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초저가에 다 뺏긴다”…쿠팡이 ‘메이드 인 코리아’에 공들이는 속내는 [IT클로즈업]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쿠팡이 8일 사상 처음으로 분기 매출 9조원을 돌파한 가운데, 한국 제조업체들이 만든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의 구매와 판매를 올해 22조원으로 늘려 중국에 대응하겠다고 나섰다.
토종 업체가 중국산 제품의 가격을 절대 따라가기 어려운 상황에서 쿠팡의 국산품 판매 확대, 와우 멤버십 투자 확대 선언이 어떤 효과를 발휘할 지 업계 관심도 커지고 있다.
실제 중국발 직구는 지난 1분기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한 바 있다. 품질이 좋지 않아도 극초저가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이 확대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처럼 ‘락인 효과’(lock-in effect)가 줄어든 상황에서, 쿠팡은 품질이 검증된 한국산 제품을 늘리고 무료 로켓배송 등 혜택이 담긴 와우 멤버십 혜택을 확대해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한 움직임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중국발 초저가에 다 뺏긴다” 쿠팡, 국산품·고객 투자 맞대응=이날 쿠팡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1분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은 분기 사상 처음으로 매출 9조원을 돌파했다. 정확히는 9조4505억원이다. 로켓배송·로켓프레시·로켓그로스·마켓플레이스 등 프로덕트 커머스 활성고객(제품을 분기에 한번이라도 산 고객)은 2150만명으로, 전년(1860만명)과 비교해 16% 늘어났다.
매출은 크게 올랐지만, 영업이익(531억원)은 전년 대비 61% 감소하며 반토막 났다. 순이익은 지난 2022년 2분기 적자 이후 첫 당기순손실(318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 3분기 첫 흑자 전환 이후 지난해 4분기까지 6분기 연속 증가 추세를 보이던 ‘흑자 릴레이’는 중단됐다.
당기순이익 적자전환 속에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이날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이례적으로 중국 이커머스 공습에 대한 우려와 여파를 언급했다. 김 의장은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의 진출은 업계의 진입 장벽이 낮으며, 유통산업은 어떤 산업보다 고객들이 클릭 한번에 쇼핑 옵션을 전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또 고객이 구매할 때마다 새롭게 선택하고, 더 좋다고 생각하는 곳에서 소비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쿠팡의 와우 멤버십 회원은 지난해 말 1400만명으로, 국내에서 가장 많은 유료 회원 수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알리익스프레스(이하 알리)와 테무 등장으로 유통시장에 락인 효과가 사라진 만큼, 쿠팡은 물론 업계 전반이 다양한 고객 혜택을 늘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그는 “국산품의 구매와 판매 규모를 지난해 17조원(130억달러)에서 올해 약 22조원(160억달러)으로 늘리겠다”며 “2024년은 한국 제조업과 중소기업 파트너들에게 필수적인 지원을 확대하는 중요한 한해가 될 것”이라고 했다.
또한 무료 로켓배송과 전용 할인, 쿠팡플레이 무료시청 같은 혜택을 제공하는 와우 멤버십 혜택에도 올해 5조5000억원(40억달러)을 투자하기로 했다. 전년(4조원·30억달러)보다 투자 규모가 40% 가량 늘어난 것이다.
김 의장은 “한국 소매시장 규모가 5600억달러(2027년 예상치)에 이르고, 아직 시장점유율이 한 자릿수에 그치는 상황에서 최고의 상품과 가격으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며 “물류 투자 확대로 국내 오지 지역에도 무료배송하겠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중국 직구는 938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9% 증가하며 1분기 기준 사상 최대 규모였다. 지난해 중국 직구금액(3조1000억원)을 올해는 크게 앞지를 것으로 예상된다.
알리와 테무의 지난 2월 월간 사용자 수는 1700만명 이상으로, 이미 쿠팡의 절반을 넘었다. 올해에는 상장을 준비하는 ‘패션 공룡’ 쉬인, 지난해 미국에서만 5500만명의 사용자를 확보한 ‘틱톡샵’ 등과 함께 국내 사용자 4000만명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韓 유통시장 15년 간 ‘왕좌 없는 전쟁’…극초저가 中커머스 등장에 경쟁 최고조=소비자들은 차이나 커머스 제품의 품질이 좋지 않아도 저렴한 가격에 구매가 활발하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달 알리 등 차이나 커머스 이용 경험이 있는 소비자 8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3.1%는 “제품 가격이 저렴해서 사용한다”고 응답했다.
10명 중 7명(76.4%)는 국내 유사상품 등과 비교해 판매 가격이 ‘반값 이하’라고 했고, “다양한 제품을 구입한다(43.5%), ‘득템하는 쇼핑 재미가 있다(33.8%) 등 응답이 뒤따랐다. 그러나 응답자 10명 중 8명(80.9%)는 이용에 불만이 있었다. 중복 응답으로 낮은 품질(49.6%)과 제품 불량(36.6%), 배송지연(59.5%)이 문제로 뽑혔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 품질이 검증된 국산품을 늘리고 무료 로켓배송과 와우 멤버십 혜택을 늘려 전면으로 맞대응하겠다는 것도 차이나 소비자가 느끼는 차이나 커머스 문제와 비교해 경쟁력을 더 차별화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일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난 1년간 중국 커머스 경험으로 국내 소비자들의 온라인 쇼핑 경험이 더 진화하며 쇼핑업체마다 특성에 맞는 소비 패턴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에서는 국내 유통시장이 지난 15년간 ‘왕좌 없는 전쟁’을 지속해온 상황에서 차이나 커머스의 등장으로 시장이 또 다시 변혁기를 맞이했다고 말한다. “한국 유통산업은 그 어떤 산업보다 소비자가 클릭 한 번이면 몇 초 만에 다른 쇼핑 옵션을 선택한다”는 김 의장의 발언처럼, 경쟁이 치열한 온라인 쇼핑업계는 아직 시장점유율 50%를 넘는 절대 강자가 나오지 않았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10년만 해도 오픈마켓 1·2위는 지마켓(41.9%)과 옥션(30.6%)이었다. 직매입 모델의 쿠팡을 포함한 온라인 쇼핑 시장은 2019년 네이버(16.7%), 이베이코리아(13.5%), 쿠팡(9.5%) 순으로 재편됐다. 5년이 지난 2023년, 쿠팡과 네이버가 20%대 점유율로 양강구도를 가져가고 있다. JP모건은 최근 한국 이커머스 시장이 2026년 300조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통계청이 집계한 지난해 한국 온라인쇼핑 시장 규모는 227조원대다. 오프라인을 포함한 지난해 소매시장(635조원·소매판매액)에서 지난해 점유율은 쿠팡(5%), 신세계·이마트(5.6%) 등으로, 10%를 넘는 사업자가 아직 없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중국 알리와 테무의 국내 매출이나 거래액은 아직 국내 업계 점유율 구도에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최근 11번가는 상품 주문 금액이 100만원에 도달할 때까지 판매 초기 수수료를 아예 받지 않는 ‘오리지널 셀러 프로그램’을, 지마켓은 신규 셀러에 업계 최대 수준인 인당 180만원 광고료 혜택 지원에 나섰다. 이처럼 국내 시장 주자들은 차이나 커머스 대응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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