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연구 분야에도 AI 쓰이지만… “아직 전문가들 눈높이 충족 못해”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인공지능(AI)이 쓴 논문은 실제로 학자들의 논문을 대체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아직은 어렵다”고 말한다.
1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박윤규 제2차관이 학술‧연구 분야 인공지능(AI) 기업들과의 간담회를 개최했다. 학술‧연구 분야에서 AI가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현황을 공유하고 기술 및 산업 발전을 위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서울 마포구 누리미디어에서 진행된 이날 간담회에는 과기정통부 관계자를 비롯해 누리미디어, 무하유, 플루토랩스, 뤼튼테크놀로지스, 업스테이지 등 학술‧연구 및 AI 기업들이 참여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과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등도 자리해 의견을 나눴다.
AI 기반의 논문 표절검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무하유의 신동호 대표는 국내 학술‧연구 분야 AI 활용 동향을 공유하면서 “요즘 학생들은 자기소개서나 과제물 제출을 위해 챗GPT를 굉장히 많이 쓰고 있다. 하지만 논문 분야에서의 활용도는 그렇게까지 높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대규모언어모델(LLM) 경우 학술 데이터에 대한 학습이 부족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서울대 이공계 수업에서는 챗GPT로 답을 내도록 하고, 그다음 실제 전문가가 어디가 잘못됐는지 찾도록 하는 식으로 쓰곤 한다”는 사례를 전했다.
논문의 경우 학자가 꾸준히 기록을 쌓아가고 명예가 걸린 일인 데 더해 전문적인 지식 분야에서 다소 취약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사용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챗GPT의 등장 초창기 생성형 AI가 학술 생태계를 초토화시킨다는 위기론이 확산됐지만 최근에는 공생하는 방법을 찾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도 부연했다. 논문 주제 선정부터 출판까지 부분적으로 활용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요약문 작성과 같은 분야에서는 실제 저자가 요약한 것에 뒤지지 않는 결과가 나온다고 밝혔다.
신 대표는 “논문을 다 작성한 뒤 키워드를 추출할 때는 챗GPT가 저자보다도 훨씬 잘한다. 저자에게 자신의 논문에서 키워드를 뽑으라고 하면 아무래도 편향성을 보이는데, 챗GPT는 정말로 논문에서 다루고 있는 주요 내용을 골고루 찾아낸다”며 AI가 전체 논문을 작성해주는 데는 한계를 보이지만 특정 영역에서는 충분히 활용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신 대표에 이어 플루토랩스 유준선 대표가 발표를 진행했다. 플루토랩스는 연구자 중심의 논문 분석 및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인데, 유 대표도 현재 학술 분야에서 생성형 AI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메타의 논문 생성 AI ‘갤럭티카’가 수준 미달로 3일만에 서비스를 종료한 점을 언급하며 “학술 분야에서 자연어처리(NLP)를 위해 어마어마한 투자를 해왔는데, 투자대비 유의미한 성과가 나왔는지는 아직 모르겠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이어 “메타, 구글 등이 굉장히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뚜렷한 성공을 거두진 못했다”며 “논문이라는 것은 세상에 없는 것을 써야 한다. 그런데 AI가 학습하는 데이터는 이미 세상에 있는 것들에서 비롯한다. 그러다 보니 본질적으로 논문을 작성할 때 AI의 도움을 받아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런 부분이 AI의 큰 한계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간담회 현장에 참석한 대부분의 참석자는 생성형 AI가 발전 중이고, 앞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데는 모두 공감했다.
KISTI 최광남 국가과학기술데이터본부 본부장은 “작년 10월 메타의 라마(Llama2) 13B 모델을 기반으로 LLM을 발표했다. KISTI가 가지고 있는 과학정보를 바탕으로 기본 LLM을 만든 것으로, 만약 화학에 특화된 무언가를 더하고 싶다면 그에 따른 데이터를 추가해서 쓰는 방식으로 이용 가능하다”며 “추후 학습 분야에 특화된 소형언어모델(sLLM)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 도중에는 특정 언어모델에 대한 사용을 강제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피력됐다. 뤼튼테크놀로지스 이동재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유저에게 서비스를 전달하는 입장에서 모델 성능이 잘 안 나오거나 지연이 될 경우 그 책임은 우리가 져야 한다”며 “여러 언어모델을 골라쓰는 중간자 입장에서 다양성이 있어야 좋은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고 전했다.
여러 현장의 목소릴 들은 박 차관은 “다양한 지식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학술·연구 분야에서 AI 접목을 통해 국민이 쉽게 지식을 향유하고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연구 현장을 선도하는 등 혁신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며 “전국민이 AI 혜택을 누리고 AI 일상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정책 추진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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