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규 행장 취임 1주년 앞두고, 우리은행 또 심각한 내부통제 사고… '책무구조도' 도입되면 막을 수 있을까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우리은행의 한 지방 지점에서 발생한 100억 원대의 금융사고로 인해 금융감독원이 12일부터 현장 검사에 착수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번 사고는 담보물 가치를 과대 평가해 대출 한도를 초과하는 배임 수준이 아니라 아예 해당 직원이 고객 대출금을 빼돌리려는 의도를 가지고 대출신청서, 입금 관련 서류 등을 고의로 수차례 위조했다. 죄질의 경중을 따졌을 때 매우 심각한 수준이란 지적이다.
따라서 이번 횡령 사고는 내달이면 우리은행장 취임 1주년을 맞이하는 조병규 행장에게도 결코 달가울리없는 악재다.
나아가 3년 임기중 올해 2년차를 지나고 있는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에게도 비즈니스 외연 확장 뿐만 아니라 '내부통제' 혁신이 여전히 험난한 과제임을 다시 한번 재인식하게 됐다는 평가다.
앞서 우리은행은 2년전에도 내부 직원에 의한 700억 원대 규모의 횡령 사고가 드러나 큰 충격을 던진 바 있다.
이후 액수가 적어 큰 주목을 끌지는 못했지만 작년 6월에도 우리은행 모 지방 지점 직원이 코인 투자를 목적으로 지난해 5월 중순부터 같은해 6월초까지 시재 금고에서 7만 달러(한화 약 9000만원)를 빼돌린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있었다.
앞서 임종룡 회장은 지난해 3월 취임 당시 대대적인 조직문화 혁신을 위해 ‘기업문화혁신 TF(회장 및 자회사CEO 협의체)’를 회장 직속으로 신설했으며 이 TF의 핵심 역할중 하나가 우리금융의 ‘내부통제 강화’였다.
조병규 은행장도 지난해 7월 3일 취임 당시 “강화된 내부통제시스템과 명확한 프로세스를 구축해 고객이 신뢰하고 거래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불완전 판매’에 대한 반성과 함께 내부 혁신의 각오를 밝힌 바 있다.
또 지난해 10월17일,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장에 출석한 박구진 우리은행 준법감시인은 '내부통제 실태와 개선점을 답하라'는 국회의원들의 요구에 "장기근무자에 대한 인사관리 체계를 강화 시켰고, 위험직무에 대한 직무 분리들을 체계적으로 전산 집행과 함께 분리될 수 있도록 구축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내부통제 인력 확보를 추가적으로 하기 위해 각 영업 현장의 내부통제 전담 직원을 지점장급으로 배치를 해서 현장 직원들의 교육을 동시에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우리은행은 이같은 조직 체계 정비와 다짐에도 불구하고 내부통제 사고를 막는데 실패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이번에 100억원 빼돌린 해당 직원은 암호화폐 등에 투자했다가 현재까지 60억원 가량을 날린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전해졌다.
금감원의 현장 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무엇보다 기존 우리은행 내부통제시스템 운영 자체에 대한 집중적인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결과에 따라서는 우리은행에 대한 기관경고 및 임직원 제재 등 중징계도 뒤따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런 가운데 우리은행측은 기존보다 업그레이드된 내부통제시스템 체계를 통해 이번 횡령 정황을 적발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내부 모니터링 과정에서 이상 징후를 포착해 해당 직원에서 소명을 요구했고, 결국 이 직원이 경찰에 자수하면서 전모가 드러났다는 설명이다. 만약 내부통제시스템이 부실했다면 이상 징후 자체를 식별하지못했을 것이고, 횡령 금액도 더 커졌을 것이란 얘기다.
해당 직원은 10억원 미만의 대출 서류를 여러 차례 위조함으로써 100억원대의 횡령을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우리은행 내부통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 드러난 만큼 보다 강력한 보완 조치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함께 금융당국이 올 하반기부터 금융권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국내 금융지주와 은행을 우선 대상으로 본격 시행에 들어가는 '책무구조도' (responsibilities map) 적용 압력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책무구조도'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하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지난해 12월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시행이 예고된 바 있으며, 이날 국무회의도 통과했다.
'책무구조도' 도입 결정은 기존 '지배구조법'에서 대표이사 등을 내부통제 책임자로 규정하고 있지만 여전히 크고 작은 금융사고가 발생하는 등 내부통제 관련 규율이 형식적·절차적 의무로 인식될 뿐, 실제 영업을 담당하는 실무부서 관리자와 직원들의 의식과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에는 한계가 노출됐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실제로 업무를 관장하는 임원들의 관련 업무에 대한 내부통제 책임을 보다 명확하게 규정함으로써 모든 임원들이 내부통제를 자신의 업무로 인식하도록 하는 등 근본적인 금융권의 내부통제 행태 변화를 유도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마련됐다. 주의 의무를 소홀히 할 경우, 해당 책무의 임원에 대한 '신분 제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보다 강력한 조치라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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