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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퀘스트] ① 유튜브‧OTT에 자리 내준 게임, AI로 패러다임 바꿀까

문대찬 기자

가파르게 성장하던 글로벌 게임산업은 최근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 팬데믹 이후 게임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진 데다, 영상 콘텐츠 산업의 약진까지 더해져 경쟁이 더욱 심화해서다. 시장조사기관 포츈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2022년 주요 고객 연령대인 18~24세 게이머 수는 전년에 비해 15% 감소했다. 미국 내에서 게임을 전혀 하지 않는 젊은 층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에 게임사로선 기존 이용자를 붙들고, 나아가 새로운 이용자층을 확보하기 위한 새로운 ‘퀘스트’ 수행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AI 활용, VR‧XR 게임, 웹3 게임 개발 등을 앞세워 새로운 혁신에 나선 업계 여정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엔씨 자체 언어모델 바르코 기반 바르코 아트로 제작한 일러스트. [ⓒ엔씨소프트]
엔씨 자체 언어모델 바르코 기반 바르코 아트로 제작한 일러스트. [ⓒ엔씨소프트]

[디지털데일리 문대찬기자] 지난 3월 열린 ‘글로벌 게임 개발자 콘퍼런스 2024(이하 GDC 2024)’의 주요 화두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이었다. 오픈AI의 챗GPT가 열어젖힌 AI 시대에 발맞춰 게임산업이 설정한 새로운 방향성을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당시 생성 AI와 게임의 결합을 다룬 세션에서 구글 클라우드의 잭 부저 디렉터는 AI로 말미암아 게임이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개발 프로세스가 변하고, 이용자 지시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게임이 탄생하는 등 산업 패러다임이 변할 것이라는 관측이었다.

게임산업 변화 조짐은 이미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대형 게임사와 인디 게임사를 가리지 않고 글로벌 전반에서 생성 AI를 게임 개발에 활용하는 움직임에 탄력이 붙고 있다.

이미지나 음성 제작 툴(Tool) 활용은 이중 가장 보편적인 시도다. 원하는 형태의 작업물을 빠르게 제작해 개발 비용을 절감하고 개발 기간을 단축하겠다는 심산이다.

이는 자연스레 트렌드에 예민하게 대응하는 게임 출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게임사 성장을 극대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트리플A급 게임의 평균 개발 기간은 5년 정도다.

국내 게임사 가운데선 엔씨소프트(이하 엔씨)가 생성 AI 툴을 가장 적극적으로 개발 과정에 활용하고 있다. 작년부터 자체 개발 언어모델(LLM)인 바르코(VARCO)를 기반한 ‘바르코 스튜디오’를 전사에 보급, 이미지와 음성 등 리소스 개발에 속도를 붙이는 중이다.

박병무 엔씨 공동대표가 자사 야심작 ‘아이온2’의 출시를 내년으로 확약하는 등 게임 출시 사이클이 기존과 비교해 앞당겨진 신호도 벌써부터 관측된다.

김택진 엔씨 공동대표는 앞선 미디어 간담회에서 “많은 개발사가 막대한 제작비와 긴 제작 기간으로 사업 지속이 어려워진 상태”라며 “AI 기술을 게임 제작에 적극 도입해 비용 효율성과 제작 기간 단축으로 창작 집중성을 만들고자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인디‧중소 게임사와 대형 게임사의 격차가 좁혀질 것이란 예상도 있다. 실패에 따른 위험 부담이 적어 적은 인력으로도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중소게임사 AI 담당자는 “생성 AI 도움으로 1~2개월 만에 프로토타입을 낼 수 있게 됐다. 대형 게임사에게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중소 게임사들에겐 이런 부분이 엄청난 베네핏이라는 생각”이라고 귀띔했다.

