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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이통, 이대로 괜찮나]③ 5G 28㎓ 주파수, B2B 사업화 가능?…스테이지엑스 청사진

백지영 기자

제4 이통통신 사업자가 출범 전부터 몸살을 앓고 있다. 이동통신 3사가 포기한 5G 28㎓ 주파수 대역을 낙찰받아 시장에 뛰어든 스테이지엑스 컨소시엄의 자금조달과 기술적 능력 등이 아직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주사 스테이지파이브가 수 년째 자본잠식을 겪고 있는 만큼 당장 대규모 투자유치가 어려운 데다 정부의 정책금융에만 의존할 가능성까지 제기돼 사업의 불투명성이 높아졌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디지털데일리>는 제4 이동통신 사업 과정에서 제기된 지적사항과 문제점을 들여다 보고 스테이지엑스 컨소시엄의 출범 가능성에 대해 짚어본다. <편집자 주>

서상원 스테이지엑스 대표가 7일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사업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 스테이지엑스]
서상원 스테이지엑스 대표가 7일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사업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 스테이지엑스]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통신3사도 포기한 28㎓ 주파수로 과연 ‘제4이통’ 스테이지엑스는 기업용(B2B)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구현할 수 있을까.

스테이지엑스는 올해 1월 5G 28㎓ 대역 주파수를 4301억원에 낙찰받으면서 네 번째 이동통신사업자로 전격 등장했다. 스테이지엑스가 경매로 확보한 28㎓ 주파수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도 포기한 대역인 만큼 향후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28㎓는 고대역 주파수 특성상 전파의 도달거리가 짧아 더 많은 기지국을 필요로 하면서 이는 통신사들에게 막대한 부담으로 작용했다. 때문에 해외에선 주로 경기장이나 공연장 등 핫스팟을 중심으로 활용돼 왔고, 국내에선 수도권 지하철 2, 5, 6, 7, 8호선 일부 구간에서 지하철 와이파이 백홀 서비스 등 제한적으로 쓰였다.

다만 28㎓는통신3사가 전국망에 쓴 3.5㎓ 대역과 비교해 커버리지는 제한적이지만 훨씬 빠른 속도를 자랑하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B2B 서비스에 강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물론 당장 국내에선 이를 지원하는 단말이 부족해 체감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스테이지엑스는 이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인식한 듯 ‘28㎓ 리얼(Real) 5G’ 서비스 활용한 B2B 서비스 뿐 아니라 B2C도 서비스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낸 바 있다. 스테이지엑스가 밝힌 3년 내 예상 가입자는 약 300만명인데, 이들이 차별화된 경험을 누릴 수 있도록 지하철·공항·공연장 등 인구 밀집지역이나 주파수 회절과 반사가 적은 지역에 28㎓ 기지국을 우선 설치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스테이지엑스는 정부의 주파수 할당 조건에 맞춰 3년간 90개의 핫스팟에 6000대의 기지국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를 위해 KAIST(한국과학기술원)와 리빙랩 형태, 연세의료원(세브란스)과는 디지털 기반 스마트병원 사업을 추진하는 한편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국내 주요 경기장·공연장과 협업해 실감형 K-콘텐츠를 서비스하고 공항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28㎓ 5G 서비스를 구현하겠다고 했다. 이에 더해 내년 상반기 중 전 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28㎓ 주파수 기반 데이터를 무료로 제공한다고 선언했다.

롯데월드가 28㎓ 기반으로 구현한 '5G 아틀란티스' 체험시설 [ⓒ 롯데월드]
롯데월드가 28㎓ 기반으로 구현한 '5G 아틀란티스' 체험시설 [ⓒ 롯데월드]

하지만 이같은 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당장 국내에는 5G 28㎓ 주파수를 지원하는 단말기가 없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스테이지엑스 측은 삼성전자와 애플, 구글, 폭스콘 등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28㎓ 대역을 지원하는 단말기를 보급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이후 구체적인 전략은 알려진 바 없다.

앞서 지난 2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삼성전자와 만나 신규 이동통신사업자가 시장에 조기 안착될 수 있게 28㎓를 지원하는 전용 단말 출시 등 협조를 당부했으나 실제 출시가 이뤄질지는 의문이다. 삼성과 애플 등은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선 28㎓ 안테나가 탑재된 단말을 출시하고 있으나 확실한 수요 예측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선 출시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에 대해 스테이지엑스 측은 “28㎓ 가능 단말을 확대하기 위해 정부 및 주요 단말 제조사와 긴밀하게 공조해 커버리지를 극대화할 예정”이라며 “28㎓ 서비스 활성화에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미 정부 차원에서 추진 중인 5G 특화망(이음5G)와의 차별화도 관건이다. 이음5G는 기존 이동통신사가 아닌 사업자가 특정 지역이나 건물·공장 등에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은 5G 네트워크를 뜻한다.

정부는 지난 2021년 6월 5G 특화망 주파수 공급 방안을 확정한 이후, 활성화를 위해 28㎓ 주파수 활용을 적극 권장해 왔다. 네이버와 LG CNS, 삼성전자가 28㎓을 할당받아 사옥, 공장 등에 적용하고 있지만, 투자가 더 필요한 28㎓ 대신 주로 4.7㎓ 주파수가 활용된다. 최근엔 28㎓ 산업융합 확산사업의 일환으로 롯데월드가 28㎓ 특화망과 전송 모듈, 모션 시뮬레이터 등의 최신 기술을 활용해 인기 어트랙션 ‘아트란티스’를 평행 현실로 구현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

무엇보다 수십년 간 이동통신사업을 영위해 온 이통3사가 포기한 28㎓ 대역에서 신규 사업자가 차별화된 사업모델이나 기술 구현을 할 수 있을지 업계는 여전히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스테이지엑스 컨소시엄의 주축이 되는 스테이지파이브는 알뜰폰(MVNO) 사업을 영위했을 뿐 B2B 분야에선 경험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자본력이 탄탄한 기존의 통신3사 마저 실패로 막을 내린 28㎓ 대역으로 수익 창출을 위한 획기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스테이지엑스가 28㎓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사실상 신규사업자의 주력 사업모델이 로밍을 이용한 전국망 서비스 제공이며, 28㎓ 서비스는 로밍제도 수혜를 받기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지적했다.

백지영 기자
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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