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저평가가 문제"...주성엔지니어링 황철주 회장이 밝힌 '분할 사유' [소부장반차장]
[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우리는 D램, 로직(logic) 공정에 관한 장비 기술을 모두 다 갖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시가 총액은 로직만 하는 다른 장비사에 비해서 낮습니다. 이러한 저평가의 원인에는 디스플레이, 태양광의 사업의 부진 때문이라 할 수 있지요. 그래서 분리해 보겠다는 겁니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이 최근 회사의 인적⋅물적 분할을 추진 중인 배경에 대해서 이같이 설명했다.
◆ 경영 효율성 제고 목적…인적⋅물적분할 추진하는 '주성엔지니어링'
주성엔지니어링은 지난 3일 경기도 용인 소재 R&D 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황 회장은 직접 나와 회사의 상황과 기술 현황, 사업 분리 필요성 등을 설명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지난 1993년 설립된 장비 회사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태양광 장비를 생산하고 있는데, 이 중 반도체 사업이 전체 매출의 7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웨이퍼 위에 필요한 물질을 입히는 증착장비가 핵심 제품으로, SK하이닉스 등에 공급하고 있다.
지난달 2일 사업 부문별 독립 및 책임 경영 효율성 목적으로 인적·물적분할을 추진을 발표했다.
존속회사인 주성홀딩스(가칭)는 경영 효율성 증대를 통한 핵심사업 경쟁력 및 투자 전문성 강화에 초점을, 인적분할로 신설되는 주성엔지니어링(가칭)은 반도체 장비 분야, 물적분할, 100% 자회사로 신설되는 주성에스디(가칭)는 태양광 및 디스플레이 장비를 다룰 예정이다.
이 같은 분리 상장에 업계에선 최근 승계, 경영권 방어를 위한 초석을 마련에 나선 것이란 시선이 지배적이다. 최근 2대 주주의 지배력 확대는 오너가에게는 충분히 부담 요소로 다가 올 수 있어서다. 지난해 7월 최규옥 전 오스템임플란트 회장은 MBK파트너스·UCK파트너스 컨소시엄에 오스템임플란트 지분 9.3%를 2740억원에 매각하고 대금 1000억원을 들여 주성엔지니어링 주식 8.27% 매입,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최 전 회장은 이 외에도 지분 100%를 소유한 법인 네오브레인을 통해 지분 1.78%를 추가 취득하기도 했다. 아직 남은 대금이 1700억원 가량이 남은 만큼, 추가 매입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최 전 회장 측은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밝혔다.
이날 황 회장은 허심탄회하게 현 상황을 전했다. 먼저 최 전 회장에 관해서는 '경영권 등을 목적으로 취득했다고 판단하고 있지 않다'라고 답했다.
◆ "2대 주주와 소통 중…외아들 황은석, 대표 확정 아냐"
황 회장은 "10% 수준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2대주주하고는 물적⋅인적 분할과 같은 회사 경영상 중대 결정을 할 때 어느정도 상의가 이뤄져야 한다"라며 "직접 이를 담당했는데, 그동안 반대한다는 입장 등을 드러내지는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신설되는 주성엔지니어링을 누가 이끌지 '완전히 결정된 것이 없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회사가 갖고 있는 반도체 장비 난이도상,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 회사를 이끌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회사로 복귀한 외아들 황은석 씨가 적임자인 지에 대해선 특유의 솔직한 화법으로 답했다. 황 씨를 '반도체 얼라(아기의 경상도 방언)' 라고 칭하며 '더 성장해야 한다'라는 견해를 드러냈다. 황 씨는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박사 출신으로,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한 바 있다.
그럼에도 그를 직책자 자리에 앉힌 이유에 대해서는 "아들(황 사장)이 과장으로 오던, 차장으로 직원들이 그에 맞게 대하겠느냐"라고 되물었다.
이어 "2세 경영은 사회적으로도 존중을 받을 수 있어야 하고, 능력도 따라와야 한다"라며 "미래 전략기획에서 잘 성장하면, 아무리 잘 하더라도 공동 대표 등을 고려할 수도 있다. 조금 더 지켜봐 달라"라고 설명했다.
하반기 사업 전개는 긍정적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지난해 메모리 업황 둔화로 주요 고객사가 케펙스(CAPAX 설비투자)를 크게 줄이면서 실적이 다소 주춤했다"라며 "하반기 투자를 늘리고 있는 흐름이 감지되는 만큼, 차츰 개선될 것이라 보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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