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레벨업] ⑧ 넥슨 “AI와 데이터의 결합, ‘나만의 게임 서비스’ 제공할 것”
최근 몇 년 사이 이뤄진 인공지능(AI) 기술의 급격한 발전은 전 세계 산업군 전반의 풍경을 바꾸고 있다. 예부터 AI 기술을 들여다봤던 게임업계도 앞다퉈 AI 기술 연구 및 관련 사업을 확장하며 레벨 업(Level Up)을 노리는 모습이다. AI를 이용해 업무 효율화를 꾀하는 것에서 나아가, 궁극적으로는 인간처럼 생각하는 NPC(논플레이어블캐릭터) 개발 등 혁신을 꿈꾸고 있다. 게임업계의 AI 동행기를 디지털데일리가 소개한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문대찬기자] 게임업계 맏형 넥슨은 지난 30년간 게이머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줄곧 고민해왔다. 생성 AI(인공지능) 기술이 산업계 화두에 오른 최근에는 이를 게임에 적용해 전에 없던 재미를 주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넥슨 인텔리전스랩스는 이러한 넥슨 행보의 선봉에 선 조직이다. 2010년 데이터 분석에 초점을 맞춘 분석 본부로 시작했던 이곳은, 2017년 기술 변화에 발맞춰 머신러닝·딥러닝 기술을 활용한 시스템을 개발·적용하는 보다 확장된 조직으로 발돋움했다. 2021년부터는 데이터 조직과 플랫폼 조직을 통합해 게임 서비스에 필요한 기반 솔루션과 고도화 솔루션까지 제공하고 있다.
5일 성남시 판교 넥슨코리아 사옥에서 만난 인텔리전스랩스 배준영 본부장은 최근 생성 AI 기술 보급이 활발해면서 인텔리전스랩스도 어느 때보다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사업계획이 무색해질 정도로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르다”고 웃으면서 “이전부터 AI 개발을 자체적으로 진행해왔지만, 생성 AI가 활성화 된 뒤로는 필요에 따라 내부 기술을 외부 기술로 대체하고 있다. 리서치와 연구 개발을 병행하면서 후보군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인텔리전스랩스는 타사 AI 조직과는 다소 결이 다르다. 생성 AI 개발을 담당하는 부서 뿐 아니라 데이터 분석, AI와 데이터를 접목한 솔루션 제작을 맡은 부서가 한 데 모였다. 여기에 사용자경험(UX) 전담, FGT(포커스그룹테스트)나 인터뷰를 통해 유저 데이터를 직접 수집하는 부서도 있다. 인텔리전스랩스 인력 규모가 700여명에 달하는 이유다.
인텔리전스랩스는 지속적으로 인재를 채용할 계획도 갖고 있다. 배 본부장은 “타사에 비해 넥슨이 보유한 포트폴리오가 굉장히 많다. 인력 규모가 자연스레 늘었다”며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이를 다룰 인력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 생성 AI를 연구하는 엔지니어들은 조직 내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라 관련 인력을 더 보강해야 하는 현실”이라고 전했다.
인텔리전스랩스는 그간 조직의 뿌리와 같은 데이터와 AI 기술을 접목하는 시도에 집중해왓다. 이러한 노하우가 집약된 것이 플랫폼·데이터 기반 솔루션 ‘게임스케일(Gamescale)’이다.
이용자 개인의 취향과 플레이 스타일이 반영된 데이터를 통해 정밀한 매치 메이킹을 하거나, 게임 업데이트 내용 중에서도 이용자가 선호할 만한 콘텐츠를 선별해 추천하는 등 ‘개인화’에 집중해 이용자 경험을 극대화하는 효과가 있다. 실제 이러한 시도가 적용된 게임인 ‘FC온라인’과 ‘카트라이더러쉬플러스’에선 높은 이용자 만족도가 나타나기도 했다.
인텔리전스랩스는 지난해 4월 게임스케일을 오픈 솔루션으로 전환하며 기업간거래(B2B)로의 확장 가능성을 열어뒀다. 게임스케일은 공개 후 국내외 게임사 뿐 아니라 외부 솔루션 업체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배 본부장은 “레퍼런스를 쌓을 수 있는 대상을 협의하는 중에 있다”며 “주로 해외 스튜디오들과 논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인텔리전스랩스는 생성 AI를 직접 개발하기 보다는, 외부 기술을 가공해 게임에 적용하는 시도에 무게를 더 싣고 있다. 언어모델에게 자사 지식재산(IP)을 학습시켜 최적화 시키고 이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지난 30년간 넥슨이 쌓아온 아트, 음성 등은 이를 위한 든든한 기반이 된다.
배 본부장은 “LLM(대규모언어모델)을 직접 만들기보다는 외부에서 발전되는 GPT 등 다양한 솔루션을 넥슨의 것과 결합해 커스텀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내부에서 개발하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접근이다. 외부 솔루션에 유연하게 열린 것이 우리 조직의 강점”이라고 전했다.
