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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경쟁 속 네이버 기술 철학, ‘소버린 AI’를 아시나요?

이나연 기자
초거대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활용한 소버린 AI [ⓒ 네이버]
초거대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활용한 소버린 AI [ⓒ 네이버]

[디지털데일리 이나연기자] ‘은둔의 경영자’로 불리는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5년여 만에 활발한 대외 행보를 보이는 가운데, 줄곧 강조되는 키워드가 있다. 바로 네이버가 새 성장동력으로 낙점한 국가별 인공지능(AI) ‘소버린(Sovereign·주권) AI’다.

3일 네이버에 따르면 소버린 AI는 각 국가가 자체 데이터와 인프라를 활용해 그 국가나 지역의 제도, 문화, 역사, 가치관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AI를 개발하고 운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가 채팅 방식으로 텍스트, 이미지, 오디오 등 다양한 형태 콘텐츠를 생산해 제공하는 게 대중화하며 정보 소비 형태도 큰 변화를 맞았다. 미국 빅테크가 제공하는 AI 모델에는 혁신과 편리성이 있지만 그 이면에는 문화적 편향이나 독점적 지배력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미국과 중국을 제외한 많은 나라도 소버린 AI 필요성에 공감해 AI 주권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국가가 높은 수준 AI 개발 및 운영 역량을 보유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 영어와 중국어가 아닌 지역 언어를 기반으로 초거대 AI 모델을 토대부터 구축할 수 있는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클라우드 기반 AI 산업 생태계를 구축한 경험까지 갖춘 기업은 네이버가 유일하다.

네이버는 지난 2021년 세계에서 3번째로 초대규모 AI ‘하이퍼클로바(HyperCLOVA)’를 공개했고 작년에 이를 고도화한 모델 ‘하이퍼클로바X(HyperCLOVA X)’를 출시했다. 비영어권 국가에서 개발한 자국어 모델로서 글로벌 모델에 비해 우수한 한국어 능력과 사회문화적 맥락에 대한 이해를 보여주는 게 특징이다.

영국은 작년부터 ‘브릿GPT(BritGPT)’ 모델을 개발 중이다. 같은 해 프랑스는 ‘미스트랄 AI(Mistral AI)’를 공개했지만, 영어 데이터 중심으로 학습된 모델이라는 한계가 있다. 중국에서는 바이두 ‘어니봇(Ernie Bot·文心一言)’, 알리바바 ‘퉁이첸원(通义千问)’ 등이 출시됐으나 중국 정부 체제를 반영해야 한다.

아랍과 인도에서도 거대언어모델(LLM) 개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나 상용화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전 세계 국가가 AI 모델 개발 경쟁에 열 올리는 이유는 AI 기술 격차가 국가 간 경제적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안보 위험과 일자리 문제 등을 초래해 국가 경쟁력을 약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왼쪽부터)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최수연 네이버 대표. 네이버에 따르면 이번 미팅은 국가별 AI 모델 구축을 위한 하드웨어 인프라를 제공하는 엔비디아와 초거대 AI 모델을 토대부터(From Scratch) 개발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보유한 네이버 AI 기술력과의 시너지를 모색하기 위해 이뤄졌다. [ⓒ 네이버 인스타그램]
(왼쪽부터)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최수연 네이버 대표. 네이버에 따르면 이번 미팅은 국가별 AI 모델 구축을 위한 하드웨어 인프라를 제공하는 엔비디아와 초거대 AI 모델을 토대부터(From Scratch) 개발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보유한 네이버 AI 기술력과의 시너지를 모색하기 위해 이뤄졌다. [ⓒ 네이버 인스타그램]

네이버는 소버린 AI 확보를 원하는 국가들과 협력을 통해 해당 국가 소버린 AI를 공동 개발, 투자, 운영하는 방식으로 기술을 수출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가령 하이퍼클로바X를 베이스 LLM으로 하는 소버린 AI는 해당 국가와 인접 국가 언어로 된 데이터와 영어 데이터를 함께 학습시키는 방식으로 구현할 수 있다. 이렇게 개발된 모델은 영어 기반 전문 지식은 물론 자국 역사, 사회, 문화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성능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소버린 AI는 국가 주권에 대한 위험만큼이나 효율성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당장은 빅테크 AI가 편리하게 보일 수 있지만, 개발 비용과 성능 측면에서 중장기적으로 소버린 AI가 유리할 수 있어서다.

AI 성능은 학습한 데이터에 따라 상이하다. 영어 데이터 중심 글로벌 AI 모델들은 국가나 사용하는 주체 맥락에 따라 다양한 성능을 보인다. 빅테크가 광범위한 언어를 포괄하는 역량을 가진 글로벌 AI를 개발하는 것보다, 특정 국가 문화 및 언어에 강점을 가진 자국 AI를 개발하는 것이 개발 비용이나 최적화 관점에서 더 효율적인 셈이다.

또한 AI는 다양한 비즈니스 기반 기술로 활용되므로 적용 측면 효율성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이에 네이버는 같은 투자 규모로 빅테크 범용 AI와 유사한 성능을 보장받기 위해 자국 언어와 맥락에 최적화된 소버린 AI 모델이 가장 효과적인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편, 이 GIO는 지난 5월 21일 비공개로 열린 ‘AI 서울 정상회의’에 참석하며 2019년 6월 한국사회학회·한국경영학회 심포지엄 이후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이듬달 25일(현지 시각)에는 미국 엔비디아 본사에서 최수연 네이버 대표,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 등 팀 네이버 주요 경영진과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소버린 AI 문제를 논의했다.

이나연 기자
ln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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