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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 호실적 냈지만 '살얼음'… 중기·가계 연체율 증가속 '건전성' 우려↑

권유승 기자
ⓒ카카오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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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권유승 기자] 올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역대급 실적을 달성한 카카오뱅크의 앞에 놓인 과제는 건전성 관리다.

무엇보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옥죄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카카오뱅크가 외형 성장을 위해 공격적으로 개인사업자 대출 등 기업 대출을 늘릴 것을 예고하면서 향후 연체율에 비상등이 켜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가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2314억원으로 전년 대비 25.9% 증가했다. 역대 최대 실적이다. 이자이익은 24.8% 증가한 1조1811억원이었으며, 비이자이익은 2709억원으로 19% 늘어났다.

투자금융자산 손익도 커졌다. 올 상반기 카카오뱅크의 투자금융자산(채권, 수익증권, 단기자금 등) 손익은 전년 대비 22% 증가한 2517억 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역대 최대 호실적 속에서도 눈에 띄는 약점은 역시 '건전성' 부문이었다.

카카오뱅크의 올 2분기 연체율은 0.48%로 0.01%p 상승했다. 같은 기간 3개월 이상 연체를 의미하는 '고정'이하여신(NPL)비율은 0.47%로 0.02%p 올랐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무려 0.05%p나 치솟았다.

그러나 이에 대해 카카오뱅크는 "중저신용대출 비중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안정적인 리스크 관리를 통해 2분기 연체율이 전분기 수준을 유지하며 양호한 자산 건전성을 보였다"고 자평했다.

카카오뱅크는 2022년 가명 결합 데이터를 활용해 개발한 자체 '대안신용평가모형'을 구축하고 이를 대출 심사에 적용하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다.

카카오뱅크가 개인사업자 대출 등 기업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릴 것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김석 카카오뱅크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지난 7일 상반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개인사업자 대출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큰 시장인 만큼 향후 완결성 높은 프로세스를 마련하고 다양한 형태의 자금 용도 및 담보 유형을 포괄해 개인사업자 고객의 폭넓은 대출 니즈를 충족시키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을 순증 기준 1조원으로 만들 계획"이라며 "신용대출 및 보증대출을 통해 말잔 기준으론 약 2조원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의 포트폴리오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옥죄기 속에도, 카카오뱅크가 외형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방안이라는 의견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경기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요즘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의 연체율이 상승할 위험성도 적지 않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말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국내 은행과 인터넷은행이 각각 0.54%, 1.62%로 전분기 대비 0.48%p, 0.38%p 상승했다.

ⓒ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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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카카오뱅크는 내년 1억원을 초과하는 신용대출 상품 출시를 계획하고 있어, 연체율 관리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선두를 유지하기 위한 지나친 외형확장이 도리어 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이러한 우려로 카카오뱅크의 상반기 컨퍼런스콜에선 "(카카오뱅크가) 1억원 초과 신용대출을 출시한다고 했는데, 사실 이 부분은 연체율 관리가 쉽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며 "거액인데 굳이 출시할 필요가 있냐"는 참석자들의 질의가 나오기도 했다.

현재로선 카카오뱅크는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김 COO는 "카카오뱅크는 현재까지 보증부대출은 물론 신용대출의 연체율 관리에 있어서 탁월한 건전성 관리 실적을 보였다"면서 "1억원 초과 신용대출의 경우에는 카카오뱅크의 개인 사업자에 대한 마켓에서의 존재를 강화한다는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억원 초과 신용대출은) 1억원 이상 취급할 대출 고객의 관심을 카카오뱅크로 유도한다는 다양한 관점에서 반드시 필요한 대출 상품 라인업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종합해보면 카카오뱅크는 1억원을 초과하는 거액의 신용대출에 따른 연체율 리스크를 감당할 자신이 있다는 것이고, 시장에선 이를 우려스러운 시선으로 지켜보는 형국이다.

권유승 기자
ky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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