외부 기술을 적용해 효과를 본 사례도 속속 나오고 있다. 배 본부장은 발달할 생성 AI를 활용하면서 인텔리전스랩스의 핵심 방향성인 개인화 작업도 보다 수월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저도 워낙 많고 게임 장르도 다양하다. 유저에게 맞춤형으로 제공해야 하는 메시지도 많아졌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개인화를 하기 위해선 동일한 콘텐츠도 변형이 필요한데, 생성AI 기술이 이를 현실화하는 데 도움을 많이 줬다”고 밝혔다.
배 본부장은 “‘슛! 골~’이라는 메시지도 표현할 수 있는 방식이 되게 많지 않나. 지금은 동일한 메시지를 100개 또는 1000개로 만들어 달라고 주문하면 다양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며 “유저들에게 조금 더 다양한 개인화 된 콘텐츠를 제공해 줄 수 있는 부분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나의 메애기 앨범’을 AI 기술을 이용한 좋은 개인화 사례라고 강조했다. 나의 메애기 앨범은 메이플스토리 이용자가 게임 플레이를 하면서 경험했던 과거 내용을 앨범으로 제작, 향수를 자극해 게임에 복귀하도록 유도하는 콘텐츠다.
배 본부장은 “몇 년전에 한 경험을 개인의 실제 캐릭터를 통해 녹여 보냈다. 마지막엔 ‘지금은 추억이 비어있다’는 식으로 끝맺음 한 앨범인데, 굉장히 반응이 좋았다”고 밝혔다.
물론 생성 AI 개발에 손을 놓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음성이나 코드 제작 등에 도움을 주는 소형 생성 AI 개발해 상용화를 앞둔 단계에 있다. 최근엔 ‘보이스크리에이터’를 통해 ‘메이플스토리’ 강원기 총괄 디렉터의 음성을 재현, 광고 제작에 활용하기도 했다. 유저들이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는 ‘메이플스토리월드’ 내 코드 제너레이팅에도 관련 기술을 부분 활용하고 있다.
생성 AI 기술을 통해 산업계가 기대하는 효과 중 하나는 업무 효율화와 생산성 증대다. 국내에서도 최근 적잖은 게임사가 AI 창작 도구 등을 개발 과정에 활용 중이다.
다만 넥슨은 보다 신중하게 AI를 개발 문화에 정착시키겠단 심산이다. 배 본부장은 “우리에게 적합한 부분들을 보완하면서 커스텀을 하고 있는데, 학습된 데이터들이 굉장히 퍼블릭한 것을 기반으로 하다 보니 디테일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에 베이스를 만드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미지나 음성 등을 생성하려면 베이스가 잘 잡혀야 한다”며 “넥슨에 맞는 응답을 해줄 수만 있다면 내부 뿐 아니라 외부 데이터도 괜찮다. 그간 쌓아온 데이터와 현실의 LLM을 잘 결합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조직 내 AI 친근감을 높이려는 시도는 지속 중이라고 부연했다. 최근 인트라넷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작한 챗봇이 일례다. 그는 “실질적으로 활용을 해보고 도움이 되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면서 “챗봇이 정확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론칭한 이유는 다양한 부서들이 실제 자신의 업무에 이를 적용해보고 체감하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배 본부장은 향후 AI 기술로 게임의 재미가 극대화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개인화 메시지가 NPC(논플레이어블캐릭터)에도 적용될 수 있다”며 “지금은 NPC가 정형화된 스크립트를 기반한다면 향후엔 유저 패턴, 즉 데이터를 기반해 저마다 다른 대화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플레이 시간, 오늘의 날씨 등을 고려한 다양한 메시지의 베리에이션이 가능할 것”이라면서 “단순 작업의 생산성이나 효율성을 높인다기보다는 이용자에게 많은 콘텐츠를 제공해 줌으로써 재미를 더해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기존 게임들에서 이런 부분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배 본부장은 나아가 AI가 일종의 게임 플레이 도우미 역할을 하게 될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그는 “‘액티브어드바이저’라고 하는데, 생성 AI가 나오기 전부터 고민해왔던 부분이다. 게임을 하다 막히는 부분이 오기 전에 AI가 선제적으로 조언을 해주는 방식”이라며 “발달한 NLP(자연어처리), 텍스트 생성, 음성합성 기술 등을 이용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라고 말했다.
먼 훗날의 일이 될 수 있지만, 무한의 시나리오를 보유한 게임의 탄생 가능성도 짚었다. 배 본부장은 “어딘가에선 개발 단계부터 생성 AI를 활용해 그러한 게임을 만들겠다는 연구가 계속되고 있을 것”이라며 “당장은 어려울 것 같다고 보이지만 AI 기술 발전 속도가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빠르기 때문에 그런 상황이 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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