집었다. 즉, 주주들이 갖는 의문점들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답해야 할 때라고 지적한 것이다.

[ⓒ엔씨소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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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홍원준 엔씨소프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베어링자산운용에서 오늘 정말 좋은 말씀을 해 주셨는데, 저도 지금 말씀해주신 사항이 무슨 상황인지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며 “회사 내부에서도 이러한 내용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논의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이어 “연봉, 성과급을 언급했는데 이는 이사회 내 보상위원회를 통해서 모든 게 이뤄지고 있고, 저희 재무팀과 회사가 관여하고 있는 사항은 아니다”라면서도 “잘 아시겠지만 다른 회사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어떤 취지에서 말씀하시는지 이해하고 있지만 제가 이 자리에서 보상위원회를 대신해 답할 수 없기에 주주총회 같은 경로를 통해 이슈가 될 경우 말씀드리는 게 적절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홍원준 CFO는 베어링자산운용 측이 발언 마지막에 제기했던 방만함에 대해 인정했다. 홍 CFO는 “엔씨소프트는 방만한 것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과도하다는 것은 저희가 충분히 유념하고, 지금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중이다. 곧 여러 가지 좋은 안을 저희가 도출해서 실행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RDI 센터(가칭) 설립은 아까 언급했던 회사의 인오가닉(Inorganic) 성장을 추구하는 투자 재원”이라며 “논퍼포밍(무수익) 애셋을 퍼포밍(수익) 애셋으로, 리턴을 발생시키는 애셋으로 바꾸려고 하는 게 저희가 추진 중인 제일 중요한 원칙이다. 전일 열린 이사회에서도 이를 동의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해부터 게임 커뮤니케이션도 오픈형 R&D 개발 문화인 ‘엔씽(NCing)’ 등을 통해 개별 IP 개발팀이 직접 소통하는 것으로 진행 중인데, 올해에도 소통을 지속적으로 갖겠다”며 “엔씨소프트는 신비주의 기조에서 오픈 기조로 바뀌고 있는데, 더욱 철저하게 시장과 커뮤니케이션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한편,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75% 급감하며 1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연결 기준 지난해 매출이 1조7798억원, 영업이익이 1373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0.8%, 75.4% 감소한 수치다. 순이익은 2139억원으로 50.9% 줄었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39억원으로 재작년 4분기보다 91.9% 급감했다. 같은 기간 매출 역시 4377억원으로, 20.1% 줄었다. 세전이익 기준으로 지난해 4분기는 적자 전환했다.

엔씨소프트는 보통주 1주당 3130원의 현금 결산배당을 결정했다. 배당금 총액은 635억6228만원, 시가 배당률은 1.3%다. 이어, 엔씨소프트는 오는 3월28일 판교 R&D 센터에서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주요안건은 김택진 대표 사내이사 재선임과 박병무 대표 후보자의 사내이사 신규선임이다.

왕진화 기자
wjh9080@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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