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환불 엔딩’… 상처만 남은 배틀그라운드 ‘뉴진스 콜라보’
[디지털데일리 문대찬기자] 크래프톤의 배틀로얄 게임 ‘PUBG: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와 아이돌 그룹 뉴진스의 협업에서 비롯된 논란이 환불 조치로 일단락되는 모습이다.
다만 협업으로 기대했던 효과보다는 브랜드 훼손과 이용자 신뢰 저하 등의 문제를 초래하면서 크래프톤과 어도어, 그리고 이용자에게 모두 상처만 남은 협업이라는 오명은 피할 수 없게 됐다.
크래프톤은 앞서 지난 12일 배틀그라운드와 ‘배틀그라운드모바일’에 뉴진스와의 협업 콘텐츠를 업데이트했다. 게임 맵 전반이 뉴진스 테마 콘셉트로 꾸며졌고, 해당 테마로 캐릭터를 꾸밀 수 있도록 의상 세트와 무기 스킨 등 다양한 유료 아이템도 출시됐다.
논란은 일부 이용자가 뉴진스 캐릭터에 수영복 등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히고 선정성이 짙은 구도로 스크린샷을 촬영해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하면서 시작됐다. 여기에 뉴진스 소속사 어도어와 크래프톤이 공동 성명을 내고 강경 대응을 예고하면서 사태가 본격화했다.
크래프톤은 자사가 판매한 아이템을 일부 이용자가 오용했다고 지적했다. 회사는 “최근 일부 이용자가 뉴진스 캐릭터를 사용해 부적절한 게시물을 제작하고 공유하는 사례가 잘생하고 있다. 이는 양측 브랜드 이미지와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해당 이용자 제재를 예고해 논란을 빚었다.
문제는 배틀그라운드가 치장품을 이용한 ‘나만의 캐릭터’ 꾸미기를 핵심 콘텐츠이자 수익모델(BM) 중 하나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협업으로 탄생한 뉴진스 캐릭터 역시 이용자들이 기존에 출시된 다양한 치장품을 활용해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게끔 제작돼 출시됐다. 회사가 제공하는 시스템 내에선 어떠한 아이템을 이용해 캐릭터를 꾸며도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크래프톤 주장대로 아이돌 무대 의상 수준을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사전 협의를 바탕했다면, 판매 시작부터 공지해야 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꾸미기 요소가 제한된다면 특정 이용자로선 굳이 확률형 유료 아이템 형태로 출시된 협업 아이템에 지갑을 열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정말로 기획 의도에 반하는 오용이 우려됐다면, 지난 2021년 걸그룹 ‘블랙핑크’와의 협업 사례처럼 초상권을 제외한 의상과 헤어스타일에 한해 상품을 제공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각에선 “양사 모두 아티스트의 보호, 건전하고 긍정적인 커뮤니티 문화를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공동 목표에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크래프톤·어도어 입장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하고 있다. 정말 아티스트를 보호하고자 했다면, 애초 총탄에 맞아 캐릭터가 훼손되고 혈흔이 낭자하는 19세 이용가 게임과 협업은 진행조차 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것이다.
게임 및 엔터테인먼트 전문 이철우 변호사는 “일부 이용자들이 뉴진스 캐릭터를 캡쳐한 이미지와 함께 성희롱 또는 모욕에 해당하는 문구를 게재한 것은 명백한 불법의 영역으로 형사 고발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나, 그 이외 단순히 뉴진스 캐릭터의 의상을 핫팬츠나 수영복 등으로 갈아입힌 것에 불과한 이용자를 비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기능이 게임 내 시스템으로 존재하고, 여타 다른 연예인 콜라보레이션의 경우에도 복장 갈아입히기 등을 이용한 게시물이 다수 있었던 만큼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사안이었다”면서 “소속사인 어도어는 소속 아티스트의 보호를 위해 권리 침해 방지 조항 등의 안전 장치를, 크래프톤은 기술적 방지 조치를 했었어야 하는 각각의 과실이 있음에도 대뜸 이용자 탓을 하는 것은 문제의 원인을 소비자 탓으로 돌리는 책임전가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이용자 반발이 거세지자 크래프톤은 결국 “책임을 통감한다”며 환불조치에 나섰다. 다만 보상안과는 별개로 뉴진스 캐릭터 얼굴 외형과 일부 의상 조합 착용은 제한된다고 밝혔다.
그간 게임사와 엔터사는 활발한 협업 이벤트를 펼쳐왔다. 게임사는 케이팝 아이돌의 글로벌 인지도와 팬덤 구매력을 바탕으로 수익을 끌어올릴 수 있고 엔터사는 수익원을 다양화할 수 있다는 면에서 대표적인 윈윈(win-win) 전략으로 평가받았다. 다만 뉴진스 콜라보가 논란으로 얼룩지면서, 이를 교보재 삼아 향후 두 업계가 보다 신중하게 협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기대를 많이 모았던 콜라보였는데 결과적으론 논란만 생성해 이미지만 훼손한 형국이 됐다”며 “게임업계와 엔터업계는 비슷하면서도 분명 다른 부분이 있다. 사전에 충분한 대화를 통해 게이머와 팬덤 니즈를 모두 충족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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