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티맥스의 세계 최대 기술국가 건설의 꿈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박대연 티맥스그룹 회장은 한국 IT 산업에서 선도자의 명성과 동시에 이상가로서의 평가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티맥스소프트의 창업주인 그는 국내 시스템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다. 미들웨어 시장과 데이터베이스 시장에서 거친 외국계 SW기업들의 공세를 이겨내고 공고한 자리를 지키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그의 비전과 목표는 때때로 비현실적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은 2000년대 초반 티맥스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티맥스OS다. MS 종속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OS를 만들겠다는 그의 꿈은 시장의 주목을 받았지만 당시 현실화되진 못했다. 결과적으로 티맥스OS가 시장에 나와 공공기관 등에 보급되고 있지만 당시 티맥스OS는 누가 봐도 미완성 제품이었고 그야말로 말이 앞선 사례로 기억된다.
그런 와중에 티맥스그룹이 6월13일 '슈퍼앱데이 2024'를 열고 슈퍼앱 '가이아'를 들고 나왔다. 티맥스그룹의 차세대 프로젝트인 '슈퍼앱'은 박 회장이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부분이다. 슈퍼앱 '가이아(Gaia)'는 코딩 지식 없이도 누구나 앱을 만들 수 있는 플랫폼으로, 시스템, 데이터, 앱, 인공지능을 통합하는 획기적인 기술을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박 회장은 슈퍼앱을 통해 IT 비용 절감과 비즈니스 혁신을 이루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다만 일각에선 앞서 티맥스OS처럼 말이 앞서는 상황이 재연되지 않을까 우려도 나온다. 물론 박대연 회장의 진정성에 토를 달고 싶지는 않다.
박대연 회장은 슈퍼앱데이 2024 행사 말미에 “우리 조상들이 독립 운동, 민주화운동 한다고 목숨을 바치면서 우리를 지켰는데 적어도 우리 시대에 태어난 사람들도 뭔가를 후대에 남겨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기술 국가가 될 것이라 믿고 선배들 못지않게 우리 시대에도 후배를 위해서 이렇게 살아왔다는 것을 성과로 남기고 싶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우리나라에 불행한 역사가 더는 없고 세계를 리딩할 수 있는 그런 국가가 되기를 개인적으로는 희망하면서 살고 있다. 대한민국이 세계 최고의 기술국가가 될 때까지 마지막 남은 혼신의 힘을 담아서 후대에 2020년대를 살았던 사람들이 가장 훌륭했다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따지고 보면 박 회장이 추구하는 바는 우리나라 모든 기업들이 이상적으로 추구하는 '사업보국'과 맞닿아 있다. '사업을 통해 나라에 이바지한다'는 목표는 기업인이라면 한번은 가슴에 담는 화두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러한 이상을 위해 박 회장이 평생 솔선수범한 것도 주변인들을 통해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이다.
다만 박대연 회장이 꿈이 실현되기 위해선 산적한 문제들이 해결되어야 한다. 우선 티맥스그룹의 슈퍼앱 전략이 시장에 통할 수 있을 정도로 완성되어야 한다. 업계에선 티맥스가 말하는 슈퍼앱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과정이 기존 상식과는 다른 접근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우리가 IT를 바라보고 있는 프레임과는 다른 접근"이라며 "클라우드, AI 등은 어느정도 마련된 상황이고 업무부분의 연결이 본격화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아키텍처(MSA)가 기업 인프라의 미래로 보이지만 실제 업무와는 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슈퍼앱 개념 기반의 IT인프라 방법론을 대안으로 내세운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따라서 티맥스가 말하는 슈퍼앱이라는 전략과 로드맵에 대해 시장과 고객들이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단순히 우리가 아는 '슈퍼앱'과 티맥스가 말하는 슈퍼앱의 간극을 어떻게 메꾸느냐가 과제다.
티맥스그룹의 또 다른 과제는 티맥스소프트를 다시 인수하는 것이다. 2022년 박 회장은 티맥스소프트를 사모펀드 스카이에리크에쿼티파트너스에 매각하면서도, 재인수할 수 있는 콜옵션을 부여받았다. 이 콜옵션은 2026년 3월까지 유효하며, 재인수 여부에 따라 티맥스그룹의 미래 방향성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티맥스그룹의 티맥스소프트 재인수는 어떻게든 관철시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대연 회장으로선 순간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티맥스소프트를 잠시 내어줬다고 생각하고 있는것도 같다. 문제는 티맥스소프트를 다시 가져오더라도 박대연 회장의 전략대로 티맥스소프트를 운영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사모펀드의 도움을 받고 있는 만큼 향후 티맥스소프트에 대한 경영전략을 놓고 방향성에 대한 갈등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대연 회장은 국내 SW 시장에서 비전과 아이디어, 그리고 꾸준함을 가지고 승부를 본 경영인이자 개발자임에 분명하다. 다만 냉엄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이상과 꿈만 가지고 성장할 수는 없다. 결국 티맥스그룹의 성공은 '신뢰'에 기반해야 한다. 고객과의 신뢰, 구성원 간의 신뢰가 담보되어야만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할 것이다.
박대연 회장의 비전과 아이디어가 현실화될지, 그의 이상이 시장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앞으로의 행보에 달려 있다. 그의 끊임없는 도전 정신이 티맥스그룹을 더욱 발전시키기를 기대하면서도, 보다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그의 행보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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