로블록스가 GDC 2024를 통해 공개한 3D 아바타 생성 기능. [ⓒ로블록스]
로블록스가 GDC 2024를 통해 공개한 3D 아바타 생성 기능. [ⓒ로블록스]

또한, 전문가들은 AI 창작 도구의 보편화가 보다 다양한 취향을 충족하는 게임의 등장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코딩을 쉽게 도와주는 창작 도구를 이용해 누구나 게임 개발자가 될 수 있고, 이는 무한한 개성을 가진 게임 탄생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영상 콘텐츠 산업이 동영상 촬영과 공급을 일상화한 스마트폰과 유튜브의 등장으로 가파르게 성장했듯, AI 창작 도구가 게임산업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트리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게임 플랫폼사는 최근 자사 게임과 플랫폼에 다양한 AI 창작 도구를 보급하고 있다. 특히 로블록스는 대화형 AI 도구 ‘어시스턴트’, 3D 콘텐츠 제작을 가속화하는 ‘아바타 자동 설정’과 ‘텍스처 생성기’를 발표해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로블록스에 따르면 작년 3월부터 11개월간 크리에이터들이 ‘코드 어시스트’를 이용해 채택한 코드만 약 3억자다.

메튜 커티스 로블록스 개발자 관계 부문 부사장은 앞서 GDC에서 “현재 주류 게임 시장은 개발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고, 한 번 모객에 실패한 게임을 계속 붙잡고 있는 것이 매우 힘든 환경이 됐다. 실패에 대한 리스크가 매우 높다”고 언급하면서 로블록스가 지향하는 생태계가 기존 시장의 틀을 부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젠 팡 로블록스 인터내셔널부문 총괄은 디지털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생성형 AI는 특히 전례 없는 방식으로 창작을 민주화할 수 있는 엄청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며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로블록스 장기적인 비전에 구심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데이터와 AI를 결합한 기술 활용을 통해 라이브 서비스 게임에서의 서비스 품질 향상도 기대를 모은다. 넥슨과 넷마블 등 국내 게임사는 이용자 취향과 플레이 스타일이 반영된 데이터를 통해 정밀한 매치 메이킹을 하거나, 게임 업데이트 내용 중에서도 이용자가 선호할 만한 콘텐츠를 선별해 추천하는 등 ‘개인화’에 집중해 이용자 경험을 극대화하고 있다.

3인의 개발자가 AI 기술을 활용해 한 달 만에 만든 게임 '마법소녀루루핑'[ⓒ크래프톤]
3인의 개발자가 AI 기술을 활용해 한 달 만에 만든 게임 '마법소녀루루핑'[ⓒ크래프톤]

기존 문법을 탈피하는 게임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국내 게임사 크래프톤의 AI 게임 개발 스튜디오 렐루게임즈가 최근 얼리 액세스(앞서 해보기)로 발표한 ‘마법소녀루루핑’이 일례다.

마법소녀루루핑은 마이크 입력 장치에 육성으로 마법 주문을 외쳐 전투를 펼치는 게임이다. 자체 개발한 음성 인식 AI가 이용자 목소리의 크기나 발음, 감정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결과값을 주문 대미지로 계산하는 식의 독특한 게임성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한 대형 게임사 AI 개발자는 “궁극적으론 이용자 선택을 기반으로 생성 AI가 무한히 게임을 확장하게 될 수 있다. 업계에선 엔들리스(Endless) 게임이라고 부른다”며 “기존에는 한 번 플레이 하고 말 게임도 저마다 다른 경험 속에서 수차례 플레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상용화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인간처럼 대화하고 행동하는 ‘휴먼라이크’ AI의 등장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는 게임의 한계 재미를 올리는 데서 나아가, 솔로 플레이 위주의 게이머를 온라인 플랫폼으로 유도함으로써 이용자층 확대로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구글 잭 부저 디렉터는 GDC에서 “플레이어의 암시적 또는 명시적 지시에 직접적으로 반응하는 ‘살아있는 게임’이 향후 3~5년 내 시장에 출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휴먼라이크 AI는 노후화에 따른 게임의 수명 단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용자 이탈에 따른 공백을 AI가 대체함으로써, 게임의 지속성을 높일 것이란 시각이다. 상대적으로 이용자 수가 부족한 VR(가상현실) 게임업계를 중심으로 최근 이 같은 시도가 엿보이고 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빠르게 공급되는 영상 콘텐츠 산업에 비해 게임산업 변화는 더디고 정체됐던 게 사실”이라면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상황에서 보편화된 생성 AI 기술은 게임산업 반등에 결정적인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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