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넥스트VM]① ‘폭풍전야’ 가상화 시장, 탈VM웨어가 새로운 시장 견인

이안나 기자

최근 VM웨어 라이선스 변화와 향후 개발 로드맵에 대한 불확실성은 많은 기업 IT 인프라 전략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은 대안 솔루션을 탐색하거나 탈(脫)가상화에 도전한다. <디지털데일리>는 격동 속에 있는 가상화 시장 모습을 조명하고, 신규 수요를 확보하기 위한 IT 솔루션 업체들 전략을 모색해본다. <편집자 주>

VM웨어 본사에 설치된 간판. VM웨어는 최근 'VM웨어 by 브로드컴(VMware by Broadcom)'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VM웨어 본사에 설치된 간판. VM웨어는 최근 'VM웨어 by 브로드컴(VMware by Broadcom)'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디지털데일리 이안나기자]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시장이 열렸다", 한 IT기업 마케팅 담당자의 말이다. VM웨어가 브로드컴에 인수되면서 VM웨어를 대체하기 위한 시장이 급속도로 열리고 있다.

가상화 기술은 지난 20년간 기업 IT 인프라 핵심 요소로 통했다. 이 시장에서 VM웨어는 오랜 시간 선두 주자로 활약했다. 강력한 파트너 네트워크를 구축해 고객 종속성을 높였고, 기업 규모에 맞는 선택을 하도록 다양한 라이선싱 옵션을 제공했다. 많은 대기업에서 VM웨어 솔루션은 사실상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견고하던 가상화 시장 1위 기업 VM웨어 위상에 변화가 감지된다. 반도체 설계 기업 브로드컴은 기업용 소프트웨어(SW) 진출을 위해 VM웨어를 610억달러(약 84조원)에 인수한 직후, 3000명 가량 VM웨어 직원을 해고하고 최종사용자컴퓨팅(EUC) 사업부문을 미국 사모펀드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츠로버츠(KKR)에 매각했다.

기존 VM웨어 파트너사들과 사용 고객들에 더 큰 논란이 된 건 가격정책 변경과 제품군 축소다. VM웨어 클라우드 파운데이션(VCF) 기존 영구 라이선스 지원 종료 시점을 앞당기고 구독제로 전환을 발표한 것. 특히 VM웨어가 갖고 있던 160개 이상 제품 포트폴리오를 VCF와 브이스피어파운데이션(VVF) 2개 번들 상품으로 재편했다.

규모와 상황에 맞춰 VM웨어 일부 솔루션을 사용하던 기업 대다수는 앞으로 굳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솔루션까지 함께 구독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VM웨어가 가상머신(VM) 가격을 중앙처리장치(CPU) 당 가격에서 코어당 가격으로 전환한 것 역시 기업 재무적 부담을 키우고 있다.

브로드컴은 공격적인 비용 절감과 고수익 제품에 중점을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VM웨어에 앞서 시만텍과 CA테크놀로지를 인수한 브로드컴이 한국지사들을 없애고 가격을 인상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VM웨어 한국지사 직원들은 연초 167명에서 최근 138명으로 30명 가까운 인원이 퇴사했다.

IT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가상화를 도입하는 이유는 서버 수를 늘리지 않고 결국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인데, VM웨어 정책변화로 가격이 인상되면 그 효과가 줄어드는 것”이라며 “VM웨어 한국지사 인원 감축도 고객사들엔 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VM웨어 가격정책 변경은 기존 고객사들에 상당한 비용 증가를 가져올 것이라는 게 업계 전반 시각이다. 일부 기업들에 따르면 VM웨어 솔루션 가격은 기존 대비 최대 10배까지도 늘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많은 기업들은 대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국내서도 VM웨어 충성고객이던 기업들이 이탈 조짐을 보이는 만큼 경쟁사들이 입지를 강화하는 기회로 삼고 있다. 그 방안으론 오픈소스 기반 가상화 솔루션을 제공하거나 가상화 자체를 넘어 컨테이너 기술을 채택하도록 이끄는 곳까지 다양하다. 아직까지 ‘탈 VM웨어’에 착수한 기업은 많지 않지만, 상담 의뢰는 예상보다 활발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 설명이다.

[ⓒ 한국IDC]
[ⓒ 한국IDC]

가트너는 2024 데이터센터 인프라스트럭처 기술 하이프 사이클 보고서에서 “VM웨어 인수 이후 고객 기업들은 온프레미스 가상화에 따른 비용 증가를 경험하고 있다”며 “온프레미스에서 통합에 따른 이점이 적은 워크로드에 대해 탈가상화가 검토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조사기관 데이터큐브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VM 시장은 2024년부터 연평균 14.1% 성장해 2032년엔 약 3억9290만달러(약 5조1000억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범용 VMS(Virtual Machine System) 부문이 2032년까지 2억2330만달러(약 2조9000억원)을 차지할 것으로 보고 상당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전망했다.

물론 VM웨어 대체안으로 신규 수요를 공략하는 기업들은 각 전략에 따라 가상화 시장 규모를 다르게 보기도 한다. 가령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시장이 성장하면서 가상화 시장과 점점 더 밀접해지고 있는 프라이빗 클라우드 시장을 공략하는 기업들도 있다. 한국IDC에 따르면 국내 프라이빗 클라우드 IT 인프라 시장은 2024년 1조6329억원에서 2027년 1조9452억원으로 약 20% 증가할 전망이다.

VM웨어 한국지사 2024 회계연도(2023년2월~2024년 1월) 매출은 약 484억원이다. VM웨어 솔루션은 주요 서버 업체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서버 하드웨어를 구매할 때 사전 설치되거나 번들로 제공되기도 한다. 순수 VM웨어 솔루션 라이선스만 구매하는 방식 외 하드웨어 묶음 판매까지 고려한 가상화 시장 규모는 약 3000억원 정도로 파악된다. 브로드컴은 상위 2000개 VM웨어 고객을 파트너를 통하지 않고 직접 관리하기로 결정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상화 시장은 이보다 훨씬 크다고 볼 수 있다.

IT 업계 관계자는 “가상화는 서버, 데스크톱, 네트워크 등 다양한데 각 기관이 어디까지를 가상화 시장으로 정의하느냐에 따라 시장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고 전했다.

이안나 기자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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