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프린팅/디바이스

[취재수첩] 웰컴 투 AI, 애플

옥송이 기자

삼성전자 미국 법인이 X 계정을 통해 게재한 광고 갈무리. [ⓒ삼성전자]
삼성전자 미국 법인이 X 계정을 통해 게재한 광고 갈무리. [ⓒ삼성전자]

[디지털데일리 옥송이 기자] "애플을 더한다 해서 새롭진 않다. AI에 온 것을 환영한다, 애플."

10일(현지시간) 삼성전자 미국 법인이 X(트위터) 공식 계정에 남긴 문장이다. 같은 날 애플이 세계개발자회의(WWDC) 2024를 통해 AI 전략을 대대적으로 공개한 데 따른 반응이다. 덧붙여 "혹시나 모를까봐 알린다. 애플은 갤럭시로부터 멀어질 수 없다"면서 애플에 앞서 AI폰인 갤럭시 S24 시리즈를 선보인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삼성 미국 법인은 WWDC서 공개된 애플의 AI 기능을 두고 몇 가지 평가를 남겼다. 아이폰 등 애플 기기 내 아이콘 자율 배치 등 소비자 친화형 UX에 대해 삼성은 이미 2010년부터 아이콘 이동이 가능했다고 언급했다. AI가 자동으로 사진을 카테고리로 나눠 정리하는 애플의 사진첩 신기능에는 "다음 사진 앨범 명: 갤럭시 사용자로부터 '그거 보내줄 수 있어요?'라고 물은 사진들"이라며, 정작 아이폰 사용자의 사진첩에는 화질이 뛰어난 갤럭시로 찍은 사진이 더 많을 것이라는 의미를 내포한 게시물을 올렸다.

WWDC 전날에는 사진 속 피사체를 지우는 '포토 어시스턴트', 화면을 길게 눌러 찰나 순간을 상세하게 살필 수 있는 '인스턴트 슬로모' 등 갤럭시 AI의 기능을 이용해 애플을 상징하는 사과를 지우거나 페인트통에 사과를 빠뜨리는 순간을 포착한 광고를 게재했다. 광고 말미에는 "당신의 애플은 이렇게 할 수 있나요?"라고 덧붙였다. SNS를 적극 활용해 AI폰 강자가 삼성임을 드러내고자 한 의도로 풀이된다. 비록 위트를 담긴 했으나, 삼성의 이 같은 견제는 최대 경쟁사 애플의 AI폰 진입에 긴장한 모습을 반영한다.

그도 그럴 것이 과거 '혁신의 아이콘'으로 군림하던 애플은 아이폰의 높은 가격대에도 불구 수 많은 애호가들의 지지를 받아왔다. 삼성전자는 매년 1위를 수성했던 출하량 기준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에서 지난해 애플에 왕좌를 뺏기기도 했다. 비로소 올해 초 첫 AI폰인 갤럭시 S24 시리즈로 반등에 성공했는데, 애플이 AI폰 시장에 뛰어들면서 AI폰에서도 우위를 안심할 수 없게 됐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생성형 AI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가 상위 세 개 모델을 독식하며 58%의 점유율로 1위에 올랐다. 해당 영향으로 올해 1분기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을 누르고 1위를 탈환하기도 했다.

애플의 AI 전략인 이른바 '애플 인텔리전스'를 두고 시장의 반응은 다소 엇갈렸다. 발표 직후에는 기존 디바이스 및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AI와 크게 차별화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이어지며 2%가량 주가가 하락했으나, 다음날에는 상황이 반전됐다. 11일(현지시간) 애플 주가는 7% 넘게 급등해 역대 최고가를 기록하면서다. 마감 직전에는 주당 207.16달러를 기록하며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이날 종가 207.15달러로 마감했고,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3조1765억달러를 기록해 시총 1위 마이크로소프트(3조2158억달러)와의 격차도 크게 좁혔다.

CNBC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애플의 AI 기능을 "가장 차별화된 소비자 디지털 에이전트"라며 "해당 기능은 소비자를 아이폰으로 유도해 기기 교체 주기를 가속화 할 것"으로 분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애플 인텔리전스에 대해 낙관하며 "다년간의 업그레이드 주기를 비롯해 서비스 성장 가능성으로 인해 AI 지원 폰으로 업그레이드 할 것"이라 내다봤다. 이처럼 월가의 긍정적인 전망의 영향으로 애플의 주가가 다시 치솟은 것이다.

이제 삼성과 애플의 AI폰 진검 승부는 하반기부터 본격화된다. 애플 인텔리전스를 탑재한 iOS18은 오는 9월 아이폰16에서 첫선을 보이고, 이에 앞서 삼성전자는 7월 갤럭시 언팩에서 첫 AI 폴더블폰인 갤럭시 Z플립6·폴드6 공개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맞수인 양사가 본격적인 각축전을 펼침에 따라 AI 스마트폰 시장도 활성화될 전망이다. 12일 시장조사업체 Gfk는 올해 1분기 10개 이상의 AI폰이 출시됐으며, 대부분 프리미엄 가격대(800달러 이상)이라고 발표했다. 앞으로도 고가격대 이상에서 AI 기능 탑재한 스마트폰 출시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면서 "현재로선 판매량 증대 효과가 제한적이나, 스마트폰의 성능이 성숙해질 경우 AI 기능은 소비자에 있어 중요한 소구 요소"라고 분석했다.

다만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AI 경쟁이 우려되는 점은 단말기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Gfk는 스마트폰의 AI 기능은 타사와의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고, 특히 프리미엄 가격대에서는 필수 기능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즉 가격대가 있는 제품일수록 AI 프리미엄을 입고 스마트폰 단가가 더욱 올라갈 여지가 있다는 의미다. 고도화된 제품을 요하는 소비자도 있는 반면, 여전히 중저가폰을 원하는 소비자들도 있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중저가폰 수요를 챙기면서, AI폰 개발에 매진하는 투트랙 전략을 펼쳐야 유의미한 AI폰 시장이 될 것이다.

옥송이 기자
ocksong@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