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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자동차, 게임 엔진과 달린다

문대찬 기자

카와니시 이즈미 소니혼다모빌리티 대표와 '아필라'. [ⓒ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문대찬기자] 게임 개발에만 국한됐던 게임 엔진의 활용도가 산업계 전반에서 커지고 있다. 특히 자율주행 차량 등의 등장으로 인해 몰입감 높은 3D 콘텐츠의 필요성이 커진 자동차 업계가 적극적으로 게임 엔진을 들여다보는 분위기다.

소니와 혼다의 합작사 소니혼다모빌리티 수장이자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카와니시 이즈미는 지난달 열린 ‘CES 2024’ 현장에서 플레이스테이션5의 듀얼센스 컨트롤러로 신규 전기차 ‘아필라’를 운전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여 눈길을 모았다.

아필라는 인공지능(AI)과 엔터테인먼트, 가상현실(VR), 증강현실(AI)에 대한 소니의 경험을 활용한 전기차다. 카와니시 대표는 아필라를 관통하는 열쇳말로 ‘ADAS를 위한 인공지능’, ‘창의적 엔터테인먼트 모빌리티’를 꼽았다. 그러면서 “언리얼엔진5 등 게이밍·엔터테인먼트 요소를 통해 이용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디지털 놀이터’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소니는 아필라의 ADAS(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를 게임 엔진인 언리얼엔진을 이용해 개발하고 있다. ADAS는 아필라 내 다양한 센서 장치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모아 차량과 보행자, 날씨 및 주변 환경을 시뮬레이션한다.

또한,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는 AR과 결합돼 몰입감 있는 경험과 게임 및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제공할 수도 있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단순 이동 수단으로써 존재 가치를 지닌 자동차에서 나아가, 하나의 움직이는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으로의 진화를 꾀하는 셈이다.

아필라에선 플레이스테이션5 게임을 즐길 수 있고, 차량 맞춤형 VR 및 AR 콘텐츠 등 이용자가 이동 중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이 탑재될 예정이다. 아필라는 2026년 출시를 앞두고 있다.

[ⓒ테슬라]

자율주행을 바라보는 완성차 업체들은 운전자가 이동 중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게임산업과 거리를 좁혀가고 있다. 여기에 자동차가 디지털화됨에 따라 복잡한 컴퓨터 시스텝이 탑재되기 시작했고, 이와 상호작용할 소프트웨어 중요성도 덩달아 커지면서 고도의 기능을 자랑하는 게임 엔진과의 접점도 넓어지고 있다.

세계에서 널리 쓰이는 게임 엔진 중 하나인 에픽게임즈의 언리얼엔진은 최근 리얼타임 기술을 앞세워 자동차 산업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해당 기술은 고퀄리티 그래픽은 물론이고 데이터 프렙 및 커스터마이징, 원소스멀티유즈, 멀티 협업 기능 등을 지원한다. 신속화와 자동화에 강점이 있고, 맞춤형 제작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이에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최근 언리얼엔진을 휴먼머신인테퍼이스(HMI) 개발에 적극 사용하고 있다. 이밖에 자동차 콘셉트부터 디자인, ADAS, 자율주행훈련, 마케팅 이미지 및 영상 등 자동차 파이프라인 전반에서 언리얼엔진이 활용되고 있다.

예컨대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 볼보는 지난 2022년 차세대 순수 전기차의 HMI 개발에 언리얼엔진을 적용하기 위해 에픽게임즈와 손을 잡았다. 유럽 자동차 제조사 중 언리얼 엔진의 HMI 기술 적용 첫 사례다. 이를 통해 연내 출시될 SUV ‘EX90’에는 3단계 수준의 자율주행이 구현되고, 첨단 컴퓨팅 성능과 고퀄리티의 그래픽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남양연구소의 리얼타임 레이 트레이싱을 이용한 자동차 렌더링 연구개발부터 현대자동차의 순수 전기차 아이오닉6, 고성능 수소 전기 하이브리드 자동차인 N Vision 74의 고퀄리티 마케팅 이미지 등에 언리얼엔진을 적극 도입 중이다.

최근 선보인 포드의 ‘올뉴포드머스탱’에는 언리얼엔진이 사용된 HMI가 장착됐다. 해당 자동차 모델 운전석에는 12.4인치의 대형 디스플레이가 장착됐는데, 머스탱의 드라이브 모드에 따라 언리얼엔진으로 제작된 다양한 애니메이션 이미지가 화면에 구현된다. 에픽게임즈에 따르면 언리얼엔진으로 제작된 HMI를 탑재한 자동차 수는 지난해 1월 기준 250% 늘었다.

한편, 에픽게임즈 팀 스위니 대표는 지난 2017년 국내에서 진행된 ‘언리얼 서밋’에서 게임으로 발전한 3D 그래픽과 VR‧AR 기술이 삶의 모습을 바꿀 것이라고 내다본 바 있다.

그는 당시 “게임이 4차 산업 혁명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에픽이 가지고 있는 3D 기술을 통해서 새로운 경험과 새로운 모습을 창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대찬 기자
freez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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