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트룩스 이경일 대표, "AI 시대 인간은 '위대한 질문'을 해야 한다"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AI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역량은 무엇일까요? 과거엔 적절한 답을 찾아내는 것이었다면 이제 인간은 '위대한 질문'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될 것입니다. 위대한 답은 위대한 질문에서 시작되며 그 시대가 이미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는 26일 서울 역삼동 과학기술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컨퍼런스 2024' 기조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대표가 주제로 제시한 'AI for ALL 시대, AI의 다음 단계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의 답을 아우르는 한마디였다.
그는 이날 AI의 눈부신 발전 속도를 예시로 이야기의 포문을 열었다. 오늘날 AI의 폭발적인 성능 향상 추세는 고성능 AI 모델을 만드는 근간 기술인 '트랜스포머(Transformer)'부터 압도적인 AI 연산 능력을 보이는 GPU(그래픽처리장치) 인프라의 성숙 등 여러 요인에 기인한다.
이 대표는 그 체감 속도를 "솔트룩스가 과거 ETRI와 진행한 한국어 AI 개발사업 '엑소브레인' 프로젝트가 10년간 연구한 내용이 단 2~3년만에 바뀔 만큼 큰 변화"라고 말했다. 더불어 기계독해나 코드 생산도 AI가 2년여 만에 인간 수준을 넘어서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이런 변화는 거대언어모델(LLM)을 포함한 생성형 AI 기술과 GPU 클러스터 위에 막대한 데이터를 퍼붓는 것, AI 모델 알고리즘을 적절히 개선하는 과정의 연속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다만 이 대표는 이를 "자본 혹은 장치의 싸움"이라고 표현했다. 고성능 AI를 구현하려면 그만큼 많은 데이터, 특히 GPU 클러스터 기반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최근 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오픈AI의 영상생성 AI '소라(SORA)'만 해도 동시에 GPU 2만개 이상이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AI용 최신 GPU 가격은 대당 수천만원을 호가하며 공급마저 수요를 한참 따르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현실을 고려하면 자본과 규모에서 밀리는 한국에선 글로벌과 경쟁할 수준의 충분한 GPU 구매는 불가능한 수준이란 평가다.
관련해 이 대표가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엔비디아에서 가장 많은 GPU를 구매한 기업은 각각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였다. 이들이 1년간 구매한 GPU만 20만개 이상인데 지난해 한국에서 구매한 모든 GPU를 합쳐도 미치지 못할 만큼의 격차다.
이 가운데 많은 AI 기업이 소형언어모델(SLM), 공개형 AI 모델에 대한 파인튜닝(세부조정) 등 다양한 방법으로 데이터와 자본, 장비 부족의 차이를 좁히지 위해 노력 중이다.
그러나 이 대표는 자본과 인프라만으로 경쟁하는 시대는 끝이 예정돼 있다는 생각이다. 예컨대 'GPU는 어디까지 빨라질 수 있을까?' 같은 질문을 던졌을 때, 약 10년 후에는 반도체를 더 이상 더 작고 빠르게 만드는 일이 물리학적으로 어려울 것이란 가설 등이 전제다. 따라서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 점은 AI 발전이 한계에 이를 시점 이후다. '위대한 질문'의 필요성도 이와 연결된다.
이 대표는 "GPT-4o만 해도 인간이 5만년간 자지 않고 배워야 할 데이터를 학습하고 있지으면서 때론 5살짜리보다 현명하지 못한 답을 한다"며 "데이터의 양보단 학습 방식과 활용 방식의 문제다. 챗GPT에게 똑같은 질문을 해도 어떻게 질문하는가에 따라 답변이 완전히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한동대 손철 교수가 제시한 '호모파베르의 역설'과 르네상스 시대의 유명화가 모네의 성공을 예로 들었다. 호모파베르는 '도구의 인간'이란 뜻이다. 호모파베르의 역설은 도구가 인간을 진화시키며 생각하는 방식을 통으로 바꾼다는 이론이다. 예를 들어 글자가 만들어진 이후 인간의 배움과 사고, 소통하는 방식은 말에서 글쓰기 중심으로 바뀌었으며 그것이 사회 변화에도 영향을 미친 것처럼 말이다.
이어 모네 시절 화가들은 왕과 귀족의 초상화를 그려주고 막대한 돈을 받으며 호위호식 했지만 카메라와 사진의 등장은 그들을 쇠퇴시켰다. 그러나 사진보다 정교하지 않은 모네의 인상파 화풍은 당시에도 새로운 예술의 경지로서 큰 성공을 거뒀다. 더 놀라운 건 당시 모네의 고백이다. 그는 '내 그림은 카메라 렌즈의 빛이 분산되어 퍼지는 것을 보고 착안해 낸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 대표가 말한 위대한 질문의 필요성과 위 비유들은 인간이 AI를 '도구'로 삼아 AI가 배우지 못한 것을 전략적으로 사고하며 대체할 것과 그에 맞춰 진화해 나갈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 대표는 기조연설 말미에 "사물이 가진 본질을 끄집어내 재구성할 수 있는 능력이 인간에게 있다. 앞으로 AI뿐 아니라 통신, 콘텐츠, 반도체 등이 우리가 일하는 모든 방식을 재정의할 것"이라며 "그것이 우리의 사회성, 윤리, 예술 등 모든 범위에서 더 아름답고 행복한 세상을 만들길 바란다"는 기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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