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RA'에 K-음극재 '희비'…포스코퓨처엠·엘앤에프 '준비만반' [소부장박대리]
[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기준 강화로, 국내 음극재 업체들의 희비가 갈리고 있다. 중국산 흑연으로 음극재를 생산해 온 포스코퓨처엠은 중국산 흑연 비중을 줄여야하지만, 사업 진출부터 아프리카산 흑연 수입 라인을 구축한 엘앤에프는 상대적으로 여유롭다.
5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중국산 핵심 광물을 배제하려는 전략에 힘을 실고 있다. 지난해 12월 미국 정부는 IRA의 해외우려기업(FEOC·Foreign Entity of Concern) 세부 지침을 발표했다. 기업 간 협력뿐 아니라 부품과 핵심 광물 수급을 받더라도 세액 공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규정이 포함됐다.
부품은 올해, 핵심 광물은 내년부터 본격 적용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음극재 업계가 가장 직격탄을 맞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음극재 생산에는 검은 흑연이 필수인데, 이 흑연 대다수가 중국에서 생산되기 때문이다. 양극재에 투입되는 리튬, 코발트, 리켈 등 다른 광물보다 중국 의존도가 월등히 높다.
산업은행이 한국무역협회 수출입통계 등 국내 자료와 미국 지질조사국 등 국외 자료를 종합 분석한 결과 중국은 구형흑연(흑연광석을 고품질 음극재 제조에 적합한 형태로 가공한 중간원료) 기준 2022년 생산량이 82만톤(t)으로 글로벌 점유율 91%를 차지했다. 즉, 중국 외 대안을 찾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한국 기업 중에서 음극재를 직접 생산하는 기업은 포스코퓨처엠과 엘앤에프 단 두 곳이다. 미국 내 IRA 혜택을 받기 위해서 이 둘 기업은 내년까지는 중국 외 지역에서 흑연을 조달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2010년부터 음극재 사업을 시작, 연산 7만4000톤을 생산하는 포스코퓨처엠의 경우, 현재 천연흑연 100%를 중국에서 가공한 것을 가져와 음극재를 만들고 있다.
내년 IRA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해선 중국 의존를 벗어나야 하는 만큼, 공급망 다각화를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호주 광산업체 시라 리소시스는 지난 1일 호주 증권거래소 공시를 통해 아프리카 모잠비크 발라마 광산에서 채굴하는 흑연을 포스코퓨처엠에 장기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계약 물량은 연간 2만4000톤에서 6만톤 사이로 포스코퓨처엠이 결정할 수 있다. 계약기간은 고객사 요청 이후 6년간이다. 다만 요청은 늦어도 2025년까지 하도록 했다. 공급 가격은 객관적인 시장 가격 기준으로 제품 품질과 거래량 등을 바탕으로 양사가 분기마다 협의한다.
포스코퓨처엠은 이번 계약으로 연간 최대 6만톤의 천연흑연 원료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연간 약 3만톤의 천연흑연 음극재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양이다. 포스코퓨처엠이 연간 생산하는 천연흑연 음극재(7만4000톤)의 약 40% 수준이다. 이외에도 포스코그룹 차원에서 탄자니아 마헨지 흑연 광산에 투자한 만큼, 여러 방법을 통해 중국 외 흑연 수급 비중을 늘릴 방침이다.
지난해 음극재 시장 진출을 선언한 엘앤에프는 첫 단추를 잘 꿴 모습이다. 엘앤에프는 지난해 2조5500억원을 들여 대구국가산업단지 내 약 56만㎡(17만 평) 토지에 음극재와 양극재 신공장을 2025년까지 설립할 계획이다.
이곳에 들어설 음극재 공장은 1개 동으로 연산 2만2000톤의 음극재를 생산할 예정이다. 음극재 생산을 위한 흑연 조달은 일본 미쓰비시케미컬이 맡는다. 엘앤에프 관계자는 "미쓰비시케미컬은 아프리카 주요 광산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과 계약을 맺은 상태다"라며 "엘앤에프가 생산하는 음극재 2만 2000톤 전량을 아프리카산 천연흑연으로 생산한다"라고 전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당장 내년부터 미국 IRA 광물 규제가 이뤄지는 만큼, 핵심 광물의 중국 의존 비율을 낮추는 것이 또 하나의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라며 "음극재의 경우, 중국 생산 비율이 워낙 높아 의존도를 낮추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생산 물량 전량의 흑연을 탈 중국화에 성공한 엘앤에프는 첫 단추를 잘 뀄다고 평가할 수 있다"라며 "포스코퓨처엠도 연산 40% 수준의 물량을 확보한 데다 그룹 차원에서도 탈중국 준비를 하고 있는 만큼, 내년 IRA 혜택을 받을 수 있을 지 지켜봐야할 듯 하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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