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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하정우 "신(新) AI 제국주의 도래"...한국의 몫, 얼마 안 남았다?

이건한 기자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지금은 전세계 국가 간 AI 이해관계가 굉장히 복잡히 얽혀, 마치 신(新) AI 제국주의가 연상되는 시대에 이르러 있습니다. 그만큼 지금 우리는 국가 안보의 관점에서 AI를 바라봐야 하며 AI 법도 어떤 형태로든 제정이 시급합니다."

하정우 네이버 퓨처AI센터장이 'AI 기본법 제정 방향과 전망 국회세미나'에서 발표 중인 모습.
하정우 네이버 퓨처AI센터장이 'AI 기본법 제정 방향과 전망 국회세미나'에서 발표 중인 모습.

하정우 네이버 퓨처AI센터장은 31일 국회의원회관 제2회의실에서 열린 'AI 기본법 제정 방향과 전망 국회세미나'에서 이와 같이 제언했다. 현재 전세계 AI 동맹지형을 보면 미국과 중국, 유럽 주요 국가들을 중심으로 자국 AI를 중심으로 기술·사회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은 이미 본격화되고 있다. 반면 한국은 AI 기본법 제정은 물론, 국가 차원에서 글로벌 AI 경쟁력을 확대하기 위한 민관 협업 측면도 아직 미진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 센터장은 "현재 국제 AI 정세는 상당히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어떤 측면에선 급박한 상황"이라며 해외 주요국가들이 AI 패권 확보를 위해 어떤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지 소개했다.

신 AI 제국주의 : 생성AI가 불러온 기정학 환경 대변화. [ⓒ 하정우 센터장 발표자료 발췌]
신 AI 제국주의 : 생성AI가 불러온 기정학 환경 대변화. [ⓒ 하정우 센터장 발표자료 발췌]

영-미-캐 'AI 대서양 동맹'

우선 널리 알려진 정세로는 반도체에서 AI까지 이어진 미국과 중국의 기술패권 경쟁이 있다. 미국은 앞서 중국으로 향하는 GPU(그래픽처리장치, 대규모 AI 연산에 필수적인 인프라), AI 칩의 수출과 유입을 통제한 바 있다. 중국의 AI 부문 추격 속도를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해서다.

그보다 주목할 점은 영국, 프랑스, 중국, 캐나다 등이다. 하 센터장은 "영국은 미국과 굉장히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영-미-캐나다가 힘을 합친 AI 대서양 동맹을 만든 느낌"이라고 언급했다. 이들의 공통 키워드는 AI 기술과 AI 안전 등이다.

UN결의안 바탕으로 개도국 공략 나설 중국

중국은 위 세 국가를 제외한 나머지 개발도상국 전부를 중국 AI 영향력 아래 두기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유엔총회는 지난 3일 중국 주도로 제안된 "AI 격차해소 의결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본 결의안의 골자는 선진국과 개도국 간 AI 기술 격차 해소를 목표로 모든 국가의 평등한 AI 활용을 돕자는 것이다.

그러나 하 센터장은 "중국은 오픈소스 형태로 AI를 배포할 때 해당 AI가 중국 정부의 특정 철학을 굉장히 잘 대변하도록 표준을 만들어 뒀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는 이미 중국 내에서도 정부의 정치·사회적 신념에 반하는 답변, 체제에 대한 비판 요소 삭제 및 출력 제한 등이 이뤄지고 있는 중국 AI 모델이 개도국에 퍼질 경우를 상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즉, 개도국의 중국 AI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그들 사회와 문화에 중국의 편향적 AI가 미칠 부정적인 영향력을 걱정하는 측면이다.

자력으로 AI 강국된 프랑스... 아프리카 노린다

프랑스는 AI에 대한 국가의 공격적 투자를 바탕으로 독자적인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오픈AI의 라이벌 중 하나로 꼽히는 프랑스의 '미스트랄 AI'는 엠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성장한 기업이다. 미스트랄 AI의 오픈소스 모델은 이미 전세계 기업들이 사용하는 주요 모델 중 하나이며, 프랑스는 과거 식민지로서 프랑스어를 쓰던 아프리카 지역으로 미스트랄 모델을 빠르게 전파하는 중이다.

이밖에 자체 AI 기술이 부족한 중동은 중국, 미국 양측의 도움을 받아왔다. 그러나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이 지난해 일부 중동국가에도 미국의 AI 칩 수출을 통제하며 관계가 복잡해진 실정이다. 또한 미국은 유력 대선주자인 도널트 트럼프 전 대통령도 당선 후 미국의 AI 유일주의인 'AI 맨하탄 프로젝트'를 공약하는 등 글로벌 AI 패권을 잃지 않기 위한 움직임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한국 AI, 민관 원팀 이뤄 글로벌 공략해야

하 센터장은 "기존 AI 경쟁은 기업 중심이었지만 작년 말부터 올해는 국가대항전 형태로 확대됐다"며 "이젠 더 심각한 상황으로 흐르고 있다. 앞선 움직임들만 봐도 우리 정부와 국회의 역할이 더 중요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자체 AI 기술과 다양한 산업 생태계에서 확보한 경험이 있으니 이를 기회로 기업과 정부가 원팀을 이뤄 세계무대로 진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하 센터장이 보는 한국 AI 원팀의 글로벌 무대 진출 경쟁력은 "신뢰할 수 있는 소버린 AI 구축 지원 파트너"다. 자국 언어, 문화, 가치관 학습에 특화된 모델을 뜻하는 소버린 AI 구축에 대한 각국의 필요가 높아지는 가운데, 다소 공격적인 이미지를 지닌 미국과 중국보다는 K-컬쳐 중심으로 만들어진 한국의 신뢰 가능한 이미지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반면 국내 상황은 긍정적이지 않다. 기술력에선 세계 수위권의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정작 국민들의 AI 리터러시(AI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도 그리 높지 않다. 네이버가 국민 1600명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인 57%가 생성형 AI를 거의 쓰지 않거나 써본 적 없다고 답했으며 이는 성별, 지역별 격차도 큰 상황이다.

하정우 센터장이 국회에 도움과 협조를 요청한 사항들. [ⓒ 하정우 센터장 발표자료 발췌]
하정우 센터장이 국회에 도움과 협조를 요청한 사항들. [ⓒ 하정우 센터장 발표자료 발췌]

하 센터장은 "국회에서 우선 도와주면 좋을 것은 일단 AI 기본법을 잘 만드는 것"이라며 "다만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 그렇다고 마냥 기다릴 것이 아니라, 아예 AI 산업 진흥 부문만 포커싱 하거나 AI 확산을 위한 리터러시 관련 트랙을 분리시켜 빠르게 진행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AI 기본법 제정 방향과 전망 국회세미나'는 국제인공지능윤리협회(IAAE), 팀쿠키,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실,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실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빠르게 발전하는 AI 기술에 발맞춘 법제도와 지원 체계 마련이 필요한 상황에서 관⋅산⋅학⋅연과 시민이 함께 실효성 있는 논의를 나누기 위해 마련됐다.

이건한 기자
sugyo@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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