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아쉬운 KB금융의 '공감 능력' 부재
[디지터데일리 박기록기자] 요즘 사람들은 '공감(共感)'이란 단어를 꽤 많이 쓴다.
왜 그런지 깊게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아마도 상대방의 입장을 먼저 생각해보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미덕이 많이 실종됐기때문일 것이다.
'공감'에 대한 여러 정의중에서 '상대방과 소통하는 능력'이란 해석한 것이 가장 와 닿는다. 상대방의 아픔을 이해하고, 같은 시선으로 사안을 주시하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다시 '공감 능력'으로 단어를 더 확장하면 그 의미와 가치가 보다 선명해 진다. 사람 뿐만 아니라 기업도 이같은 '공감 능력'을 가졌을 경우 시장에서 훨씬 더 높은 평가를 받았고, 좋은 경영실적으로 연결된 사례가 많다.
KB금융지주가 지난 27일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짤막한 공시를 하나 올렸다.
올 4분기중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밝히겠다는 예고 공시다. 국내 금융지주사중 처음으로, 이날부터 시행에 들어간 '기업가치 제고 계획 예고'를 실행에 옮겼다.
KB금융지주측은 "KB의 지속가능한 밸류업 방안을 지속적으로 논의해왔으며, 이를 토대로 올 4분기에 KB금융의 현황, 향후 목표 설정, 계획 수립과 이행 평가 등을 소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식 매입 및 소각 등 적극적인 주주환원을 골자로 하는 '밸류업'(Value up)' 프로그램은 '주주 이익을 최우선하겠다'는 '주주 자본주의'의 대표적인 구현 방식다.
공시 이후 KB금융의 주가가 크게 반응하지 않아 KB금융지주 입장에선 좀 머쓱해졌지만 그래도 시장의 기대는 높다. 증권사들은 KB금융지주를 국내 4대 금융지주사중에서 가장 최선호주(Top - Pick)로 꼽으며 목표 주가를 일제히 올렸다.
하지만 이날 KB금융과 관련해, 또 하나의 중요한 소식이 있었다.
다름아닌 '홍콩H 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피해 고객들을 대상으로, 이날부터 KB국민은행을 비롯한 은행권의 자율배상 협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내용이다.
관련하여 KB국민은행은 이날부터 올해 1월 만기 도래한 6300여 건의 ELS 손실 확정 계좌(중도해지 포함)를 대상으로 협의를 시작하며, 고객들에게 자율배상 조정 절차와 방법을 담은 문자 메시지를 발송할 예정임을 알렸다.
주주의 가치 제고가 최고의 미덕이라며 KB금융이 ‘기업가치 제고 계획’ 예고를 호기롭게 공시한 날, 하필이면 또 다른 한켠에선 홍콩H ELS 사태로 피해를 입은 KB국민은행 고객들이 '과연 배상율을 몇%나 건질 수 있을까' 가슴을 조리는 장면이 동시에 연출된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국민은행은 국내 은행권에서 압도적으로 '홍콩H지수 ELS'상품 판매 규모가 크다. 그 결과 KB금융지주는 올 1분기 실적에 ELS사태로 인한 고객 배상 비용 약 8620억원을 충당부채로 반영했다.
충당금액 만큼 손실이 확정된다면, 이미 1분기에 손실을 반영해버린 KB금융 보다 훨씬 더 가슴이 쓰라린 쪽은 KB국민은행을 믿고 투자한 수많은 고객들일 것이다.
물론 피해 고객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중에는 '금융취약계층'으로 분류되는 고령자라 하더라도 ELS 상품 구조를 잘 알거나, 또는 위험상품임을 뻔히 알고도 손실이 확정되자 '은행에 속았다'며 드러눕는 사람도 아주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하더라도 적지않은 피해 고객들에게 배상율 몇 %를 제시하기전에 심심한 사과와 위로가 필요했다는 생각이다.
향후 KB국민은행과 고객들간의 개별 배상 협상이 얼마나 순조로울 지는 미지수다. 여전히 적지않은 고객들은 '왜 불완전판매의 책임이 은행이 있는데 전액 배상을 해주지 않느냐'며 억울해하고 있다.
지난 14일 금융감독원은 홍콩 H지수 ELS 분쟁조정위원회 결과를 발표하면서 "5개 은행 모두에서 '일괄 설명의무 위반'·'개별 부당권유 금지 위반' 등 불완전판매 사례를 판단했다"고 밝혔다.
주주의 가치가 소중한 만큼 KB국민은행을 믿은 고객의 가치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이날 KB금융지주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 예고 공시 소식은 주주들에겐 흥겨운 소식이었을지 모르나 홍콩 ELS 피해 고객들에겐 속이 편치 않았을 내용이다.
리딩금융의 품격이 반드시 숫자로만 증명되는 것은 아니다. KB금융의 '공감 능력' 부재가 아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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