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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속도내는 이재용 항소심…리스크 털어야 뉴삼성 된다

옥송이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6월 미국 서부 팔로 알토에 위치한 마크 저커버그메타 CEO 자택에서 기념 사진을 촬영한 모습.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6월 미국 서부 팔로 알토에 위치한 마크 저커버그메타 CEO 자택에서 기념 사진을 촬영한 모습. [ⓒ삼성전자]

[디지털데일리 옥송이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6일 개막하는 파리올림픽 현지를 찾는다. 재계에 따르면 올림픽 개최로 전세계 이목이 집중된 자리에서 이 회장은 갤럭시 Z폴드·플립6 등 신작 홍보에 나설 것으로 전해진다. 이 회장의 종횡무진은 올해 초부터 이어지고 있다. 해외 각지 사업장을 돌며 현장 경영에 몰두하거나, 해외 출장 길에 올라 빅테크 총수들과 만남을 가지기도 했다. 이는 연초에 사법 리스크가 일부 해소되면서 경영 보폭을 넓히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022년 10월 삼성전자 회장직에 오른 이 회장은 임기 시작와 동시에 사법 리스크를 떠안았다. 지난 2015년 제일모직 및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고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그룹 미래전략실이 추진한 각종 부정 거래와 시세 조종, 회계 부정 등에 관여한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된 바 있어서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 회장의 1심은 장고 끝에 올해 2월 5일 무죄로 판결이 마무리됐다. 약 3년 5개월 만이다.

사실상 해당 기간만큼 총수의 발은 서초동에 묶여 있었던 셈이다. 부당합병 사건 재판은 2020년 10월부터 106차례 열렸고, 해당 기간 이 회장은 대통령 해외 순방 동행 등 중요 일정을 제외하고 96차례 법정에 출석할 정도로 성실하게 참여했다.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건으로 인한 재판 출석까지 감안하면 이 회장은 재판만 179회에 출석한 것으로 추산된다. 그동안 삼성전자의 경영 시계는 다소 정체된 모습을 보였다. 경영 일정이 법정 출석 일정 등을 중심으로 진행된 영향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대형 M&A 소식은 지난 2017년 하만 인수 이후 좀처럼 들리지 않았다.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긴 했지만,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는 현재 진행형이다. 그나마 2심은 1심 대비 빠른 속도로 진행될 예정이다. 항소심 재판부가 늦어도 내년 1월에는 2심 선고하겠다는 계획을 못박았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두 번째로 열린 이재용 회장의 공판준비기일에서 재판부는 "오는 9월 30일 위법수집증거 관련 변론을 기초로 한 증거 조사를 실시하고, 2회에 걸쳐 자본시장법 위반에 대한 변론을 실시한다"면서 "이후 11월 25일에 변론 종결을 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해당 날짜로 변론 종결을 지정한 이유에 대해 법관 인사 이동 시즌을 꼽았다. 통상 1월 말에 진행되는 고등법원의 법관 인사 이동 영향을 피하고자, 인사 시즌 전에 2심 선고를 마무리 짓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2심 진행 과정 속도를 내자 뉴삼성도 비로소 기지개를 켰다. 과거 이 회장이 선언한 뉴삼성은 말 그대로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는 의미다. 실제로 지난 2021년 이 회장이 가석방으로 풀려난지 2주만에 신사업에 3년간 240조원을 투자하는 등 초대형 계획을 발표한 바 있는만큼, 법적 리스크가 해소에 가까워질수록 뉴삼성 전환이 더욱 탄력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옥송이 기자
ocks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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