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통신사, 빅테크 상대 AI 주도권 확보 어떻게?…산학연 머리 맞대 (종합)
[디지털데일리 강소현기자] “통신사업도 모든 기술 개발에서 AI(인공지능)를 접목하는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백용순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입체통신연구소장은 5일 연세대 백양누리 그랜드볼룸에서 진행된 ‘AI시대, ICT가 가야할 길’을 주제로 진행된 대한민국 이동통신 40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축사를 통해 “6G(6세대이동통신)의 특징은 AI 네이티브”라며 이 같이 박혔다.
이번 토론회는 이동통신 40주년을 맞아 그간 ICT 영역의 성과를 돌아보고, AI 시대에 경제적·사회적 가치를 달성하는 데 있어 ICT(정보통신기술)의 역할이 무엇일지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마련됐다
최근 국내 이동통신 3사는 각사별 AI 전략을 밝혔다. SK텔레콤은 글로벌 파트너와 함께 ‘텔코 LLM’(통신사 특화 거대언어모델) 개발에 나선 반면, LG유플러스는 고객 특화 경량화 모델(SLM)을 개발해 SLM 기반의 AI 서비스를 선보인다. KT는 LLM과 sLM을 동시에 제공하는 ‘멀티 옵션 전략’을 취한다.
이통사는 앞서 본업인 통신사업에서 인프라 투자 대비 수익을 거두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통상 이동통신 세대가 교체될 때 요금을 인상하지만, 5G(5세대이동통신)에선 그러지 못했다. 게다가 최근엔 정부로부터 요금 인하 압박을 받고 있다.
특히 5G 시대는 이전의 세대들과 달리, 이렇다할 킬러서비스가 부재하다. 즉, 상용화 5년차를 맞아 5G Adavanced 시대가 도래했지만 네트워크 슬라이싱 등 관련 기술 개발에 투자해도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보장이 없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이통사업자는 챗GPT로 촉발된 AI시장에서 새로운 수익모델(BM)을 찾았다. 결국 AI사업의 기반도 ‘통신’이기 때문이다. AI를 기반으로 네트워크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전 산업군에서 AI 적용을 확대한다는 방향이다.
백용순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입체통신연구소장은 “지금까진 통신사가 인프라를 깔아주면, 인프라를 통해 이득을 취하는 것은 빅테크 기업들이었다”라면서도 “(AI시대에선) 관련 서비스를 개발하는 기업들에 네트워크 상황을 직접 조정할 수 있는 API를 제공하면서 빅테크 기업과 수익을 나눌 수 있겠다”라고 제안했다.
권남훈 건국대 교수는 “AI가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면 각 도메인에 들어가 변화를 일으켜야 한다. 영업비밀을 지켜주는 동시에 비즈니스 방식 자체를 바꿔주는 사업자가 필요한 것”이라며 “지금으로선 이통사가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해왔던 이동통신 사업자가 빅테크 기업을 상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가운데 산학연에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안현철 국민대학교 교수는 “(AI 사업에서) 미국·중국 등 강대국과 경쟁하면서 성과내는게 어려움에도 불구, 상황이 나쁘지 않다. 절대지표로도 상대지표로도 전세계 6위 수준”이라며 “현재까지 AI 산업에 있어 우리 기업들은 대체로 선방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나 뒤처지지 않도록 적극적 형태의 방어전략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이날 전문가들은 정부가 기업 간 협업 생태계를 조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국내 이통사만 해도 이미 다양한 글로버 사업자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SK텔레콤은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Global Telco AI Alliance·이하 GTAA)를 꾸렸다. 합작법인에는 SK텔레콤을 비롯해 도이치텔레콤, 이앤(e&)그룹, 싱텔그룹, 소프트뱅크 등이 속했다. AI 거대언어모델(LLM) 공동 개발하고 관련 사업에서 협력한다는 취지다.
김정언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AI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엔비디아만으론 이 수요를 다 충족시키기 어려울 것”이라며 “삼성이나 SK하이닉스와 같은 대기업들이 반도체 개발에 상당히 투자하고 있지만, 국산 AI 반도체를 고도화하려면 정부가 나서 협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적극 지원해주는 부분이 필요하겠다”라고 강조했다.
권남훈 교수는 “조인트벤처가 굉장히 필요하다. 유럽의 경우 기후 위기에 공헌하기 위해 기업들이 서로 협력하는데 AI와 같은 혁신기술에서도 그런 부분이 있을 것 같다”라며 “기업 간 힘을 합하는 부분에서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이 중요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정부 차원의 초거대 AI 모델에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정부 차원의 학습용 데이터셋 구축 지원도 제안됐다. 김정언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초거대AI 모델을 개발하려면 양질의 대규모 데이터셋 구축이 선행돼야 하는데, 이런 부분에서 정부 역할이 필요할 것 같다”며 “국내 기업들 간 협력을 통해 공동으로 데이터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지원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생각해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정부 역시 글로벌 AI 생태계에서 국내 기업들이 주도권을 잡을 수 있도록 정부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김경만 통신정책국장은 ”다른나라와 비교해 (대한민국이) 경쟁력이 있다면 나름대로의 플랫폼 생태계가 구축되어 있고, 계속해서 비즈니스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라며 ”단순 기업에 대한 규제보단, 국내 기업이 경쟁력 우위를 가질 수 있도록 정부의 역할에 충실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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