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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호갱법]② "전환지원금? 글쎄"…고객·통신사·유통점·알뜰폰, 모두 불만

채성오 기자
휴대폰 대리점. [ⓒ 디지털데일리]
휴대폰 대리점. [ⓒ 디지털데일리]


[디지털데일리 채성오기자] "어차피 결합써야 돼서 못 옮겨요. 위약금 대납받는 대신 10만원 요금제 6개월 쓰고 결합상품까지 포기해서 IPTV·인터넷 추가 위약금 낼 바에야 누가 번호이동을 하겠어요. - 전환지원금 상담을 받고 나온 시민 A씨"

"주말부터 손님들이 전환정책금을 많이 물어보시는데 번호이동을 하시는 분은 별로 없어요. 안내는 해드리는데 최신 기종에 붙는 전환지원금이 워낙 작으니까 타사 결합상품을 깨면서까지 옮기려는 분은 없는 거 같아요. - 서울 A사 대리점."

"이 정책 자체가 사실상 알뜰폰 사업자에게는 치명타가 될 수 있죠. 시행 초기는 안정되지 않은 환경이라 번호이동폭이 적기 때문에 효과가 미미해보이지만, 정부가 나서거나 한 사업자가 전환지원금을 확 올리는 순간이 오면 100만원이 넘는 기기를 공짜에 살 수 있는 조건이 발생하기 때문에 순식간에 가입자를 뺏길 수 있어요. - 알뜰폰 사업자"

지난 15일부터 시작된 통신사의 전환지원금 정책을 두고 관련 업계와 이용자들의 혼란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통신 3사는 비용 지출 증가로 인한 손실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인 반면 알뜰폰(MVNO)업계에서는 전환지원금 규모 확대에 따른 가입자 이탈 현상을 우려하고 있다.

각 통신사마다 다른 지원 정책과 변동성으로 인해 대리점·판매점 같은 유통업체도 혼란을 겪긴 마찬가지다. 특히 현 시점에서 전환지원금이 최대 10만원대에 머물러 있고 고가요금제에 집중돼 있는 데다 통신사마다 지원하는 모델이 달라 번호이동을 고려하는 이용자조차 쉽사리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실정이다.

◆"아직 50만원 아니에요"…중구난방 정책 혼란만 가중

당초 전환지원금은 번호이동 시 부과되는 위약금, 심(SIM) 비용 등을 최대 50만원 내에서 지원하는 취지로 도입됐다. 여기에 대폭 인상된 전환지원금과 대리점·판매점에서 제공하는 추가지원금(지원금의 15% 이내)을 더하면 출고가 115만원인 '갤럭시S24' 기기를 0원(전환지원금 50만원·공시지원금 50만원·추가지원금 15만원 할인)에 구매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지난 15일 공개된 전환지원금 정책은 각 통신사마다 지원하는 기기, 지원금 규모가 달라 이용자들이 피부로 체감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뒤따르고 있다. 해당 정책이 시행된 지 5일이 지난 현재 전환지원금을 가장 많이 지원하는 곳은 KT(13만원)로, 이마저도 아이폰14 시리즈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최신 기종인 갤럭시S24에 대한 전환지원금은 8만원 수준인데 해당 금액을 지원받으려면 월 13만원 요금제를 써야 한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갤럭시S24에 대한 전환지원금을 지원하지 않는다. 기업별로 보면 SK텔레콤은 갤럭시Z플립5와 갤럭시Z폴드4에 가장 많은 전환지원금(최대 12만원)을 지원하고, LG유플러스의 경우 아이폰15 시리즈와 갤럭시Z플립5에 각각 최대 10만원의 전환지원금을 책정한 상태다.

전환지원금은 통신사의 정책에 따라 지원 기기나 규모를 결정할 수 있지만, 준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관련 정책을 시행하게 된 통신사들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라는 입장이다. 전산 시스템 구축 전 정책을 시행할 만큼 갑작스럽게 진행하다보니 위약금 지원 범위 등 세부 가이드라인도 제대로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지난 19일 방통위가 전환지원금 상향을 요청함에 따라 통신사들이 겪는 압박감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공시지원금도 몇 차례 인상한 상황에서 전환지원금까지 추가 인상할 경우, 비용 지출이 큰 폭으로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신사의 한 관계자는 "전환지원금 지원 기기나 지원금 규모는 각 회사별 마케팅 정책에 따라 결정하는 부분인 데 결합상품에 대한 위약금을 전환지원금 범위에 포함시키는 방안 등 세부적인 가이드라인도 못 정한 상태"라며 "최신 기종 지원이나 지원금 규모 확대 요구가 있는 것을 인지하고 있지만, 단말기 가격이나 삼성과 애플이 과점하며 발생한 단말기 가격 인상 등 근본적인 대책 논의 없이 통신사의 부담만 늘리는 것이 얼마나 실효성을 가질 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유통업체와 이용자의 혼란도 이어지고 있다. 대리점이나 판매점을 찾는 고객들의 발길은 늘었지만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비율은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 판매점 직원들도 통신사 정책에 따라 판매하는 만큼, 전환지원금 규모 변동성을 예측할 수 없어 고객들에게 관련 정책을 제대로 안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용자 역시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전환지원금이 번호이동 가입자에게 한정된 만큼, 기기변경으로 새 휴대폰을 구매하려는 이용자는 혜택을 받지 못하는 역차별을 받게 된다. 번호이동 이용자 역시 위약금을 전환지원금으로 지원받더라도 6개월 간 월 10만원이 넘는 고가요금제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가입을 망설이게 되는 지점이 발생한다. 통신비 할인을 위해 결합상품(IPTV, 인터넷 등)에 가입하는 비중이 높은 환경을 고려하면, 번호이동에 따른 추가 위약금도 부담 요소다.

한국이동통신판매점협회 관계자는 "전환지원금 시행 당시 기대하시고 판매점을 방문하시는 분들이 많았지만 현재까지는 실효성이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전환지원금이 번호이동 이용자에게 한정된 지원 혜택인데, 한 번 통신사를 옮기게 되면 2년 간은 다시 이동하기 어려울 만큼 높은 위약금이 책정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봤을 때 실효성을 거두긴 힘들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알뜰폰업계는 전환지원금 정책의 변동성에 대해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현재까진 전환지원금 규모가 낮은 데다, 통신사마다 지원하는 기기가 다르게 책정되는 등 관련 정책 시행에 따른 효과가 미미하지만 지원금 규모가 확대될 경우 가입자 이탈을 막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방통위의 요청이 있었던 만큼 통신사들이 전환지원금 규모를 높이게 되면, '0원 요금제'로 유입됐던 알뜰폰 가입자들이 대거 이탈하는 광경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KMVNO) 관계자는 "전환지원금이 50만원 수준까지 올라갈 경우 최신 기종을 공짜로 줄 수 있는 수준이 되니 충분한 경쟁이 유발될 것"이라며 "당장 알뜰폰 사업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정책이 시행된 이상 지원금 규모가 확대되고 순식간에 단통법 때와 같은 경쟁 현상이 벌어지며 시장의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채성오 기자
cs86@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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