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옥송이 기자] "사법부의 판단은 존중돼야 한다. (…) 하지만 저뿐만이 아니라 SK구성원 모두의 명예와 긍지가 실추되고 훼손됐다. 이를 바로잡고자 상고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본인과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항소심 재판 결과와 관련해 입장을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깜짝 등장한 최 회장은 사안에 대해 직접 해명에 나섰다. 그에 앞서 "무엇보다 먼저 개인적인 일로 국민들께 걱정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 사과드린다. 제 생각에 한번은 여러분 앞에 나와서 사과드리는 게 낫다고 생각되어 이 자리에 섰다"며 고개 숙여 인사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상고심 결심 배경으로 두 가지를 언급했다. 먼저 항고심에서 재산 분할과 관련해 명백한 오류가 발견됐다는 설명이다. 판결의 주 쟁점인 주식가치 산정을 잘못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내조 기여가 극도로 과다하게 계산됐다는 점을 오류의 핵심으로 꼽았다.

두 번째로는 SK그룹이 6공 지원으로 성장한 기업이라는 내용이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최 회장은 "SK 성장이 불법적인 비자금에 의해 이뤄졌다고, SK의 역사가 전부 부정당하고 후광으로 사업을 키웠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는 저뿐만이 아니라 SK구성원 모두의 명예와 긍지가 실추되고 훼손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를 바로잡고자 상고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부디 대법원의 현명한 판단이 있기를 바라고 또 바로잡아주셨으면 하는 간곡한 바람"이라며 "또 다시 한번 국민들께 개인적인 일로 심려를 끼쳐드린 점 사과 드린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SK그룹의 최근 재판 관련 입장 설명은 이형희 SK 수펙스추구 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회 위원장, 최태원 회장의 법률 대리인이 참석해 발표하기로 돼있었다. 최 회장은 밤늦게까지 참석 여부를 고민한 끝에 현장에 참석해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최 회장은 적대적 인수합병 및 헤지펀드 경영권 방어 관련에 대해서는 "(SK그룹은) 수많은 고비를 넘어왔고, 적대적 인수합병이나 위기를 막아야겠지만, 충분히 그런 위기를 막을 역량이 있다"며 구체적 내용은 함구했다.

끝으로 최 회장은 "앞으로 이런 판결과 관계없이 제가 맡은 바 소명에 경영활동을 충실히 잘해서 국가경제에 보탬이 되도록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