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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기고] 이커머스 정책,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

김용희 오픈루트 연구위원
김용희 오픈루트 연구위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발 이후 이커머스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2022년 기준 국내 이커머스 시장 규모는 200조원을 넘어섰고, 해외직구 규모도 2021년 대비 22.5% 증가한 5조원을 기록했다. 이러한 급격한 성장에 발맞추어 정부도 관련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정책들은 균형 잡힌 접근이라기보다는 특정 영역에 치우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월7일, 정부는 국무조정실 중심의 해외직구 종합 대책 태스크포스(TF) 구성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급증하는 해외직구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였으나, C커머스(C-commerce)와 같은 특정 거래 방식에만 초점을 맞추어 이커머스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정부의 정책 추진 과정에서 드러난 가장 큰 문제점은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절차의 부재였다. 특히 소비자와 중소 판매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과정이 생략되었다. 이는 정책의 실효성과 수용성을 크게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었다.

그 결과, 5월19일 정부는 KC 인증이 없는 일부 제품의 해외 직접구매 금지 정책을 사실상 철회하기에 이르렀다. 중국산 어린이 제품, 전기·생활용품 등 80개 품목에 대한 직구 금지가 과도한 시장 개입이라는 비판이 거세지자, 정부가 한 발 물러선 것이다. 이는 충분한 의견 수렴과 균형 잡힌 시각 없이 추진된 정책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였다.

이커머스 정책은 특정 기업이나 일부 주제에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 대상을 넓히고 장기적인 시각을 유지하며 균형감 있게 시행되어야 한다. 중국발 해외직구 규제와 같은 이슈는 중요하지만, 이커머스 업계가 직면한 여러 과제 중 하나일 뿐이다.

예를 들어, 최근 위메프·티몬 미정산 사태는 이커머스 업계의 구조적 문제점을 드러내는 중요한 사례다. 이는 단순히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닌, 업계 전반의 정산 시스템과 관련 법규의 미비에서 비롯된 것이다. 또한, 대형 플랫폼의 시장 지배력 강화, 개인정보 보호, AI(인공지능) 기술 도입에 따른 윤리적 문제 등 다양한 이슈들이 산적해 있다.

따라서 정부는 특정 거래 방식이나 기업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업계 전반의 건전성을 제고하고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는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이커머스 시장의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정책이 수립되고 추진되어야 한다.

첫째, 폭넓은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 소비자, 중소 판매자, 플랫폼 기업, 물류 업체 등 이커머스 생태계의 다양한 참여자들의 목소리를 균형 있게 반영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기적인 업계 간담회, 소비자 패널 운영, 온라인 의견 수렴 창구 등 다각도의 소통 채널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시장의 건전성을 제고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는 ▲정산 주기 단축 및 판매 대금 보호 장치 마련 ▲플랫폼 기업의 독점 방지를 위한 공정경쟁 가이드라인 수립 ▲소비자 피해 구제 절차 간소화 등이 시급하다. 특히 최근 미정산 사태와 관련해,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플랫폼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셋째, 장기적 비전을 가진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단기적인 문제 해결에 급급하기보다는 이커머스 산업의 미래를 내다보는 정책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메타버스 커머스, AI 기반 개인화 서비스 등 신기술 도입을 위한 규제 샌드박스 확대,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지원 정책 등이 고려되어야 한다.

넷째, 규제와 진흥의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 과도한 규제는 산업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지만, 적절한 규제는 오히려 시장의 신뢰도를 높이고 장기적 성장의 토대가 될 수 있다.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활용 사이의 균형, 플랫폼 기업의 책임 강화와 혁신 촉진 사이의 균형 등 세심한 조율이 필요하다.

이커머스는 이제 우리 경제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정부의 정책은 이 거대한 생태계의 건강한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특정 영역에 치우치지 않고, 전체를 아우르는 균형 잡힌 시각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 판매자, 플랫폼 기업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건강한 이커머스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김용희 / 오픈루트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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