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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아이엠택시가 ERP 개발 직접 한 이유?…"기성품보다 맞춤형"

오병훈 기자
왼쪽부터 박성재 진모빌리티 플랫폼운영실장, 정원교 미래전략사업본부 실장 [ⓒ진모빌리티]
왼쪽부터 박성재 진모빌리티 플랫폼운영실장, 정원교 미래전략사업본부 실장 [ⓒ진모빌리티]

[디지털데일리 오병훈기자] “중소 택시 운수사 입장에서는 외부 ERP를 사용하게 될 경우, 발생하는 라이선스 비용도 부담이 될 수가 있습니다. 12개 운수사와 함께 이익을 창출해야 하는 진모빌리티는 그 해답으로 자체 기술을 활용한 차세대 ERP를 구축하기로 했습니다.”

박성재 진모빌리티 플랫폼운영실장은 최근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진모빌리티 제이엠투 사옥에서 <디지털데일리>와 만나 이같이 강조했다. 이날 인터뷰에는 정원교 진모빌리티 미래전략사업본부 실장도 함께했다. 진모빌리티는 택시 중개 플랫폼 ‘아이엠택시’를 운영 중이다.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중요해지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것이다. 대규모 사내 데이터를 취합하고 이를 기반으로 제고·인적·매출 관리 등 다양한 업무 효율화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많은 기업이 ERP 고도화를 위해 온프레미스(구축형) 기반 ERP에서 유연하고 다양한 기능을 지원하는 클라우드 기반 차세대 ERP로 전환하는 추세다.

이 과정에서 중소기업들의 고민이 시작된다. SAP와 같은 ERP 전문 기업을 통해 차세대 클라우드 ERP를 구축할 경우 다양한 고성능 ERP 소프트웨어(SW)를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받을 수 있다. 그러나 자산이 한정된 중소기업,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그마저 부담이 될 수 있다.

이에 진모빌리티는 자체 기술력을 활용한 클라우드 ERP 구축을 선택하게 된다. 다양한 기능을 보유한 상용 ERP보다 자사에 꼭 필요한 기능만 간추린 자체 ERP로 업무 효율은 잡아내되, 고정 비용은 줄여 자산 상황에 맞는 차세대 ERP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박 실장은 “진모빌리티는 지난 2022년 4분기부터 본격적인 운수사 통합공급플랫폼 구축에 나섰는데, 운수사가 사소한 부분에서도 비용을 아낄 수 있도록 하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며 “그 방법 중 하나로 이전부터 ERP 구축 사업 필요성이 대두됐다”고 설명했다.

가운데, 오른쪽 사진은 아이엠ERP 구동 화면 [ⓒ진모빌리티]
가운데, 오른쪽 사진은 아이엠ERP 구동 화면 [ⓒ진모빌리티]

진모빌리티는 지난 1일부터 10개 직영 택시 운수사와 2개 협동조합 모델 운수사에 차세대 클라우드 ERP ‘아이엠ERP’를 보급했다. 각 운수사는 진모빌리티로와 통합 이전부터 외부 ERP 시스템을 통해 해당 작업을 이어왔지만, 시스템 노후화 및 업무 비효율 등 지속적으로 차세대 ERP 시스템 구축 필요성이 제기되던 상황이었다.

택시 운수회사 ERP에서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그날 하루 택시 기사가 벌어들인 운행 매출(수입금)을 정확하게 계산하는 것이다. 자체적으로 보유 중인 차량관제시스템(FMS) 데이터와 택시 기사가 보고하는 매출 간 데이터를 비교 분석하기 위해서는 해당 데이터를 취합하고, 관리하는 ERP 시스템 고도화가 중요하다.

정원교 실장은 “아직까지 많은 택시 운수사에서는 기사들이 수기로 ‘일일보고(당일 매출 등 운행 정보를 적는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사무실 앞에 줄 서 있는 풍경을 목격할 수 있다”며 “진모빌리티 산하 운수사 기사들은 수기 작성 없이 각자 ERP 시스템에 정보를 입력하면, 회사 클라우드 데이터와 자동으로 취합돼 매출 정산이 완료된다”고 말했다.

그 외에도 아이엠ERP는 ▲배차 이력 조회 ▲매출 보고 ▲사고 관리 기능과 같은 업무 편의성을 제공한다. 단순한 호출 중계 기능 뿐 아니라 플랫폼 참여 모든 공급자 업무 효율을 높여 전체 이익을 증가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주된 ERP 데이터는 텐센트클라우드에 보관한다. 이전부터 텐센트클라우드와 협업을 이어왔으며, 가격적 측면에서 여타 클라우드 기업에 비해 이점이 있었기 때문에 선택하게 됐다는 것이 박 실장 설명이다.

정 실장은 “아이엠택시 플랫폼 및 ERP 전반은 텐센트클라우드를 통해서, 일부 부가적인 서비스는 아마존웹서비스(AWS)를 통하고 있다”며 “리전(클라우드 서버가 있는 지역) 이중화를 통해 서버실이 전소돼도 문제가 없도록 조치했으며, 클라우드 관리는 외부 MSP를 사용하지 않고 내부 전문 직원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진모빌리티는 향후 자체 보유 중인 IT 시스템 연계를 통한 서비스 고도화에도 힘쓴다. 차세대 ERP를 비롯해 배차 예측 인공지능(AI) 시스템 ‘지니어스’, 운행정보수집 시스템 ‘아이엠DTG’에 기반한 FMS 등 기술을 통합한다. 이를 통해 택시 운행 효율화에 필요한 다양한 데이터를 추출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편의 기능 개발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일례로 올해 3분기 중 택시 기사를 위한 매출 향상 개인화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여기엔 ERP와 FMS로 수집된 데이터를 머신러닝으로 가공해 택시 기사들의 운전습관이나 매출 성향을 분석하는 기능이 포함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박 실장은 “차세대 ERP 시스템과 같은 기술도 결국에는 오프라인에서 택시기사, 관리자들이 쌓아 올린 노하우와 만났을 때 진정한 가치를 지니게 된다고 생각한다”며 “공급자와 상생하는 플랫폼으로 발전하기 위해서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고 고도화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오병훈 기자
digimo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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